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일, 대법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더는 법외노조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전교조는 7년 만에 다시 합법노조 지위를 회복하게 됐다.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같은 달 11일 교육부는 박근혜 정부에서 전교조 전임자로 일하다 해직된 교사 33명이 복직할 수 있도록 시도교육청에 안내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전교조가 불법노조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은 지난 2013년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해직 교원 9명에게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면서부터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현직 교원만 조합원으로 인정되는 교원노조법상, 전교조가
오래 감염병이 지속되다 보니 국민들이 감염병 관련 전문 지식이 상당 수준 높아지고 있다.거의 올해 초부터 여행과 대면 접촉을 금하다 보니 이제는 대부분이 적응이 비대면과 조용히 지내는 것에 적응되는 것이 아니라 답답한 마음 달래 보려는 시도가 커지는 것 같다.언제까지 이렇게 지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언제 백신이 나오게 되는지 그리고 치료약이 개발되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경제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는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는 시기부터일 것이다.최소한 백신이 아니면 경증일 때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있으면 경제활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대지진은 후쿠시마 해변의 핵발전소 4기를 처참하게 파괴했다. 자연재해를 완충하던 리아스식 해안을 매립하고 세운 발전소 중 설계 수명을 무리하게 연장한 4기가 잇따라 무너졌는데, 그중 3기에서 핵연료들이 상상하기 두렵게 녹아내렸다.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제어장치 잃은 발전소에서 막대한 방사능을 치명적으로 방출한다. 방호복 없이 다가가는 생명은 즉시 절명할 정도다.담배 필터 크기의 핵연료는 수m의 지르코늅 합금관에 채워졌고, 그 대롱 수백 개를 뭉쳐 핵반응로에 넣었을 텐데, 그 뭉치는 적어도 3개 이
이번 여름은 언제 왔다 물러갔는지 모른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신없이 지내다가 삼복더위를 느낄 새가 없었다. 식당은 사회적거리 두기로 만남 자체가 줄었고 오후 9시까지 영업제한으로 매출이 평소의 반의반도 안 된다. 여기에 더해 길어진 장마와 한반도를 관통한 몇 차례 태풍이 여름을 몰아가 버렸다. 세계적 팬데믹은 8개월여 동안 계절 감각을 무디게 만들었다. 봄이면 흩날리던 미세먼지와 황사도 보이지 않았다. 송도 솔찬공원이나 소래포구, 영종도 을왕리 바닷가에는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몰려있는 인파로 인해 마스크를 끼고 옆 사람을 곁눈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이끈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은 숙부 윌리엄 4세(1765~1837)의 뒤를 이어 18세의 나이로 왕위에 올라 1901년 81세 나이로 병사할 때까지 무려 64년간 영국 및 그 제국을 통치했다. 재위 기간 청나라와의 아편전쟁(1840~1842)과 러시아와 크리미아전쟁(1853~1856)에서 승리를 거뒀고, 인도에서 세포이항쟁(1857~1858)도 무난히 진압했다. 또한 산업혁명으로 경제 발전을 이뤘고 참정권을 확대하고 국민교육체제를 보급하는 등 영국을 최고의 번영기로 이끌었다. 이 때문에
언젠가부터 서울역사박물관이 운영하는 서울역사 아카이브를 자주 방문한다. 이곳은 서울학 관련 자료 데이터베이스로 2014년부터 일반시민에게 역사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 자료는 물론 다른 지역 자료도 많아 유용하다. 고해상도 자료는 별도로 신청하면 사용할 수 있고, 웹에서 제공하는 자료도 연구용으로 충분하다. 서울역사 아카이브에서 인천자료를 다운받을 때마다 인천에서도 이런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인천에는 인천광역시립박물관, 화도진도서관, 인천개항박물관 등 공공기관이 상당량의 근대 개항기 자료를 소
지혜서에는 ‘이미 있었던 것이 후에 다시 있겠고, 이미 한 일을 후에 다시 할 것이므로, 해 아래 새것이 없다’라고 우리를 깨우치고 있다. 이는 이 땅에서 인간의 역사와 일상은 반복될 뿐이어서 새로운 것을 기대할 필요도 없을 뿐 아니라 일어나지 않는 미지의 두려운 일에 불안해 할 필요가 없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예기치 않은 일들이 실제 일어난다면 세계는 공포에 휩싸일 것이다. 많은 사람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 대역병 이후 달라질 세계의 모습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 이에 세계적인 석학 그리고 전문가집단이 예측하
