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적폐 청산’이 주요 화두였었는데 정작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이 말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통합’을 강조하는 것이 선거 전략상 유리하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러나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적폐 청산’은 시급히 그리고 철저히 실현해야만 할 시대적 과업이다. ‘적폐(積幣)’란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弊端)’을 말한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적폐 중에 대표적이며 고질적인 적폐는 ‘검찰권의 오용·남용’이다. 적폐를 없애야 할 검찰이 적폐의 온상으로, 악을 척결해야 할 검찰이 악의 진원지로 지목받아 왔다. 최근에는 우병우 전 ...
최근 한반도의 주변 정세가 심상치 않다. 시리아에 대한 응징으로 고무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서도 군사적 응징을 포함한 초강경 대응을 펼칠 태세다. 미국은 ‘바다의 요새’로 불리는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 등 항공모함 전단을 한반도 인근 해역에 배치할 예정이다. 사태의 긴박함은 외국에서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 산케이신문 10일자 보도에 의하면, 자민당 내 대표적 차기 총리 주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이 "서울이 불바다가 될지도 모른다. 몇만 명의 (일본)동포를 어떻게 구하느냐가 문...
유엔 자문기구인 유엔 지속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2012년부터 매년 세계 각국의 고용, 소득 격차, 기대수명, 국내총생산(GDP), 정부와 기업의 투명성, 사회적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행복도를 산출하고 있다. SDSN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세계 155개국의 행복도를 조사한 ‘세계 행복보고서 2017’을 발표했는데, 우리나라는 56위에 그쳤다고 한다(1위는 노르웨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월드팩트북(The World Factbook)에 따르면 지난해 추정치 기준으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25명으로 세계 2...
언론매체들은 헌재의 탄핵 결정에 대해 ‘주권자인 국민의 승리’, ‘이상적인 명예혁명’, ‘법치주의와 국민주권주의의 확인’, ‘헌법 수호의지의 천명’, ‘인치시대 법치시대로의 전환’, ‘부끄러운 과거와의 결별’, ‘박정희 시대의 종언’ 등등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외국 언론에서도 ‘한국의 젊은 민주주의가 진화했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이뤄낸 민주적 성과가 대단하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부럽다’는 등의 호의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재임 중 파면당한 사건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고 부끄러운 일이다. 따라서...
인간 심성의 바탕이 선한지 악한지에 대해 맹자(孟子)로 대표되는 ‘성선설(性善說)’과 순자(荀子)로 대표되는 ‘성악설(性惡說)’의 대립이 있다. 인간사회에서 벌어지는 천태만상의 선악 행태들을 보면 어떤 때는 성선설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성악설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의 심성을 한 가지 측면으로 규정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난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차기 유력한 대권 주자로 떠오른 안희정 충남지사가 "이명박·박근혜 대통령도 선한 의지로 없는 사람과 국민 위해 좋은 정치하려고 했는데 뜻대로 안 됐던 것...
헌재의 탄핵심판과 특검의 수사를 지켜보며 국민들의 법률 지식과 이해가 한층 높아졌다. 그런데, 같은 사안을 두고 법률전문가들의 견해가 왜 그렇게 극명하게 엇갈리는지에 대해서는 이유를 알 수 없어 혼란을 느낀다. 예컨대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이 ‘합법’이라 하는데 대통령 측 변호인들은 ‘위법’이라고 주장하니 어리둥절해진다. 또한, 대통령 측 변호인들이 (증인·재판관들로부터 면박을 받으면서까지) 비논리적 주장들을 시간 끌기 식으로 늘어놓는 것을 보면서 법조인의 기대 이하의 유치한 수준에 놀란다.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란...
