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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동안 많이도 먹었다. 다이어트가 강박으로 자리 잡아 초과 식사량에는 마음이 불편해 소화불량이 오곤 했었다. 다이어트는 밀쳐놓고 입맛 당기는 대로 먹자 했더니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천지다.손맛 좋은 친정어머니 덕분에 입이 호강을 해서 먹는 즐거움을 누리며 살았다.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되면서 순환장애도 생기고 소화력도 약해지고, 피곤하면 입안이 까실해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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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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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밥 먹는 일이 자주 생긴다. 슬하를 떠난 아이들은 자기 인생에 바쁘고 사 먹는 밥이 잦아지니 집밥에 대한 향수병이 생긴다. 제철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어 본 지인들에게 솜씨 있다는 말을 듣곤 했는데 어느 때부터 흥미를 잃었다. 맛있게 먹어줄 식구들이 하나둘 줄고, 단출한 식구에 단출한 식단이 편한가 싶었는데 도리어 분주했던 그 시절이 참 좋았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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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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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기자단에서 작가 인터뷰로 나를 추천 받았다고 연락이 왔다. 유명세를 타는 작가가 아니라고 사양했더니 연륜이 있는 작가분과 인터뷰를 하고 싶다며 약속을 잡는다. 인터뷰 날짜 전에 질문할 항목을 메일로 보내왔다. 항목이 9개나 된다.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나 호기심이 많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명확한 답변이 될까 고민이 되었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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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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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노년은 멋져 보였다. 그들은 물질도, 마음 씀씀이도 여유로웠고 품격 있는 외모 치장도 동경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우리 주변에서도 외국 영화에서나 봤던 노인들 못지않은 멋쟁이들을 종종 보게 된다. 평균수명이 증가해서 노년기의 시간이 길어진 이유도 있겠지만, 내가 행복한 삶이 최상의 삶이라는 인식이 영향을 준 점도 크다고 본다. 최근 100년간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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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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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4일은 블랙데이다. 연인이 없는 솔로들이 검은 옷을 입고 모여 함께 짜장면을 먹고 블랙커피를 마시며 외로운 마음을 위로받는 날이라고 한다. 전국 방방곡곡이 꽃대궐인 4월인데, 이 화창한 봄날을 우울모드로 보내야 하는 솔로의 서러움을 풀어주는 이벤트 하나쯤은 있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이런 무슨 데이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매월 14일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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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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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활짝 피어서 와.”그녀의 인사말이 시적이다. 한나절 먼저 햇살이 어딘데 서로 다르다는 요즘의 세대차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근 10년이나 아랫사람인 그녀인지라 생각도 세상을 보는 시각도 당연히 나와는 달랐다. 쉽게 친해지는 사교성이 없어서 오래 겪어야 마음이 열리는 나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마음을 툭 건드리고 거침없이 팔짱을 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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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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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가 성폭행을 하면 조용히 허락해야 한다.” 성폭행 후 여대생을 살해한 범인이 인터뷰한 내용이다. 인도라는 나라가 여성을 비하하고 여성의 인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적 풍토가 있기는 하지만 성범죄자의 말 속에 담긴 왜곡된 의식에 소름이 돋는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니다. 얌전하게 성폭행을 받아주지 않은 여자의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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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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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현상의 변화를 급류 타듯이 경험하고 있는 우리 사회 중장년층 이상은 급변하는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기가 벅찼다. IT기기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신세대는 입맛도, 사고방식도, 소통 방법도 혁명이었고 웃어른을 공경하고 내 주장을 내세우는 것에 저어하는 우리 세대는 마음이 불편해 갈등이 많았다. 명절에 다양한 연령대의 일가친척이 모이면서 작은 소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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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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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팍팍하면 사람들은 점집을 찾는다. 경제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사람 관계일 수도 있고,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나 간절한 소망을 갈구하는 욕심에 철학관이나 점집을 찾게 된다. 이유야 다양하지만 좋은 운을 기대하는 간절함은 똑같다. 게다가 신년 시작인 정월이면 1년 신수를 묻는 사람들로 이곳은 호황이다.절기를 중시하는 음력에서는 신년의 시작이 입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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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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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주말에 지인의 딸 결혼식이 있었다. 