오래전에 본 영화 를 다시 봤다. 주인공인 하버드 대학교의 로버트 랭던 교수는 문자를 연구하는 기호학자이다. 그는 천재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속에 숨겨진 문자기호를 해독하는 미션을 수행한다. 세상에서 사라진 문자기호를 암호처럼 해석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기호학자의 신비스런 모습이 인상적인 영화이다. 세상에는 6,000개의 언어가 존재하지만, 문자는 50여개에 불과하다. 6,000개의 언어는 목소리로 소통하고, 50개의 문자는 사람들의 말을 기록하는 도구이다. 5,000년 전에 만들어진 인류 최초의 문자
요즘 SNS나 뉴스 보기가 두렵다. 왜곡, 과장된 허위 정보가 나열된 글을 읽어 내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것보다 더욱 우리를 피곤하게 하는 것은 서로를 찔러대는 칼을 품은 말들 때문이다. 대중의 인기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연예인 중 그 ‘언어의 칼’에 찔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우도 적지 않다. 물론 날 선 언어의 칼끝이 겨냥하는 대상은 연예인만이 아니다. 정치인이나 종교인을 비롯한 유명인일 수도 있고 직장의 상사나 동료일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동종(同種)의 일을 하지만 생각이 다른 가까운 지인일 수도 있다. 대개는 상대에
어떻게 1학기가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2020년은 누구나 머리 속에 코로나19 경험이 강하게 남아 있게 될 것 같다. 2학기는 다시 학업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해서 모두 고민이 많다. 특히 간호학처럼 실습이 교육과정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에는 현장실습을 어떻게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을지에 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집단으로 모이는 경우 감염위험도가 워낙 높다 보니 모든 학생의 학업이 모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면 실습도 다양한 온라인 프로그램이
장담할 수 없어도, 뙤약볕에 바람 한 점 없는 날 홍예문을 지나면 제법 시원한 바람을 받을 수 있으리라. 편서풍이 서해안을 지나 인천에 상륙한 뒤 홍예문을 빠져나갈 때 속도가 붙기 때문일 텐데, 고교 시절, 그런 현상을 ‘베르누이 정리’라 배웠다. 구체적 내용은 잊었지만, 단위 시간에 흐르는 공기의 양은 같다고 했다. 바다로 넓게 들어온 바람이 홍예문 좁은 통로로 휩쓸리면 속도가 붙을 터.중력의 영향을 받는 바닷물도 비슷하겠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인천에서 흔히 볼 수 있을 텐데, 먼바다에서 번뜩이며 육지로 밀려드는 바닷물은 5∼6
"다른 사람과 안전거리를 유지하세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에는 팔꿈치 안쪽이나 티슈로 입을 가리세요." 코로나19 예방수칙이 몇 달만 지나면 없어지리라는 생각으로 친구를 만나거나 각종 모임을 생략한 채 지내온 것이 어느 새 반년이 넘었다. 반복해서 듣다 보니 일상이 됐고 이를 벗어나는 것이 이상하게 됐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 일상을 뒤흔들고 있고 극심한 혼돈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누적되는 생활은 우리의 미래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이 상황이 올해를 넘어 내년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 앞에 제법 큰 규모의 커피숍이 있어 집을 오갈 때 그 앞을 지나치곤 한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있는 날이 많았던 탓에 그 커피숍에 이틀이 멀다 하고 들르는 일이 많아졌다. 커피숍은 오전은 물론 오후까지도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고, 대다수는 얼핏 봐도 대학생임이 분명한 손님들이었다. 이들 대학생들은 두세 명이 함께 모여 각자의 노트북을 켜고 대화를 주고받으며 워드 작업도 하고 동영상을 시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학교라는 정해진 공간에서 교수와 학생이 대면’하던 대학의 오랜 강의
마스크 사회이다. 국민은 마스크 구입을 걱정하고, 지도자는 마스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면 지도력을 의심 받는 세상이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시민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는 일이 언제부터 보편화됐는지 궁금해 옛날 신문을 검색해봤다. 1920∼30년대 신문에서 감기 등 호흡기 질환 예방을 위해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강조한 기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당시에는 흰색 천 안쪽에 거즈를 댄 마스크가 보편적이었다. 거즈 대신 탈지면을 사용하면 호흡이 곤란해져 호흡기가 약한 사람에게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도 보인다. 그런데 기사에
