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에서 은퇴한 선배 주위에는 늘 후배들로 가득했습니다. 저도 선배와 함께하는 시간이 무척 즐거웠고 편안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선배 주위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드는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답을 선배의 말투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과는 다른 생각을 펴는 후배에게 선배는 늘 웃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그래? 그럼 그렇게 한번 해봐!"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대개 두 종류로 나뉩니다. 하나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고 ‘네가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며 팔짱을 끼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전적으로 그를 믿고
바나나 껍질을 벗길 때 꼭지부터 벗겨 먹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원숭이들은 꼭지를 움켜쥐고 반대쪽 끝부터 벗긴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그렇게 해보았습니다. 훨씬 수월했고 이물질이 묻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동안은 예전처럼 껍질을 벗기는 제 모습을 봐야만 했습니다. ‘변화’를 외치는 목소리가 요즘 매우 거셉니다. 변화는 기존의 것이 파괴돼야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누구나 변화를 쉽게 말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변화를 이뤄내지는 못합니다. 파괴에 따르는 저항의 강도가 무척 세기 때문입니다.「인생 수업」(법륜 저)에서 저자는 "죽은
고위직 청문회를 보면서 화려한 이력을 가진 후보자들의 삶이 하나씩 벗겨질 때마다 시커먼 욕망이 드러나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의 삶이 소위 ‘잘난’(?) 사람들만의 전유물은 아닐 겁니다. 「카리스마 유머」(김진배 저)에 저울로 물건을 달아 파는 상인과 그의 아내가 나눈 대화가 나옵니다. 남편이 "여보, 오늘 저 집에서 물건 사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의아해하는 부인에게 그 이유를 말해줍니다. "우리 집 저울을 오늘 빌려 갔거든."욕망을 부채질하고 모든 것의 가치를 돈으로 매기는 자본주의의 거
상황 때문에 불행해지는 게 아니라 그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음 때문에 불행해지곤 합니다. 상황은 외부적인 요인이라서 내가 바꿀 수 없지만, 마음은 내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시로 올라오는 부정적인 마음을 경계하고 조절할 수 있어야 행복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카네기는 "이상은 우리 마음속에 있다. 동시에 이상의 달성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장애들 또한 우리 마음속에 있다. (…) 부정적인 요소란 바로 욕구불만, 공격성, 불안, 우유부단, 원한, 공허감 등등의 실패 기제들을 말한다. 이것들이 한데 모여 성공과
오늘은 ‘부부의날’입니다. 「좋은 생각」(2018년 12월호)에 실린 황새의 사랑법을 알고는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크로아티아의 어느 마을에 사는 스테판 보키크 씨는 사냥꾼에게 상처를 입은 암컷 황새 멜라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멜라나를 치료하고 가족으로 맞이했지만 멜라나는 더 이상 날 수 없었습니다.어느 날, 멜라나는 수컷 황새 클레페탄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둘은 부부의 연을 맺고 보키크 씨의 지붕에 있는 둥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황새는 철새라서 클레페탄은 여름이 끝
내일은 ‘스승의날’입니다. 요즘은 스승의날 행사가 사라졌지만 제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감동의 눈물을 흘리곤 했던 날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2012년 1월 6일자)에 하버드대학과 컬럼비아대학의 경제학 연구팀이 20년에 걸쳐 약 250만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관찰한 결과가 실렸습니다. 이에 따르면, 초중고 시절에 훌륭한 선생님을 만난 학생은 10대 때의 임신 확률이 낮았고, 대학 진학률이 높았으며, 성인이 됐을 때 경제적으로 더 풍요로웠습니다. 때로는 삶을 포기할 만큼 절박한 상황에 놓인 제자를 살려내는 것도 선생님의 사랑입니다.