추위가 많이 풀어져 내리는 비가 봄비인가 할 정도로 포근했다. 대지를 적시는 비는 생명을 움트게 하는지라 결혼식 날에 비가 오면 잘 산다고, 하객으로 참석한 어르신들이 덕담을 한다. 보슬보슬 내리는 비에 가슴이 촉촉해져 있는데 결혼식이 특별해서 뭉클한 축하 자리였다.주말마다 이어지는 결혼식 식순이 일률적이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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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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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을 비교해 봤더니 달팽이는 0.0004㎞, 보통 사람은 4㎞, 달리기 세계기록 보유자는 37.4㎞라고 한다. 사람의 평균 보행속도로 보면 1시간에 10리를 간다는 계산이다. 이 정도면 세상 풍광을 눈으로 담을 만한 속도는 되는 셈이다. 요즘 세상에서 걷는 속도로 세상을 사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느림은 게으름과 동의어라 비난받을 각오를 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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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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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사자성어로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선정됐다. 올 한 해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를 아우르는 성격을 밝혀 의미를 규정한 것일 텐데 적절하다는 평이 많다. 알다시피 ‘지록위마’는 진나라 시황제가 죽고 난 후, 환관 조고가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면서 자기 편을 가려내기 위해 쓴 술책에서 나온 말이다. 고사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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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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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코끝 찡한 냉기가 스며든다. 시린 바람에 어깨가 움츠러들고 발걸음도 분주해진다. 한 해의 끝이 가까워질수록 채우지 못한 성과에 조바심이 나고 짧아진 해만큼 남은 시간도 달랑달랑이라 마음이 바빠진다. 생각해 보면 정초부터 분주했고 열심이었지 마냥 게으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맘때가 되면 아쉬워 자책을 하게 된다. 대단한 업적으로 마무리가 됐더라면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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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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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위로 오빠가 있었다. 오빠는 세상에 난 지 3일 만에 새가 돼 날아갔다고 한다. 아버지 고향, 그러니까 내 친가였던 마을은 오지 산골이다. 소달구지가 겨우 지나다닐 정도의 산길을 한참 올라가면 매복해 있는 진지처럼 납작 엎드린 20여 호 마을이 나온다. 그곳에서 어머니는 첫아이를 낳았다. 서울 계신 아버지는 당신 첫아들이 태어났다는 전보를 받고 곧장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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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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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한완상 교수님의 강연을 들었다. 두 번의 부총리를 겸하면서 18대 통일원 장관과 제1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역임하신 터라 시간 여유가 되실까 걱정했는데 흔쾌히 인천까지 와 주셨다. 기대했던 만큼 강연이 좋았다. 1936년에 태어나셨으니 조만간 팔순 연세가 되신다. 80살이 가까운 세월을 사시는 동안 세상을 따뜻함으로 품어줄 수 있는 가슴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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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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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단체에서 결혼이주여성과 일대일로 멘티-멘토 관계를 맺어 줬다. 각 분야의 전문직 여성들이 멘토 역할을 하고 타국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이 멘티가 되는 모임이다. 크게 내세울 전문성이 없어서 사양했더니 푸근하고 따뜻한 이사님 성격만으로도 충분하다며 막무가내로 밀어붙여서 멘토가 됐다.7명의 멘토와 7명의 멘티가 첫 모임을 합동으로 가졌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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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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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 몇 마리 선회하며 작별 인사를 고한다. 썰물이 에둘러 먼 바다로 길을 재촉한다. 나가는 물은 허둥거리며 뻘을 게워 놓고 고르지 못한 발걸음으로 달음박질친다. 배가 몇 척 떠 있다 슬금슬금 모래펄에 주저앉는다. 물길 위로 이곳까지 온 배는 모래펄에 얹혀 휴식을 취한다. 물길에 삭은 상처를 다듬고 치료하며 배는 휴식에 들어간다. 사람들이 갈고리로 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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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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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에 정해진 노선이 있다면 똑같은 생(生)이 살아지려나. 흔히들 생은 아름다운 것이라 이미 탄생 자체로 한 생명은 손색 없는 축복이라고 한다. 우리 삶이 올 때 축복이었듯이 가는 길도 축복으로 마무리되기를 바라지만 얄궂게 꼬이는 일들이 매복해 있다가 발 걸어 넘어뜨리면 난감해진다. 그래도 바람은 세월이 공평하게 흘러서 대차대조표에 손실이 없다면 억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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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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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만 있으면 해결 못할 일이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어떤 궁금증도 손가락으로 터치 몇 번이면 성가셔 하지도, 짜증내지도 않고 친절하게 답을 보여 준다. 좋은 세상이다. 장소에 대한 공간 감각이 없어서 유난스러운 나도 이 시대 덕을 보고 산다. 사거리 이쪽에서 직진했던 길을 저쪽에서 오게 되면 처음 길이라 낯선 곳이 되고 마는 소문난 길치다. 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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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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