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立冬)이란 절기가 이름값을 톡톡히 한 며칠이었습니다. 예고 없는 추위는 당혹스럽지요. 입동도 입동이려니와 대학입시가 가까워오면 유순하던 날씨가 갑작스레 추워져 그렇잖아도 긴장한 아이들을 움츠러들게 합니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라는 경고일까요. 하지만 입시추위는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촌스럽지만 뜨악하지는 않습니다. 절기상 겨울로 접어들었으니 왜 갑작스레 호들갑이냐는 (겨울에 대한) 가을의 타박도 무색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때가 되면 가야할 것은 순순히 자리를 비워주고 와야 할 것은 겸손하게 빈자리를 채우는 자연의 이
최근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1호와 2호의 명칭이 변경됐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1982년 시 유형문화재 1호로 지정됐던 인천도호부청사는 인천도호부관아로, 제2호인 부평도호부청사는 부평도호부관아로 37년 만에 바뀐 것이다. 기능을 할 당시인 조선시대에 사용됐던 ‘관아(官衙)’ 라는 용어를 반영해 청사(廳舍) 대신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그런데 인천의 지정문화재 중에 명칭이 재고(再考) 돼야 할 부분은 또 있다. 지정문화재 중, 유독 ‘구(舊)’라는 명칭이 들어 간 문화재들이 그렇다. 특히, 유형문화재, 문화재자료, 등록문화재 중
법무부 장관 임명 전후로 해서 우리나라는 이념적으로 마치 두 나라가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사회적 갈등이 염려스러울 정도다. 이런 사회적 갈등은 현재에만 특히 문제가 된 것인가? 그리고 법무부 장관 임명을 전후로 해서 이념갈등이 가장 큰 우리나라의 큰 문제가 되는 것인가?2017년 보건사회연구 조사 결과에서 우리나라는 사회 통합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사회적 자본 수준이 낮고 이로 인해 삶의 만족도와 행복도가 낮으며 사회적 결속력 수준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당시에만 낮은 것이 아니라 사회적 자본, 이와 관련된 삶의 만
무르익은 가을을 맞아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다녀왔다. 후배의 성화 덕분이었는데, 단풍에 물드는 산하와 아름다운 삼면의 바다는 우리의 행운이다. 모처럼 몸과 마음의 휴식을 구했다. 남녘의 단풍은 더 기다려야겠지만 주말 인파는 한려해상 섬들의 활기를 보탰다. 높은 가을하늘 아래 한려해상은 호수처럼 잔잔했고 공기는 맑았다. 감탄하는 일행이 사진 촬영에 여념 없을 때, 누군가 ‘인천에서 볼 수 없는 하늘’이라더니 ‘인천에서 볼 수 없는 바다’라고 누차 강조한다. 가을 여행을 마련한 후배의 오랜 친구인 통영시민 한 분이 안내를 자청했는데, 몇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은 심심함과 외로움에서 탈출하려고 거짓말을 한 덕분에 세계적인 거짓말쟁이로 알려졌다. 단순히 허무감으로부터의 탈출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환경으로부터 자신과 양 떼 보호를 위한 관심끌기였다. 어른들이 농사나 장사에 매달려 있어 몇 달간이나 혼자 양떼를 지키다가 늑대를 핑계로 외쳤던 이 양치기 소년의 우화가 우리 시대를 되새겨 보게 된다. 북극의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있다는 말이 언론에서만 회자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각급 학교 교재에서도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해 배워야 할 것을 포함시켜 놓았다. 유엔에서 2016
기업에서 최고경영자가 바뀌면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 있다. 즉 신임 사장은 자신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조직의 새로운 활력과 동력을 도모하고 동원하기 위해 외부 컨설팅전문가를 초빙해 기업의 비전, 사명, 목표, 전략, 전술 및 정책을 수립하는 일련의 전사적 이벤트를 진행시킨다. 이때 컨설팅 팀은 최고경영자의 숨은 의지를 충실히 반영한 결과물을 산출해 내고, CEO는 이를 근거로 자신 고유의 회사 경영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한다. 이를 개혁이라 부르며, 기업은 모든 조직원에게 새로운 질서를 재편하는 변화에 동참하도록 강요한다. 이러한
