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가 지난 12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 상품 관세 인상과 송금 및 비자 발급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 직전 산케이신문도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식처럼 한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물리면 좋겠다"고 했다는 보도를 했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잘못을 반성하기는커녕 한국 법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사안에 경제 보복 운운하는 건 한마디로 ‘협박’이다. 더욱이 아소 부총리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인 1만2천여 명을 강제 노역으로 부린 악명 높은 ‘아소 탄광’ 사...
미세먼지 공습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대란’이라고 부르는 관계자도 있을 정도다. 정부와 국회는 국가재난사태 선포라도 할 듯이 온갖 대책을 내놓거나 준비 중에 있다고 한다. 미세먼지 배출원이 자동차와 난방·발전이라는 얘기는 오래전에 나온 바 있고, 그 배후에 중국의 석탄발전소가 있다는 보도도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한다면 아직 정확한 원인과 현황을 모른다고 해야 옳다. 워낙 여러 군데서 미세먼지가 생기는 데다 배출원을 알아도 줄이는 방법이 마땅치 않거나 상당히 오래 걸린다는 건 알고 있는 바다. 중국 쪽과 인공강우 관련 기술을...
베트남 혁명의 아버지로 불리는 호찌민(1890~1969)은 철저한 공산주의자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사회주의 독립투쟁가였고, 미국에 대해서 호의적인 시각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가 하노이에서 베트남 민주공화국 독립을 선언할 당시 국명에 ‘사회주의’라는 이름을 넣지 않았으려니와 독립선언문 첫머리를 미국의 독립선언서에서 빌려와 거의 같게 한 일을 우연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자명한 진리라고 생각한다. 모든 인민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조물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는데 그러한...
100년 전,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3·1독립만세를 뒷받침하는 독립선언이 잇달았다. 일련의 선언은 우리의 자주독립국가를 향한 민중들의 의지를 더 다지게 했고, 국제사회에 한민족의 독립에 대한 뜻과 열망을 드러내는 거사였다. 그 토대 위에서 마침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됐다. 곳곳에서 임정 수립 100주년을 맞는 기념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예전처럼 형식적 행위로 그쳐서는 안 된다. 지금의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100년 전의 그 정신이 실현하고자 했던 나라가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고 그동안 우리가...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는 목소리가 들린 지 꽤 됐다. 자영업자들, 특히 전통시장 소상인들의 비명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대통령도 이 소리를 귀담아 들었다는 보도다. 그런데 전국의 지자체에서 획기적인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책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물론 관계자들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머리를 쥐어짜고 있을 테지만 말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중국의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쟁적 야간 경제에 대한 관심과 정책은 참고 삼을 만할 것이다. 그들 역시 미·중 무역 분쟁 여파로 주가 하락, 부동산 가격 침체, 실업률 증...
김구 선생의 반제·반봉건의 동학 가담과 민비 시해에 대한 복수로 일본의 특무장교 살해 사건에서 국가와 민족에 대한 열렬함과 강인한 투쟁 정신을 볼 수 있다면 ‘나의 소원’에서 밝힌 진정한 문화국가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독립신문 1898년 2월 15일자를 보면 "갇힌 지가 지금 3년인데 옥 속에서 주야로 학문을 독실하게 하며 또한 다른 죄인들을 권면해 공부를 시키는데 그 중에 양봉구는 공부가 거의 성취됐고 이외의 여러 죄인도 김창수와 양봉구를 본받아 학문 공부를 근실히 하니 감옥 순검의 말이 인천감옥소는 옥이 아니라 인천감리서...
어떤 인물이 인재이며, 발탁해 어떻게 쓸 것인지는 전설시대부터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회자된다. "누가 당면한 과제를 가장 순조롭게 해결할 수 있을까?"라고 요순임금은 주위에다 끊임없이 물었다. 즉 일 처리 능력을 중심에 놓고 인재를 구했다. 조선 후기 지식인 최한기는 이에 대해 인재에게 중요한 건 백성을 다스리는 재능인데 이를 치민(治民)과 안민(安民) 두 가지로 집약해 설명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슬기롭게 처리해서 백성들에게 해로움을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치민이라면, 그런 능력 있는 인재를 발탁해 적재적소에 배치함...
