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에 유행한 ‘지영이 백(bag)’이라는 가방이 있다. 짙은 갈색 바탕에 루이비통 무늬로 채워진 이 백은 여성들의 워너비 아이템이 돼 짝퉁이 범람할 만큼 유행했다. 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는 뜻에서 ‘지영이 백’으로 불렸는데, 여성 이름의 대명사가 ‘순희’나 ‘영희’에서 ‘지영’이로 옮겨 간 것이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그 이름이 대변해 주듯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법한, 특별하지 않은 삶을 그린 작품이다. 하지만 소설 출간 후 젠더 갈등을 야기할 만큼 논란이 됐고, 동명 영화
문학, 연극, 음악, 무용, 회화와 같은 예술은 언제, 누가 탄생시켰는지 그 시작이 분명하지 않다. 다만, 인류 등장과 함께 주술적이고 제의적이며 유희적 차원의 표현이 점차 그 모습을 갖춰 나갔을 것으로 추정한다. 반면 영화는 그 기원이 명확한 예술이다. 카메라 등장 이후 대중에게 소개된 영화는 19세기 후반인 1895년 12월 28일 프랑스의 한 카페에서 뤼미에르 형제가 다수의 관객에게 선보인 작품을 최초로 삼는다. 사실 뤼미에르 이전에도 영상을 공개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나 최초라는 타이틀이 이들에게 돌아간 까닭은 공공장소에서
칙릿(chicklit)은 젊은 여성을 뜻하는 속어인 ‘chick’과 문학을 의미하는 ‘literature’의 합성어로, 2030 여성들의 일과 사랑을 다룬 소설을 말한다. 사랑에 포커스가 맞춰진 로맨스 장르와의 차이점은 자신의 직업과 삶에 대한 고민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영화 ‘굿모닝 에브리원’은 전형적인 칙릿 영화로 새로운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을 다룬 작품이다.경영난으로 해고된 지방 방송국 PD 베키는 메이저 방송국 재취업에 성공한다. 생방송 아침 정보 프로그램을 맡아 들뜬 마음으로 부서를 찾지만
영어 표현에서 사회통념과 남편의 의사에 무조건 따르는 순종적인 아내를 스텝포드 와이프(Stepford Wife)라 부른다. 이는 현모양처와는 뉘앙스가 다르다. 왜냐하면 스텝포드 와이프는 남편에게 완전히 제압된, 남편의 요구사항에 따라 구성된 일종의 맞춤형 아내이기 때문이다. 이 용어는 1972년 아이라 레빈의 스릴러 소설 「스텝포드 부인들」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다. 이후 1975년 동명 영화가 개봉했고, 2004년에는 리메이크됐다. 오늘 소개하는 2004년 영화는 원작에서 느껴지는 공포 정서보다는 풍자적 성향이 강한 블랙코미디 작
강수연은 ‘씨받이’(1986)와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로 베니스영화제와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국내 여배우 최초로 ‘월드스타’라는 호칭을 얻었다. ‘칸의 여왕’이라 불리는 전도연은 ‘밀양’(2007)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4년 국내 배우 최초로 칸영화제 심사위원까지 맡는 영예를 누렸다. 거론된 두 명의 배우 외에도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여배우는 활동 시기와 영향력에 따라 다양하다. 그 중 이 여배우를 빼놓고 우리 영화를 논할 수 없다는 사실만은 분명할 것이다. 데뷔와 동시에 대종상과
새롭고 색다른 영화를 마주했을 때 대중의 첫 번째 반응은 낯섦이다. 새로운 시도라 하더라도 난생 처음 접하는 소재와 스타일이라면 신선함 보다는 이질적인 느낌을 먼저 받는다. 그런 이유로 이명세 감독의 빛나는 데뷔작 ‘개그맨(1989)’은 당시 철저히 외면 받다 뒤늦게 진가가 알려진 작품이다. 1980년대 한국영화는 리얼리즘 계보 속에서 민감한 사회적 이슈를 비판적으로 다루던 시기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개봉한 영화 ‘개그맨’은 말 그대로 ‘갑툭튀’였다. 꿈을 쫓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으로 그린 이 영화는 시각적 스
유재석, 비, 이효리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혼성 그룹 싹쓰리로 뭉쳤다.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인물들인 만큼 이들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싹쓰리는 자신의 20대 청춘이 숨쉬던 1990년대 중·후반의 분위기를 화려하고 낭만적인 레트로 감성으로 전했다. 1990년대 대한민국은 IMF가 닥치기 전까지 문화·제적으로 가장 풍족했고, 자유로웠으며, 개성적인 시기였다. 그렇다면 1980년대는 어땠을까? 1980년대는 1990년대와는 여러모로 결이 다른 시대였다. 1980년대 초반을 담은 영화 ‘꼬방동네 사람들’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당시 가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인 아카데미에서 남우 혹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일은 배우 인생에 있어 최고의 영광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우주연상 수상자에게 찾아오는 불행한 징크스가 있었으니, 바로 ‘오스카의 저주’다. 오스카의 저주란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배우의 커리어는 상승곡선을 그리는 반면 사생활은 파국으로 치닫는 패턴을 일컫는다. 오스카의 저주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2001년부터 12년간 9명의 정상급 여배우들이 연인과 결별할 만큼 악명 높은 이 징크스는 사실 1930년대부터 시작됐다. 베티 데이비스, 진저 로저
