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어 정보의 무질서 현상이 심각하다고 한다. 영국의 상원 디지털문화미디어위원회는 3개월 전 ‘허위정보와 가짜뉴스’ 대책을 내놓았고, 미국 상원도 소셜미디어 플랫폼과 테크놀로지 기업의 규제에 초점을 둔 가짜뉴스 정책백서를 발표했다. 프랑스 역시 지난달 ‘정보 조작 :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가짜뉴스를 막기 위한 50개 권고안을 제시했다. 싱가포르도 이 대오에 동참했다. 우리는 어떤가? 선거 상황에서 요란한 움직임이 있었다. 선거관리위원회나 검찰 등이 서슬 퍼런 경고용 대책을 내놓기도 했...
지난주 11일 오후 제주 서귀포 인근 해상에서 국제 관함식이 있었다. 티브이 화면으로 일대 장관이었다. 염려했던(?) 일본 해상자위대의 욱일기는 펄럭이지 않았다. 한일 관계의 껄끄러운 모습이 사전에 잘 조율된 것인가? 이틀 전 2000년대 한일 관계의 황금기 초석을 놓은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파트너십 선언) 20돌을 맞아 도쿄에서 열린 기념 심포지엄에서 아베 총리는 "일·한 양국은 이웃 국가이기에 여러 어려운 과제가 있다. 파트너십 선언이 발표됐을 때 나는 젊은 의원은 정권에 압력을 가하는 쪽이었다"며 "...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이 중요하다고 외치면서 교육 정책과 교실 상황은 왜 거꾸로 가는 것이지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탠퍼드의 폴 김 교수가 우리 교육에 던진 일갈이다. 정답 고르기를 훈련하는 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해결해 가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절실한데 우리의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더구나 문제는 이 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 고치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난주 취임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교 무상교육을 비롯해 교육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우리 교육은 개인의 선택과 ...
중국 쪽에서 백두산에 오르는 길은 크게 세 갈래다. 서파(西坡), 남파(南坡), 북파(北坡)다. 파(坡)는 언덕, 고개, 비탈이라는 뜻. 서파를 오르면 커다란 표지석이 있다. 붉은 글씨로 ‘중국 37 2009’, 뒷면의 글귀는 ‘조선 37 2009’. 이른바 ‘37호 경계비’다. 통상 ‘5호 경계비’가 바로 이것. 건너편 북파 쪽에 38호 경계비(통상 6호 경계비)가 서 있고 양쪽으로 나뉜다. 천지의 호수면 넓이는 9.165㎢로 여의도 면적의 3배를 웃도는데 북한의 영유권이 55%, 중국의 영유권이 45%. 이것도 1962년에...
‘대단하다, 우리나라’. 지난 봄 중국의 관영 CCTV가 제작한 다큐 영화 제목이다.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그 내용이 대략 짐작될 터. 중국의 자랑 일색이다. 지름 500m짜리 세계 최대 망원경 ‘톈옌(天眼)’, 홍콩과 광둥성 주하이(珠海)를 거쳐 마카오를 잇는 55㎞의 강주아오(港珠澳) 대교 건설 같은 발전상을 자랑했다. 한마디로 시진핑의 전반기 집권 치적이 주내용이었다. 인민일보는 나흘 만에 300만 명이 관광했다며 홍보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칭화대 후안강 교수에게서 이론적 근거를 빌려왔다고 떠들썩했는데 칭화대 동문들이 ...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주 시진핑 주석이 나흘 동안 무려 31명의 정상들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FACAC) 정상회의를 전후로 한 ‘번개 회담’이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개별 약속을 정리해 "2015년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약속한 600억 달러 자금 지원은 이미 지급됐거나 예정돼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시 중국은 아프리카에 60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개막식 연설에서 약속했다. 지원금은 무상원조 150억 달러, 신용대출 200억 달러, 개발금융펀드 100억 달러, 아프리카산 수...
우리와 일본 총리 아베 일가와의 악연은 깊다 못해 언제까지 계속될지 신경이 쓰인다. 1910년 경술국치로 시작된 36년의 종지부를 찍은 1945년 일본의 항복 당시 마지막 조선 총독은 아베 노부유키(현 일본 총리 아베의 조부)였다. 그리고 1960년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주변국 침략을 목적으로 집단적 자위권 관련 헌법 개정을 추진한 기시 노부스케(아베 총리의 외조부) 당시 총리의 속셈은 군국주의로의 회귀였다. 1990년대 초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전면에 노출됐고 저들의 종합월간지 ‘문예춘추(文藝春秋)’가 이 문제를 특별대...