중국 동북부지역에 있는 고구려 유적지, 항일유적지, 한국전쟁 유적지, 백두산 등을 둘러본 한국인들은 우리 역사에 대해 자못 숙연한 느낌을 갖게 된다. 특히 조상의 피로 얼룩진 항일유적지를 둘러 볼 때면 가슴이 크게 아려옴을 느끼게 된다. 필자가 수년 전 하얼빈역, 가곡 ‘선구자’에 나오는 일송정·해란강, 대성중학교, 시인 윤동주 생가 등을 방문했을 때도 심장이 크게 박동치는 느낌을 받았었다. 같은 역사를 지녔다는 것처럼 뜨거운 연대감이 또 있을까.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박근혜 정부 불통정책의 상징이다. 역사학계는 물론 ...
지난 주말에 강원도 원주에서 대학교육협의회가 주관한 1박 2일의 코칭연수(강사 : 국민대 이의용 교수)를 받았다. 전국에서 온 다양한 전공과목의 교수들이 효과적인 강의를 하기 위한 지식을 습득하고 경험과 정보를 교류하는 유익한 자리였다. 휴식시간 등 사적인 자리에서는 김기춘·우병우 등 최고 엘리트 출신들이 나라를 망친 데 대해 분개하는 얘기들이 많았다. 공학·인문학·간호학 등 다양한 전공과목의 교수들이 저마다 자신들이 배출한 우수한 제자들이 유익한 사회활동을 하는 것을 자랑하면서 보람과 긍지를 갖는다고 말했다. 곁에서 이런 말...
신년이 되자 많은 언론매체들이 정치·경제 등의 현안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고 있는데, 그 중 헌법 개정에 대한 찬반 지지율이 눈길을 끈다. 한 보도에 따르면, 개헌 찬성의견이 76%이고(반대의견은 7.9%), 이 중 개헌을 대선 이전에 해야 한다는 의견이 40.4%라고 한다(대선 이후에 해야 한다는 의견은 35.6%인데, 연령대가 높을수록 대선 이전에 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식의 언론보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어떤 방향, 어떤 내용으로 개헌할 것인지를 전혀 제시하지 않은 채’ 무작정 "...
지난 15일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국정조사특위 4차 청문회에서 박근혜 정권이 양승태 대법원장과 판사들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이러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3권분립을 유린한 폭거’이며 ‘중대한 반헌법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오전 기자들에게 "어제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이 주장한 청와대의 사찰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청와대는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사찰한 적이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고 부인했다. 그런데 한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
최근 국민들의 헌법에 대한 관심과 지식 수준이 놀랍도록 높아졌다. 초등학교 학생들조차 헌법 제1조의 내용(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을 줄줄 외울 정도이다. 방송인 김제동 씨는 광화문 집회에서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했다고 조목조목 따지며 헌법 제1조부터 제30조까지 줄줄 외워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지난 2일 야3당의 주도로 발의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는 헌법위반 사실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즉, 국가의 권력과 정책을 최순실 등의 ‘사익추구의 도구’로 전...
검찰이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을 ‘미르·K스포츠재단 불법 설립·모금’, ‘청와대 문건 유출’ 등을 공모한 피의자로 입건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재직 시절 범죄 혐의와 관련해 형사 입건된 것이다. 청와대는 "수사팀 발표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객관적인 증거를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도 "검찰의 직접조사에는 일절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의 수사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의 최고 수장인 대통령이 정부에 ...
"교수님, 긴급체포가 무엇인가요?" 갑자기 한 학생이 수업주제와 무관한 질문을 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내용을 알려줬다. "긴급체포란, 중한 범죄혐의(현행범인 경우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범죄혐의)가 있고 도피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법관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을 여유가 없을 때 체포를 먼저 하고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는 제도이다. 말하자면,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는 제도로서 사전영장주의에 대한 예외이다. 긴급체포를 한 경우에는 48시간 이내에 검사가 법관에게 영장을 청구해야 하고, 영장을 발부받지 못한...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자연자원이 풍부하지 않으며, 주요 에너지원인 석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이런 불리한 여건을 딛고 경제 발전을 이룩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러한 저력이 생긴 요인으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특히 ‘교육열’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 국민의 ‘교육열’은 남다르다. 부모들은 자기는 못 먹고 못 입더라도 자식 교육만은 아낌이 없다. 중국 내의 많은 소수민족 중에서도 특히 조선족 동포들의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것을 보면, ‘남다른 교육열’은 아마도 우리 민족의 특성이자 강점인 것 같다. ...
