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나는 기상하자마자 17층 거실의 창문을 열고 송도 신항과 영흥도를 바라보면서 하루의 공기 질을 살피는 습관이 생겼다. 날씨나 대기질에 크게 민감하지 않은 나에게 이런 습관이 생긴 것은 근년 들어 한반도는 물론 중국의 대기 오염이 날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우리들의 일상 생활은 물론 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스모그나 황사는 둘 다 공기 중의 오염물질이지만 그 발생 원인은 다르다. 스모그(smog)는 연기(smoke)와 안개(fog)의 합성어로 자동차나 공장 등에서 사용하는 석탄...
지난주, 16일 설립 1주년이 되는 인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개관 1주년 토론회가 있었다. 장애인복지법이 장애인인권옹호기관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고, 인천시는 지난해 8월 24일 전국 최초로 기관을 설립했다. 인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3, 4명에 불과한 인원으로 강화, 옹진을 포함한 인천시 전역의 장애인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 장애인들에 대한 인권침해는 피해자의 인지능력, 가해자와 특수한 관계 등으로 인해 밝혀지기도 어렵고, 처벌하기도 쉽지 않았다. 복잡하고 난처한 사례들이 많다. 토론회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
달포 전 즈음, 충북 보은 대추축제에 다녀왔다. 몇 년째 그 축제를 방문하는 것은 보은 인근의 황금 들녘이 주는 넉넉함과 대추를 마음껏 시식(試食)해 볼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만은 아니다. 대개 축제는 무대 위 광경을 구경하거나 난장(亂場)을 둘러보고 오게 마련인데, 이 축제는 참가자들을 능동 참여자로 변화시켜 준다. 우리나라 축제는 성리학의 여파로 놀이하는 자와 놀이를 벌이는 자로 나뉘었다. 놀이하는 광대와 ‘아랫것들’은 질펀하게 놀이를 벌이고 양반들은 뒷짐지고 남의 어깨너머로 슬며시 구경하는 자였다. 이러한 문화가 지속돼 ...
제1, 2차 세계대전의 주전장(戰場)은 유럽이었다. 수많은 유럽 사람들이 희생됐고 국토는 폐허가 됐다. 하지만 아픈 상처를 교훈 삼아 유럽의 지도자들은 현명한 선택을 했다. 이들은 다시는 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공동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다. 그 중심에 당시 프랑스 외무장관이었던 로베르 쉬망(Robert Schuman)이 있었다. 평화와 번영의 유럽을 만들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했던 쉬망은 당시 경제발전의 핵심요소였던 석탄과 철강을 중심으로 적국이었던 프랑스와 독일이 손잡게 만들어야 ...
최근 국정감사에서 야당의원이 외교부장관에게 "북한이 국가입니까?"라고 물었다. 외교부 국정감사뿐 아니라 국방부나 광주시 등 다른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몇 차례 있었다. 이 질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군사합의서를 비준하면서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아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배경에서 나왔다. 관련하여 청와대는 북한은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와 조약을 체결할 수 없고, 남북군사합의서는 조약이 아니며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내용이 없으므로 대통령이 비준하는데 국회의 동의를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
세계 인구의 절반이 도시에 살고 있다. 한국도 도시화율이 90%를 넘어섰다. 도시가 오늘날과 같이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많은 토지와 자원을 소비한 적이 역사상 없다. 더욱이 지구온난화의 직접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맘껏 배출하고, 개인주택과 개인 이동수단이라는 사치품을 누린 적도 없다. 도시경제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는 저서 「도시의 승리(2011)」에서 ‘도시를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 기술, 아이디어, 인재, 기업가 정신과 같은 인적자본을 모여들게 하는 힘이야말로 도시와 ...
인천 경제가 걱정이다. 미·중 간 무역 분쟁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이러다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인천 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인천지역 수출업체의 60%가 무역 분쟁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물론 현재 경제가 안 좋은 것이 꼭 인천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 일본 등이 그 경제 규모에 비해 유례없는 높은 성장률을 시현하고 있는데 반해 대한민국은 낮은 성장률에 따른 높은 실업률 그리고 각종 비용 증가 대비 소비 위축에 따른 서민경제 불황으로 신음하...
유례없이 아주 무더웠던 지난 8월 나는 주한중국대사관과 중국 교육부 초청으로 일주일간 베이징(北京)과 시안(西安)을 다녀왔다. 베이징에서는 중국 교육부와 베이징대 및 칭화대 등 여러 대학을 방문한 바, 주요 관심사는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와 중미 양국간의 무역전쟁이 핵심이었다. 그리고 시안에서는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일대일로의 주요 거점인 내륙항(內陸港)의 운영본부와 중국의 국제 화물열차인 장안호(長安號) 현장을 직접 시찰했다. 일대일로란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신(新)실크로드...
통계청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고령화 진행 속도가 빨라 올해부터 고령화사회에 진입할 것을 예상했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인 ‘고령화’사회에서 14% 이상인 ‘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프랑스가 115년, 미국이 73년 걸린 반면 우리나라는 18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사대상 OECD 35개국 가운데 한국의 노인 부양 순위는 2017년 30위였지만, 2050년에는 77.8%의 일본과 77.5%의 스페인, 77.4%의 그리스에 이어 5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이후로 늘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표현들이 있다. 보은 인사, 지방의회 의정비 인상 그리고 해외 연수가 그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1991년부터 지방의회가 다시 열렸고, 1995년부터 시작된 단체장 선거도 벌써 7회가 됐으니 역사적으로도 충분히 성숙할 시간이 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방자치단체장과 의회는 여전히 똑같은 문제로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있다. 선거라는 것이 후보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기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고, 자신과 정치적 소신을 같이 하는 사람과 임기 동안 일을 같이 할 사람이 필요한 것도 ...