마크 트웨인은 "젊은 시절의 삶을 피할 수 없는 것은 우리의 비극이다"라고 했다. 그만큼 젊은 시절의 삶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일 것이다. 더구나 미래의 불확실성이 불안과 절망으로 다가와 그들의 자아실현이 좌절될 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헤르만 헤세는 소설 「데미안」을 통해 고통스러웠던 사춘기 소년 에밀 싱클레어의 자기인식 과정을 정신분석기법으로 보여줬다. 그 첫째 관문이 불량 학생 프란츠 크로머와의 관계이다. 싱클레어는 크로머를 통해 온실 밖의 어두운 곳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는 크로머와 같은 부류에 인정받고 싶은 충동에서 동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대학생들의 심리 상태를 한 단어로 압축한다면 불안이다. 불안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이 편하지 않고,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를 뜻하는 심리적 단어이다. 코로나19로 누려야 할 젊음의 상징인 자유를 저당 잡히고, 불확실한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자신의 뒤숭숭한 모습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불안한 분위기 조성에 언론매체도 한몫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로 추락하는 산업의 구체적 사례로 항공, 관광, 공연 등의 경제적 수치를 보여주면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렇다! 대학생들이 교수들의 수준 낮은 온라인 강좌에
제21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난 후, 그악스러웠던 바이러스 공세가 잠시 주춤해지자 균형을 잃었던 삶의 기제들이 모두 제자리로 돌아오는 듯한 위장된 조용함을 우리는 경험했다.그래서 눌렸던 스프링이 튀어 오르듯 타의에 의한 유폐의 시간을 힘겹게 견뎌오던 많은 사람들은 일제히 거리로, 공원으로, 술집으로 몰려갔다. 하지만 본디 발생 배경이 불확실한 조용함은 대개 날카로운 칼날을 품고 있는 법이다. 초대형 태풍도 그 눈 속은 고요하다. 눈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조용한 사람의 폭발하는 성정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조짐도 없이 도둑처럼 은밀
중국에서 작년 말 시작한 코로나19가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확진한 환자가 540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은 34만 명을 넘었다. 코로나19 유행 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 감염병 유행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감염병은 일반적으로 피해 규모보다 심리적인 공포가 더 먼저 나타나고 이로 인한 피해가 실제 피해보다 먼저 나타난다. 감염이 진정되면서 다시 안정을 찾아가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번 코로나19는 장기전으로 들어가면서 심리적 불안과 경제적 위축,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고 당국은 예방 지침을 지키지 않으면서 생활하는
벌써 10여 년 전인데, 구청에서 주최한 강연에 나섰더니 담당자는 강사료라며 지역 상품권을 내밀었다. 전국 규모의 대형 도소매점이 아니라면 인천 어디서든 사용 가능한 그 상품권으로 무엇을 구매할까?전통시장의 작은 주점에서 친구와 모처럼 잔을 기울이기로 했다. 몇 순배 주거니 받거니 하다 상품권을 내미니 주인이 처음이라며 당혹해했다. 단골인 친구의 설명을 듣고 억지로 받았어도, 낯설어 했다.다시 그 주점을 찾았다. 남은 상품권을 다 쓸 요량이었는데, 주인은 반색하며 같은 상품권을 모두 받았다.지난번 상품권을 은행이 현금으로 바로 바꿔
1347년부터 4년여에 걸쳐 유행한 페스트는 유럽에서만 3천만여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당시 유럽인구 절반 가까이 사망했다는 자료도 있다. 페스트로 인해 전 세계에서 약 1억 명이 희생됐다고도 한다. 대역병은 지배계층인 영주, 기사와 성직자 중심의 중세 유럽 봉건제도를 뿌리째 흔들어 놓았고 경제와 사회, 개인 생활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 페스트로 가장 심대한 타격을 받은 것은 교회의 권위였다. 페스트가 돌자 고위 성직자가 앞다퉈 도망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교회에 대한 신뢰를 버리기 시작했다. 많은 성직자가 병으로 사망한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