결혼생활의 위기, 부부의 갈등은 느닷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아니다. 오랜 시간 누적된 잘못된 상호작용의 결과가 결국 관계를 흔든다. 1952년 영화 ‘사랑하는 시바여 돌아오라’의 중년 부부의 위기를 탁월하게 다룬 심리드라마다.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던 서로에 대한 불만, 불안, 죄의식은 하숙생을 집안에 들이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다.의대에 진학했으나 학업을 마치지 못해 척추교정사로 일하는 딜레이니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단정하고 흐트러짐 없는 태도의 그는 아내의 아침 식사도 손수 챙기지만 다정한 성격은 아
기상 시간에 일어나 씻고 출근하고, 업무를 보고 퇴근해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다 마무리하는 하루. 누구나 그러하듯 일과는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된다. 그런 시간이 쌓여 일주일, 한 달, 일 년을 채운다. 이처럼 대다수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이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도전적인 과제가 되기도 한다. 지적장애인이나 자폐성장애인 같은 발달장애인들은 언어, 신체표현, 자기조절과 같은 능력이 크게 지연돼 일상생활 및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가족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그 도움이라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영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과 희극의 구분을 재현하는 대상의 차이에서 봤다. 진지한 사람을 다루면 비극, 다소 모자라거나 우스꽝스러운 인물을 내세우면 희극으로 분류했다. 반면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바이런은 죽음으로 끝나면 비극이고, 결혼으로 끝나면 희극이라 했다. 이 경우 결혼은 축제와 환희 같은 희극적 맥락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결혼이 늘 기쁨으로 가득 찬 것은 아니다. 인내와 배려의 덕목이 결혼생활을 지속시킨다. 영화 ‘45년 후’는 45년째 함께 살고 있는 부부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오랜 결혼생활로 서로의 습관이나 건강
웹툰 원작 영화 사상 최초로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신과 함께-죄와 벌’은 한 남성이 저승에서 49일 동안 일곱 번의 재판을 받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생전의 업에 따라 다음 생이 결정된다고 믿는데, 그 기간이 49일이다. 칠칠재로 불리는 49재는 7일째마다 7회에 걸쳐 죽은 이의 명복을 비는 천도재로, 영혼을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한 의식이다. 요즘은 마지막 49일에만 재를 지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록 재의 횟수는 한 번으로 간소화됐지만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 동안 여행을 가거나 음주가무를 즐기는 행동은
때이른 무더위와 함께 공포영화가 돌아왔다. 코로나19로 침체된 극장가는 한국산 좀비 영화 ‘#살아있다’가 예매율 50%를 돌파해 재기의 청신호를 켰다. 갑작스레 좀비가 된 사람들과 통제 불능에 빠진 도시, 고립된 남녀의 생존기를 그린 영화 ‘#살아있다’가 관객이 급감한 영화계의 구원투수가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K-좀비의 흥행 파워는 2016년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부산행’을 시작으로 넥플릭스 드라마 ‘킹덤’에 이르기까지 대중의 큰 사랑으로 입증됐다. 좀비란 서인도제도 아이티 섬의 부두교 의식에서 유래된 것으로, 살아있는
1994년은 어떤 해였을까? 이 질문에 우리는 개인적인 삶을 토대로 아름답거나 치열했던 시절을 떠올릴 것이다. 역사적인 맥락에서 봤을 때 1994년은 김일성 사망과 성수대교 붕괴라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 해였다. 또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국가적 열망이 팽배했던 시기로, 성장을 지향하는 사회 분위기는 높은 학구열로 나타났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관계망 속에서 개별적인 삶을 살아간다. 영화 ‘벌새’ 속 은희의 이야기도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의 기록을 담았다. 그러나 1994년이라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한 소녀의 이야기