국어사전에서는 ‘지성인’이란 말을 ‘사물을 개념에 의해 사고하거나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판정하는 오성적(悟性的) 능력이나 그러한 정신의 기능, 즉 지성을 가진 사람’ 이라고 설명한다. 필자가 대학에 다니던 1970년대엔 ‘지성인’이란 말이 자주 쓰였는데, 요즘에는 별로 쓰이지 않는 것 같다. 대학을 ‘지성의 전당’이라 불렀고, 대학의 입학식사(入學式辭)에서는 ‘지성인이 되라’는 당부가 빠지지 않았다. 혹여 대학생이 술에 취해 밤길에 비틀거리면, 지나는 어르신이 "지성인이 그러면 되나?" 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개인별로 차이...
어느 변호사가 아들이 다니는 고등학교로부터 학생들에게 ‘법에 대한 얘기’를 들려 달라는 부탁을 받고 바쁜 시간을 내어 학교를 방문했었다. 그런데, 따뜻하게 맞아 주던 교장 선생님의 태도가 강의를 마친 후에 불만스러운 태도로 돌변해 있어서 내심 당황했다고 한다. 알고 보니, 학생들에게 ‘노동법’과 ‘근로자의 권리’, ‘노동조합’ 등에 대해 얘기한 것을 못마땅해 했다는 것이다. 그 변호사는 유명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였다. 고등학생들에게 노동법에 대해 얘기해 주는 것이 향후 사회생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판단해 열과 성을 다해 강의...
9월의 첫날, 오늘은 ‘통계의 날’이다. 이날은 우리나라 근대 통계의 시작으로 평가되는 ‘호구조사규칙’(전문 7개 조의 규칙)이 1896년 9월 1일 처음 마련된 것을 기념하고 통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정한 기념일로서, 1995년 통계청이 제정했고, 2009년 4월 통계법에 의거 법정기념일로 격상됐다. 오늘날 사회가 복잡다단해짐에 따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영역에서 통계가 널리 활용되고 있고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작성되는 각종 통계의 ‘신뢰성’에 대해 적잖은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
어떤 나라 국민들의 준법정신과 교양의 수준은 그 나라의 교통질서를 보면 확인된다. 예를 들어 보자. 중국인들의 교통질서의식은 과거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은 미흡하다. 신호등과 횡단보도를 무시하고 도로를 횡단하는 일이 다반사다. 어떤 한국인이 중국 단체관광길에 교통체증을 만나 시간이 좀 지체됐는데, 체증구간을 벗어난 후 운전자가 차를 세우더니 "예정시간에 도착해야 한다"면서 번호판을 떼어 운전석 옆에 두고 단속카메라를 무시하면서 과속으로 쌩쌩 달려 아연실색했다는 얘기도 있다. 중국은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를 엄하게 처벌한다. 음...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가 오랜 시간 동안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돼 온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들까지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는 등 몇 가지 점에 대해 위헌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상되는 사익(私益)의 침해보다 기대되는 공익(公益)의 실현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헌재 판단의 근간이다. 사실 요즘 시대에는 사적 부문에 대해서도 공공적 책임을 확장시키는 경우가 점차 늘고 있다. 즉, ‘...
"민중을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 "구의역에서 컵라면도 못 먹고 죽은 아이를 내 자식의 일처럼 생각하는 건 위선이다." 등등. 이런 몰상식한 소리(‘말’이라고 표현하기도 부적절하다)가 행정고시 출신 고위공무원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온 국민이 경악했다. 발언 당사자가 바로 우리나라의 교육정책 마련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라고 하니, 이 정부가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누리과정, 대학 구조개혁, 특성화대학, N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