1. 17일 오전 서울시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7년의 세 배가량 됐다. 이에 대해 중국의 생태환경부 류유빈 대변인은 "서울에 있는 미세먼지는 서울에서 나온 것"이라며 중국의 영향이 아니라고 해서 논란이 일었다. 물론 서울의 대기 질이 나빠지는 것이 전적으로 중국 탓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이나 지난 5일 수도권 미세먼지는 중국의 대기 오염물질이 북서풍 기류를 타고 유입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당시 영향이 약 33% 정도라고 한다. 여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초미세먼지가 대부분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통해 만들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미국에서 10만 부 남짓 팔렸을 뿐인데 한국에서는 130만 부가 넘게 팔렸다. 한국이 정의로운 사회여서였을까? 1. 조재범 전 국가대표 쇼트트랙 코치의 선수 상습 성폭행 사건은 대답의 하나일 수 있다. 담당 변호사는 "고소를 하고, 소송까지 가도 판결문은 의미가 없다. 선수는 대들어봤자 손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그때도 연맹에서는 선수를 전혀 보호하지 않는다. 대한체육회도 방관하기는 마찬가지다. 구조의 문제라기보다 개인 문제만 남는다"고 하면서 평생 딸을 뒷바라지 해온 심석희의 아버지는 "굉장히 ...
기해(己亥)년 새해는 아직 오지 않았다. 각종 언론에서는 2019년 기해년이라고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한 달쯤 더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기해년에는 최고통치자에 얽힌 정치적 풍랑이 거셌다. 그런 의미에서 기해년의 새해가 밝았다는 말은 그리 틀리지 않는다. 그리고 ‘집권 3년차 증후군’이라는 정치적 전설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임기 3년이 지나면 당정 관계에 레임덕이 옵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임기 6년차의 저주’라는 연구 논문이 나와 있는 걸 보면 대통령제 아래서는 레임덕 문제가 책임정치의 장애 사유가 되는 것을 ...
#. 강원도 폐광촌의 한 마을 전체가 호텔로 변신 중이다. 기존 호텔은 커다란 한 건물 안에서 자고 먹고 마시고 하는 시설이 모두 갖춰져 있으나 이곳은 길과 골목을 따라서 잠은 이 건물에서, 식사는 저 건물에서, 다른 일은 또 다른 건물에서 하도록 한다. 물론 이 건물들은 대개가 바로 옆에 위치한다. 주민들은 모든 서비스를 호텔급으로 하겠다는 포부다. 인구 200명 남짓의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18리가 그곳이다. 마을 호텔은 오는 6월이면 문을 연다. 마을 만들기위원장은 "정부의 힘 있는 기관이라도 우리 마을을 살리지 못한...
동북아 3국의 관계가 기묘하게 전개되고 있는 징후가 여럿이다. 40년 전 당시의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이 결정한 개혁·개방정책의 성공으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온 중국이지만 최근에는 미국과의 통상전쟁을 비롯해 주요 국가들의 중국 굴기에 대한 견제 움직임이 뚜렷해지자 개방 전면 확대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18일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에서 시 주석은 개혁 심화와 함께 고품질 경제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권리 확대 등을 내걸었다. 간단치 않은 중국 경제의 불안 요소...
‘위기의 시대’라고 한다. 따지고 보면 위기가 아닌 시기가 과연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요즘 우리의 위기는 심각하다고 보기에 충분하다. 특히 ‘사람을 믿지 못하는 위기’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 Survey)의 타인에 대한 신뢰 수준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국 가운데 최하위인 27%(2010∼2014년 조사). 5∼6년 전 조사이므로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겠으나 두 전직 대통령과 권력기관 책임자들의 단죄와 감옥행 외에도 사법 농단, 공금 횡령, 부정 취업, 불법 사찰, 권력기관 사칭에 ...
#1. 타이완 남부의 고도 타이난에는 일제식민기인 1942∼45년에 시장을 역임한 일본인 하토리 마사오의 업적을 기린 동상이 버젓이 서 있다. 정확히 말하면 흉상인데 2002년에 세워졌다. 하토리 마사오 시장의 업적은 별로 대단치 않아 보인다. 그는 황국신민화 운동이 한창인 당시 타이완에서 가장 오래된 종(鐘)을 무기 제작용 고철로 징발되는 걸 막는 등 문화재 보호에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태평양전쟁 중임에도 예산을 편성해 적감루(크칸러우) 복원 사업을 진행했다. 적감루는 17세기 네덜란드 점령기 때 섬 전체의 지휘부가 있었던...