시대를 앞서 간 예술가들은 당대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경우가 많다. BBC가 선정한 영국의 위대한 작가 2위에 오른 제인 오스틴도 그렇다. 42세라는 짧은 생애 동안 단 6편의 작품을 발표한 그녀는 대중적 인기와는 별개로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으며, 평단의 비평 또한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그녀는 세계적인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뒤를 이을 만큼 자국민의 깊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17년에는 사후 200주년을 맞이해 10파운드 신권 지폐의 인물로 선정됐다. 남녀의 사랑과 결혼이라는 진부하고 통속적인 이야기 속에서도 인간과
70억 인구 중 절반이 여성이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가정을 이뤄 엄마가 된다. 따라서 엄마라는 이름의 다양한 여성들을 하나의 성향으로 묶을 수는 없다. 하지만 엄마라는 단어에는 언제나 따뜻함이 묻어 있다. 지치고 힘들어 위로받고 싶을 때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름이 바로 엄마다. 좋은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고 싶은 사람도 다름아닌 엄마다. 가족 일에 누구보다 진심인 엄마는 언제나 든든한 내 편이다. 영화 ‘행복 목욕탕’은 엄마에 대한 보편적인 감정을 일본 특유의 감수성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2017년 제40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차이나타운(1974)’은 여러모로 유명한 작품이다. 우선 이 영화는 시나리오의 교과서로 불릴 만큼 플롯 구조가 탄탄하다. 당대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았지만 같은 해 발표된 ‘대부2’에 밀려 각본상 하나만 가져갈 수 있었던 비운의 작품으로도 손꼽힌다. 그리고 배우 페이 더너웨이의 치명적인 매력과 탐정 역의 잭 니콜슨의 시니컬한 연기가 만나 팽팽한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하지만 이 모두를 뛰어넘는 유명세는 감독이 차지하고 있다. 2003년 영화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했지만 트로피를 받으러 미국에 들어갈 수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추리소설을 대표하는 작가다. 대표작인 ‘오리엔트 특급 살인’, ‘ABC 살인사건’,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등은 모두 대중에게 친숙한 이름이다. 작가가 창조한 에르퀼 푸아로는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와 함께 탐정의 대명사로 통한다. 성서와 셰익스피어 작품 다음으로 많이 판매돼 기네스북에도 오른 애거서 크리스티는 명실상부한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하겠다. 그녀는 뛰어난 플롯 구성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재미있는 작품을 탄생시켰으며, 작중 인물의 범행 동기와 심리도 섬세하게 묘사해 몰입감을 높
모성은 위대하다. 더 이상 어떤 설명도 필요없다. 어머니는 직감도 뛰어나다. 위험을 감지한 여성이 믿을 수 없는 힘과 스피드로 자녀를 구했다는 소식은 해외 토픽에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어머니의 오감은 자녀를 향해 항시 열려 있어 사소한 말투, 무의식적인 행동 하나만으로도 기분이나 건강 변화를 한 발 앞서 발견하곤 한다. 영화 ‘엔젤 오브 마인’은 모성의 힘과 직감을 독특하게 그려 낸 작품이다.갓 태어난 신생아를 병원 화재 사고로 잃은 리지. 7년 전 일이지만 그녀는 딸의 부재를 인정할 수 없었다. 곁에 있어야 할 자식이 없
캐서린 헵번, 위노나 라이더, 시얼샤 로넌에겐 공통점이 있다. 모두 당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적인 여배우이며, 동일한 영화에서 같은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각각 1933년, 1994년, 2019년에 영화 ‘작은 아씨들’에서 둘째 딸 ‘조’를 소화했다.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도 막내 딸 ‘에이미’에 캐스팅된 바 있는 이 원작 소설은 영화화만 총 7번에 이르며 드라마, 연극,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으로 수차례 리메이크될 만큼 사랑받은 작품이다. 매번 시대의 요청에 따라 새로운 옷을 입고 대중과 만나는 ‘작은 아씨들’이 영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