1980년대 대박이 터진 영화 ‘고래사냥’이 다음 주에 재개봉된다고 합니다. 이 영화에 대한 좋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배창호 감독은 "내가 주고 싶은 위안은 당신 안에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진정한 힘이 있다는 것, 자연 치유력이 있다는 것, 일깨우는 사랑이 있다는 것이고, 이것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합니다.소심하고 조금은 덜 떨어진 듯한 병태(김수철 분)는 짝사랑하던 여대생에게 실연당해 절망 속에서 살던 어느 날 고래를 잡겠다며 집을 나섭니다. 그리고 우연히 걸인으로 살아가는 민우(안성기 분)와 충격으로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극작가 버나드 쇼의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묘비명이 지금까지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 문장만 보면, 그가 게으르고 우유부단했던 자신의 삶을 후회하고 있는 글이라고 여기겠지만, 사실 그의 삶은 그와 정반대였습니다. 「내 영혼의 산책」(박원종 저)에 그의 삶이 그려져 있습니다. "1879년부터 1883년까지 다섯 편의 소설을 썼으나 출판사로부터 거절당하는 등 많은 실패를 거듭했다. 게다가 글에 대한 평판도 나빴다. 심지어 ‘감상적인 오락가’라는 비난마저 들어야 했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말 한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동했지만 때로는 그 방법이 서툴러서 오해를 받곤 합니다. 이런 경우가 특히 중년 남성들에게서 종종 일어납니다. 어려서부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억압당하며 자란 탓이기도 할 겁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이 사랑의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래도록 관계를 좋게 유지하려면 사랑의 올바른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은 다음의 이야기에서 그 방법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아내와 나는 20년 동안 가게를 하면서 참 많은 손님을 만났다. 그 가운데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된 지금, 제 삶을 되돌아보면 그렇게 살지 못했습니다. 어릴 때는 그 말을 들으면 ‘그래야 하나 보다’라고 받아들였지만, 지금은 그 말을 접할 때마다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진실한 사랑을 실제로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따뜻한 영혼을 위한 101가지 이야기」(잭 캔필드 저)에 나오는 다섯 살짜리 소년의 삶이 좋은 예입니다. "내가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할 때, 희귀한 중병을 앓는 리자라는 여자아이를 알게 됐다. 리자가 살 수 있는 한 가닥 희망은
세상을 시끄럽게 달구던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가 끝났습니다. 당선자에게는 축하를, 낙선자에게는 위로를 건넵니다. 부끄러운 선거판을 접하면서 「깜」(이문영 저)에 나오는 제나라 선왕과 맹자가 나눈 문답이 떠올랐습니다. 당시 선왕이 나라를 잘못 다스려 백성의 원성이 자자할 때, 맹자가 "만약, 신하 가운데 자기 처자식을 친구에게 부탁하고 멀리 다른 나라에 다녀왔는데, 그 친구가 자기 신하의 처자를 헐벗고 굶주리게 했다면 어떻게 처리하겠습니까?"라고 묻자, 선왕은 "당연히 절교하라고 하겠소"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맹자는 "그럼 여기 법관
서울과 부산의 시장을 뽑는 선거일이 다가옵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뉴스에서 들리는 소식은 어둡기만 합니다. 후보들의 주장은 매우 단순합니다. "너는 나쁜 사람"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누가 당선돼도 그는 ‘나쁜 사람’이 되고, ‘나쁜 사람’을 시장으로 둔 시민들의 자존감은 크게 손상되고 말 겁니다. 맹자는 지도자의 덕목을 ‘종신지우(終身之憂)’, 즉 ‘목숨이 다할 때까지 잊지 말아야 할 근심을 갖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선거에서 내가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개인의 근심이 아니라 ‘국민이 고통에서 벗어나게끔 내가 평생 할
창업을 준비하는 한 대학생이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해서 은퇴한 노부부가 운영하는 커피숍에 들어갔습니다.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나누던 사이여서 그런지 주인은 "가게 문을 닫을 수도, 그렇다고 열어둘 수도 없어 난감합니다"라고 속마음을 드러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친구의 얼굴이 아른거렸습니다. 1년 전에 새 사업에 투자했다가 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는 바람에 얼굴이 바싹 타버린 그가 떠올라 가슴이 아팠습니다. 구원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듯한 그들의 모습을 헤아릴 때 문득 조용필 씨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노랫말이 생각났습니다. "