요즘 중국에서는 50여 년 전의 인물 찬양이 한창이라 한다. ‘레이펑 동지에게서 배운다[向雷鋒同志學習]’던 마오쩌둥의 지시가 부활한 것이다. 레이펑은 누군가? 중국 문화대혁명의 아이콘이었다. 인민군 병사였던 그는 스물두 살이 되던 1962년 랴오닝성 푸순에서 사고로 죽었다. 그의 유품인 일기장에 "녹슬지 않는 혁명의 나사못이 되고 싶다"는 구절과 함께 "마오쩌둥에 대한 충성이 당과 국가에 대한 충성"이라는 다짐이 적혀 있었다. 이 사연을 들은 마오쩌둥이 옳다구나 하고 그를 영웅의 대오에 올려놓고 국민들에게 충성을 요구했다. 지...
얼마 전 중국과 미국의 다방면에 걸친 첨예한 대립을 상징하는 일이 있었다. 미국의 최신형 구축함과 순양함 두 척이 보란 듯이 타이완의 요충지 진먼다오(金門島) 앞바다를 위협 시위하듯이 통과했다는 보도였다. 진먼다오, 그곳은 중국 쪽에서 볼 때 뼈아픈 역사의 현장이고, 오늘날에는 인기 있는 관광명소로서 세상의 이목을 끌고 있는 특이한 상징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 섬은 한국전쟁 이후 중국군이 국제적 비난을 무릅쓰고 최대의 포격을 가했던 이른바 ‘진먼 포격’이 벌어진 곳이다. 중국 본토와는 2㎞ 남짓이지만 타이완과는 200㎞가 넘...
베이징 교외에 새로 개발 중인 ‘슝안신구’는 눈앞의 문제를 뛰어넘어 미래를 먼저 실험하는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그곳에서는 자율주행 중심으로 이뤄진 교통수단을 지하로 처리하고, 지상의 40% 면적을 숲으로 유지하겠다는 계획과 무인마트를 도입하고 로봇 경비를 배치, 블록체인으로 부동산 거래를 하는 등 미래 신도시 실험으로 관심을 모은다. 한국에서도 스마트 도시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다. 부산시와 세종시에서 시범사업도 시작됐다. 사용할 기술은 미래를 겨냥하고 있고, 사람중심과 환경적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가 내걸려 있다. 사실 ...
"드라마 속 배경이 되는 옛 건물에서 차를 마시고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골목길 투어가 가능한 곳이 원도심"이라는 허종식 인천 정무부시장의 설명은 꽤나 서사적이다. 그가 지난주 중구의 자유공원 내 제물포구락부에서 ‘원도심 재창조 프로젝트’를 발표한 것부터가 조금은 그런 멋을 의식한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는 덧붙여 이런 얘기도 했다. "지금은 전시관 용도로 찾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맥주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라면 보다 많은 관광객이 찾지 않겠느냐." 그리고 이곳 맞은편에 있는 옛 인천시장 공관...
35년 전 홍콩의 사업가 후잉샹(胡應湘) 합화실업(合和實業) 회장이 중국 광둥성 주하이(珠海)에서 홍콩까지 연결되는 ‘링딩양대교’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때 베이징의 중앙군사위 주석에 선출된 실력자 덩샤오핑(鄧小平)은 홍콩의 중국 반환협정을 앞두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으나 그 실현은 100년 후에나 가능한 것으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중국 토목기술로 50㎞가 넘는 해상대교를 건설한다니…. 더구나 홍콩 반환은 논의 중인 사안으로 마카오의 반환까지 포함하면 요원한 일이다." 홍콩의 상당수 언론은 이런 기사를 게재하면서 ...
요즘 경제를 걱정하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문제로 거론되는 세계체제―분단체제―국내체제를 연결한 시스템으로 인식하는 체제적 접근법의 결여와 특히 중·미 관계가 가져올 강력한 변수에 대해 파악과 적응이 너무 느리지 않느냐는 지적이 많다. 한국은 동아시아권 및 북미권과 긴밀한 연결망을 형성하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에 비하면 네트워크의 외곽에 위치해 있고,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중·미 통상 분쟁은 이제 단순치 않다는 것이 정설이다. 최근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명성을 날린 바 있는 워싱턴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