중국의 전·현직 지도부들의 비공개 모임인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복귀한 시진핑 주석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강국강군(强國强軍)’을 주장했지만 현대판 육·해상 실크로드 플랜인 ‘일대일로(一帶一路)’가 위기에 봉착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뼈아팠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정부의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 중단과 폐기 가능성이다. 미군기지가 있는 싱가포르를 거치지 않고 중동의 원유를 수송할 수 있는 이 철도 사업은 일대일로 구상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런 입장을 간파한 마하티르 총리는 중국 방문 길에 ...
표현에는 숨겨진 개념이 있다. 예를 들어 패권주의(覇權主義 : Hegemoism)라고 하면 냉전시대의 용어로 대국이 소국을 일방적으로 억압하고 위세를 과시하는 걸 의미한다. 제국주의와 상통한다. 최근 중국에서는 미국의 무역 행태에 대해 패권주의 대신 패릉주의(覇凌主義 : Trade Bullying)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패릉’ 중국어의 ‘바링’은 우리말로 ‘왕따’, ‘괴롭힘’, ‘따돌림’이라는 의미다. 영어 단어 ‘bullying’의 발음에 뜻이 맞는 한자를 사용한 원산지는 타이완이고 정말로 낯선 단어다. 미국이 340억 달...
타이완이 중국의 일부인가? 아니면 독립국으로 대접해 중국과는 별개로 봐야 하는가? 마오쩌둥의 공산당과 대륙의 지배를 다투다가 패배해 ‘무능·부패’로 낙인 찍혀 서방의 지지를 잃은 장제스가 1949년 타이완으로 도망쳐 명맥을 유지했다. 사실 위태롭기 이를 데 없었다. 한반도에서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은 앞장서 장제스의 독재정치를 옹호했고, ‘자유중국’이라는 이름으로 세계에서 중국을 대표하는 정통 정부로 자리를 잡았다. 이 독재정부가 무너지게 된 것은 1971년 유엔총회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중국 대표권 귀속 문제’를 투표에 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 들어 처음 열리는 올해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곧 개최될 전망이다. 국외로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이라는 위기와 국내적으로 경제 부처 간의 갈등, 엉터리 백신 접종 사태로 급격히 악화된 여론, 시 주석의 절대권력 체제에 대한 미묘한 견제가 논의의 핵심을 이룰 것이란 보도다.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에 베이징에서 300㎞ 떨어진 휴양도시 베이다이허에서 여름 휴가 겸 열리는 대회의에는 공산당, 국무원, 중앙군사위원회, 전국인민대표회의,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등 5대 권력기관의 전·현직 간부와 ...
자본이 정치를 압도하고, 마케팅 전략이 선거를 지배하며, 수익성과 효율성이 자유와 평등의 민주주의 합리성에 우선하고, 정치가 법원으로 넘어가며, 세계화가 국가 주권을 약화시키는 세상 속에서 시민들은 너무나 많은 이슈를 만나며 살고 있다. 그렇다고 ‘너무 바빠서’ 자신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여기는 행정 당국의 사고방식은 마땅히 사라져야 할 위험이다. 일찍이 공론조사의 창시자인 미 스탠퍼드대학 피시킨 교수는 "일반 시민에게도 공적인 문제를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우리 사회가 ...
새로 취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공무원 ‘자리 바꾸기와 길들이기(?), 자신의 소신 밝히기’가 한창이다. 삼국지의 인재 등용론 강의를 끝내고 한 구청장과 한담 중에 야구 경기의 ‘시프트’ 얘기가 나왔다. 시프트란 수비 선수들의 위치를 상대 타자의 타구 성향에 따라 폭넓게 이동하는 것으로 전통적인 수비 위치와는 다르게 서는데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흔히 사용하는 방식이다. 메이저리그에 템파베이 팀이 있다. 1998년에 창단됐고 2007년까지 10년 동안 아홉 번이나 꼴찌를 도맡아했다. 팀 성적이 이 모양이니 수입은 보잘것없었고, 돈이 ...