찬란하게 빛났던 대제국이 역사 속에서 사라지기도 하고, 어제 거대했던 여당이 오늘은 사라질 것 같은 작은 야당이 된다. 천하를 호령했던 인물이 영어(囹圄)의 몸이 돼 연민을 자아내게 만든다. 인물들이 비극적 파국을 맞는 모습들은 고대 그리스 비극작가 소포클레스(Sophocles, 496-406)의 작품, 「오이디푸스 왕」, 「안티고네」 등에 선명하게 부각돼 있다. 기원전 5세기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의 시선을 붙들고 있다. 「오이디푸스 왕」의 오이디푸스는 ‘부은 발’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이것은 오이디푸스가 테...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시작부터 추진해온 이 정책에 대해 야권은 물론이고 상당수 언론과 전문가들도 그 한계를 지적해 왔다. 급기야 일부 언론에서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주도의 소득주도성장 대(對)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추진하는 혁신성장이라는 대립구도를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도 참으로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최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관련 경기가 악화되고 일자리 증가 폭이 줄어들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도 고조되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에서 자유는 권력이 남용되지 않을 때만 존재하며, 권력을 남용하지 않기 위해서는 권력이 권력을 저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적었다. 몽테스키외의 통찰력은 대부분 근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을 분리하는 제도로 구현돼 있다. 국가권력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 작용하며 사법부는 다른 권력기관으로부터 독립해 법률상의 분쟁에 대한 최종 판단권을 갖는다. 만일 사법권이 독립되지 않는다면 법 집행 기관에 의해 법률이 자의적으로 해석돼 권력의 남용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사법권의 독립은 민주...
금세기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경제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다. 공유경제의 결정적인 단초는 미국 경제사상가인 제러미 리프킨 미국 펜실베니아 와튼 스쿨 교수가 제공하였다. 그는 저서 ‘소유의 종말(2001)’, ‘제3차 산업혁명(2012)’, ‘한계비용제로사회(2014)’에서 미래사회는 정보통신산업의 발달에 힘입어 경제체제가 수평적 공유를 핵심으로 하는 분산자본주의의 출현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1968년 개릿 하딘의 논문 ‘공유지의 비극’ 이 아니라 노스웨스턴대 법대 교수인 개럴 ...
어제 8월 12일은 세계 청년의 날이었다. 청년기는 한번 태어나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기로 무한한 가능성과 꿈을 펼치기 위한 웅지가 움트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아온 상식이다. 하지만 사회가 진화되고 고도화되면서 빈부격차 확대, 양성 불평등, 저출산 고령화 등의 기존 사회문제 외에 청년의 문제가 중요한 의제로 부각되고 있다.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됨과 동시에 미래에 대한 희망에 벅차 있어야 할 청년들 앞에는 높은 취업의 벽과 이에 따른 삶의 질 저하라는 위기의식이 놓여 있다. 이런 문제는 문제 그 자체로 ...
최근 국내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회적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2년 연속 최저임금이 비교적 큰 폭으로 올라 사용자, 특히 소상공인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최저임금 1만 원 정책은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 노동자의 소비력을 늘리고 그에 따라 생산이 늘어나면서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경제 정책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이나 최근 경제 사정이 악화되면서 그 실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실제로 최저인금 인상으로 소상공인들과 영세업자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자 정부 등 정치권은 이들...
지난 24일 오후 5시 최대 전력수요가 9천248만㎾에 이르면서, 그 전날의 역대 최대 전력수요 기록 9천70만㎾를 또다시 넘어섰다. 24일 오후 4시 전력예비율은 7.2%에 불과했다. 정부가 예측한 이번 달 최대 전력수요 8천830만㎾와 전력예비율 14%를 훌쩍 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언론과 정치권은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예측했던 최대 전력수요 예측이 잘못됐다는 지적으로 소란스럽다. 하지만 전력수요 예측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더 깊이 있게 논의돼야 하는 것들이 있다. 왜 이렇게 전력수요가 급증하게 됐는가, 이런 전...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월 12일 북미 정상회상회담을 한 이후 아직 이렇다 할 비핵화 시간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주말 마이크 폼베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에서 열린 북미 고위급 회담에 가수 엘튼 존의 ‘로켓맨’이라는 앨범을 주려고 했지만 김정은을 만나지도 못한 채 돌아오고 말았다. 미국의 강한 요구에 대해 ‘강도적 심리’라는 북한 외무성의 유감 표명을 트럼프는 들어야 했다. 그는 미국 내 여론이나 정치 일정에 심사가 편치 못할 것이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거라고 믿는다면서도 김 위원장에...
4·27 판문점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을 통해서 한반도의 얼음이 녹기 시작했다. 아직 봄이 왔다고 말하기는 이르지만 한반도 냉전이라는 지축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지난 지방선거는 예상대로 집권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국민들의 염원이 담긴 결과였다. 신임 박남춘 인천시장의 대표 공약은 ‘서해평화협력 중심도시 인천 구현’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발을 맞추며 인천을 대북 화해협력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 중에서 인천-개성-해주를 연계한 남북 공동경제자...
6·13 지방선거 결과는 국민에 의한 보수 야당의 탄핵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자유한국당의 몰락’이지 ‘보수의 몰락’은 아니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중도 보수 또는 합리적인 보수를 표방한 바른미래당 역시 참패한 것을 살펴보면 자유한국당 내부 문제로 국한해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번 선거 결과만으로 보수적인 견해의 국민들이 대부분 다른 입장으로 전향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우므로 ‘보수의 몰락’이라고 보는 것은 과도하다. 결국 이번 선거 결과는 보수를 대표했던 정치세력의 실패로 평가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