"어린 새 한 마리를 데려다가 병에 넣어 길렀다. 이제 너무 자라서 꺼낼 수가 없다. 그냥 두면 더 커져서 죽을 거고, 병도 깰 수 없다. 말해 보라. 새도 살리고 병도 깨지 말아야 한다. 너희가 늦게 말하면 말할수록 새는 빨리 죽게 된다. 말해봐라."「재미있고 신나는 웃음 백서」(유머연구회 저)에 나오는 이 화두는 큰스님이 제자들의 학문의 깊이를 알아보고자 던진 말씀입니다. 제자들은 아무리 고민해도 답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가위로 자르면 되느니라"라고 했습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난감해하는 제자들에게 스님은 이
사람은 보이는 것만을 믿으려 합니다. 그래서 보이지 않으면 불신하곤 하죠. 그런데 사람마다 보이는 것은 제각각입니다. 이런 이유로 갈등과 다툼이 계속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을 헤아릴 수 있어야 불신과 갈등이 줄어듭니다.‘거지의 밥그릇’이란 제목의 글이 「현자들의 철학 우화」(한상현 저)에 실려 있습니다.골동품을 모으는 게 취미인 스승에게 제자가 찾아왔습니다. 거실 곳곳에는 귀한 골동품들이 즐비합니다. 그런데 전에는 보지 못한 그릇이 하나 보여서 제자가 어디서 구했냐고 물었더니, 스승은 구걸하다가 죽은 거지가 들고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바람이 꽤 불던 어느 추운 겨울날, 친구들과 얼어붙은 냇가에 나가 연을 날렸습니다. 친구들처럼 저도 하늘 높이 연을 날리고 싶었지만 제 것은 이내 곤두박질치는 바람에 울음을 터뜨린 기억이 납니다. ‘강풍’이라는 고통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비상과 추락이 결정될지도 모릅니다. ‘나는 도저히 연을 날릴 수 없어!’라는 마음이 다시는 연을 날리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할 테니까요. 그래서 영원히 연을 날릴 수 없는 초라한 사람이 돼버리고 맙니다. 원래 날개가 없이 창조된 새들이 날개를 달게 된 우화가 「내 영혼
평생을 힘겹게 살아오신 어느 할머니가 길을 가다가 커다란 강을 만났습니다. 그때 천사가 나타나서 "강을 건너기 전에 이 샘물을 마셔요. 그러면 세상의 모든 고통을 잊을 겁니다. 그러나 고통뿐만이 아니라 행복했던 모든 기억도 함께 잊게 될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스 전설인 이 이야기의 할머니는 어떻게 답했을까요? 마시지 않으면 고통 때문에 괴로울 것이고, 마신다면 기쁘고 즐거운 기억까지도 사라질 텐데 말입니다.겉으로 봐서는 아무 걱정도 없이 사는 사람도 속을 들여다보면 고민거리를 안고 살아갑니다. 웬만큼 친하지 않으면 말을 하지
삶은 수없이 많은 ‘만남’으로 영글어갑니다. 세월이 한참 흘렀는데도 그 만남이 여전히 기쁨과 유익함을 주고 있다면 ‘인연’이라 하고, 그렇지 않고 상처로 얼룩져 있다면 ‘악연’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똑같은 사람을 두고도 그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인연’으로 남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악연’이 돼 원망과 분노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인연과 악연을 구분하는 기준은 ‘유익함’입니다. 유익하다는 것은 곧 성장한다는 뜻입니다. 그를 만나면서부터 내가 성장했고, 나를 통해 그가 성장했다면 인연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 만난
갓난아기가 입을 떼기 시작하면 어른들은 무척 행복해합니다. 아기가 뭐라고 옹알거리면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줍니다. 옹알이에 나름대로 해석을 하며 아기가 기특하다며 기뻐합니다. 이렇게 아기는 들어주는 사람의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 자랍니다. 이게 자연의 이치이고 관계의 정석입니다. 경청이야말로 상대를 성장시키는 최고의 명약입니다. 「지혜의 한 줄」(리민)에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여인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남자의 비밀을 알려주는 예화가 있습니다. 친구가 그 비밀을 묻자, 그는 아주 간단하다며 마음에 드는 여인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목로주점은 좁고 길게 만든 테이블이 있는 오늘날의 ‘바(bar)’와 같은 선술집을 말합니다. 목로주점을 떠올리면 왠지 경쾌하고 벅찬 느낌이 듭니다. 아마도 이연실 씨가 부른 ‘목로주점’ 때문인 듯합니다. "멋들어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로 시작하는 노래는 친구와의 진한 우정이 드러나는 가사, ‘언제라도 그곳으로 찾아오라던, 이왕이면 더 큰 잔에 술을 따르고, 이왕이면 마주 앉아 마시자 그랬지"로 이어집니다. 비록 지금은 힘들지만 오가는 술잔에 용기를 내고, 친구의 위로에 눈물을 떨구다가도 내일의 꿈을 이야기할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