"서울에서 월드컵 축구 경기를 응원하고 교토를 관광하거나, 베이징에서 관람하고 원산 앞바다에서 서핑을 즐기는 동북아 남북한과 중·일 공동 대회 개최가 이루어진다면……." 국제축구연맹(FIFA)의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끝나면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우리 국가대표팀 성적과 세계 랭킹 1위의 독일팀 격파 등 뒷얘기를 하다가 불쑥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월드컵 축구가 뭔가? 지구촌을 온통 열광에 몰아넣는 스포츠임엔 틀림없겠으나 축구라는 상품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민간 비영리 국제스포츠단체 FIFA의 ‘기획 상품’임은 분명하다. 그...
‘일본을 보면 우리의 10년 후 모습이 보이고, 중국을 보면 우리의 10년 전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설득력을 가진 때가 있었다. 몇 가지 사회적 특성을 제외하면 오늘날에도 무리 없이 공감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세 나라 모두 성장론, 발전론에 목매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그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작지 않다. 일본은 전후 오랫동안 고도성장으로 번영을 누린 탓인지 시민들이 성장하지 않는 사회를 이해 못 하고, 중국은 170여 년 전 아편전쟁 이후 국가 부흥의 꿈을 잊은 적이 없었기에 국민들은 웬만한 불...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에 평화 무드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 동북아시아에 바야흐로 좋은 이웃 관계가 곧 도래할 듯이 보인다. 반가운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국내 경제 사정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아직도 저성장과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는 형국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웃 관계가 있다. 우선 일본은 그동안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았다. 대화와 협상이 펼쳐지고 있을 때도 대북제재 대오를 흩트려서는 안 된다고 했었다. 그렇다고 대북 강경책을 일관되게 주장한 것도...
6·13 지방선거 당선인들에게 축하와 함께 고언 한마디 해야겠다. 특히 기초단체장에 취임하신 ‘지역 사또’분들에게. 한평생을 인간 공동체의 자율성에 대해 몸 바친 일리치 선생께서는 "전문가(교육자·의사·변호사·회계사 등등―글쓴이 주)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 끼워 넣는 것을 우리가 결핍으로 느끼지 않았다면 그들이 인간을 불구로 만드는 막강한 힘을 휘두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참으로 날카롭다. 전문가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렇게 통찰하는 걸 두려워한다. 민중이 깨닫는 순간 그들이 이제껏 누려온 권위와 힘의 기반이 무너지기 때...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언론들은 ‘보수 궤멸’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패배한 정도가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무너졌다는 것이다. 과연 적절한 표현일까? 손자는 전쟁의 승부를 결정하는 다섯 가지 요소, 오사(五事)로 "첫째는 도(道)라 하고, 둘째는 천(天)이라 하고, 셋째는 지(知)이며, 넷째는 장(將), 다섯째는 법(法)"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도’는 백성들과 군주가 뜻을 함께하는 것으로 인심의 향배를 파악하고 인심을 얻는 것이 싸움에서 이기는 첩경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과 야...
6·13 지방선거 투표일이 목전이다. 어떤 인물을 뽑아야 하나. 사람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후보의 인간 됨됨이가 아닐까. 청나라 시대 정판교란 사람은 "관사에 누워 댓잎 소리 듣자니(衙齋臥聽蕭蕭竹) 고생스러운 백성의 신음소리 같구나(疑是民間疾苦聲) 볼품없는 이 사람 작은 고을 관리이지만(些小吾曹州縣吏) 가지 하나 잎 하나에도 마음이 쓰이네(一枝一葉總關情)"라고 읊어 공직자의 자세가 어떤 것인지를 지적하면서 백성들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마치 눈에 선하게 보이는 듯한 감상을 느끼게 했다. 이런 정도의 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에 관해 ‘해양 세력과 대륙 세력의 완충지’라는 설명을 한다. 적어도 일본이 근대적 해양국가로 등장한 이후에는 현실화된 상황이다. 하지만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미국의 지정학자 스파이크먼의 지적을 눈여겨봐야 한다. "열강 사이의 세력 다툼이 기본적인 국제관계의 역동적 세계에서 작은 완충국가들의 궁극적 운명은 잘한다 할지라도 위기 속에서 사는 것"이란 그 말을 스쳐 지나갈 수 없다는 걸 실감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 있을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이 다시 열렸으나 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