높이 솟은 목욕탕 굴뚝은 고층 건물이 많지 않던 시절 도시의 랜드마크였다. 목욕탕에 갈 때가 지났음을 알리는 무언의 압박으로 작용하던 목욕탕 굴뚝이 목욕탕과 함께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어느 새 도시의 화석이 돼 버린 공중목욕탕은 개항과 함께 일본에서 도래한 근대문물이다. 여러 사람이 공중탕에 모여 함께 목욕하는 방식은 당시로서는 매우 이질적인 생활방식이라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낯선 문화였다.개항 후 30여 년이 지난 191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야 자연스럽게 목욕탕을 드나들게 됐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을
법무부장관 임명과 관련한 갈등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임명을 지지했던 쪽과 반대했던 쪽은 그악스럽게 대립하며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그 어느 쪽도 상대의 말을 들으려 하거나 설득하고자 하는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가짜 뉴스는 독버섯처럼 퍼지고 정보 획득에 상대적으로 소외되거나 획득한 정보의 진위를 구분하지 못하는 상당수의 사람들은 마치 그것이 사실(을 넘어 진실)인 양 믿으며 자신의 분노와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다. 이러한 시계 제로의 정국 속에서도 우리는 어느 한쪽에 대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그것이 객관적으로
125년 전, 청일전쟁 시기 동아시아 정세를 표현한 풍자화가 있다. ‘낚시놀이’란 제목의 이 풍자화는 조선을 ‘물고기’ 신세로 묘사하고 있다. 조선을 대상으로 일본인과 중국인이 낚시를 하고 다리 위에는 러시아 군인이 낚싯대를 들고 지켜보는 삽화이다. 이 풍자화는 프랑스인 시사만화가 조르주 페르디낭 비고(Georges Ferdinand Bigot, 1860~1927)가 그린 그림인데, 그는 21세에 일본으로 건너가 18년 동안 메이지시대 화가로 활동하면서 다수의 풍자화와 기록화를 남겼다. 1887년 2월 15일에는 거류지의 프랑스인들
요즘 우리나라는 대내외적으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는 것 같다. 경제를 비롯한 모든 것이 자국의 정치적 논리에 좌지우지되고 국내 환경도 정치가 가장 앞서고 있는 현재는 정말 혼돈의 도가니 같다. 지금같이 정보가 홍수처럼 밀려나오는 시대에는 서로 다른 측면의 정보를 각자 생산해서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 판단하기도 어렵게 만든다.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고 흠집을 내는데 도가 지나쳐서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목적을 위해서 현재 누구인가 제거돼야 한다면 윤리와 도덕은 고려해야 하는 대상에서 가장 ...
서풍받이. 인천 사람이지만 그 이름을 처음 알았다.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받는 커다란 바위라는 의미라는데, 낙조를 받아 눈부신 대청도의 서풍바위를 맞으며 주저앉고 말았다. 인천 토박이라면서 이제 만나다니. 지금 이 자리에서 가슴 미어지게 하는 기쁨을 여태 몰랐다니. 장구한 풍상을 품고 황금색으로 빛나는 서풍받이 앞에서 송구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인터넷을 열고 검색하니 과연 많은 이의 격찬이 이어졌다.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느라 서풍바위를 몰랐다니. 하지만 인터넷으로 본 서풍받이는 현장에서 만난 경관과 차이가 컸다. 며칠...
"일학습병행 참여로 인한 성과 중 하나는 신입사원 이직률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것이고…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필수적인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모 기업의 현장교사 말이다. ‘산업현장 일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이 지난 8월 2일 국회를 통과해 제정됐다. 2014년 도입돼 마이스터고교와 전문대학, 그리고 4년제 대학에서 학생 신분으로 기업 현장 근로에 참여하도록 설계돼 한국형 도제제도로 발전된 일학습병행 제도가 본격적으로 법률 지원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참여기업에 대한 지원이나 학습근로자에 대한 보호 및 훈련 수료 후 고용...
시공을 초월해 우리의 생각을 사로잡고 지배하는 영원불변한 관념체계가 이 땅에 있을까? 그러한 체계는 세계를 설명하고 변화시키는 사상과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우리는 이러한 신념 혹은 인식 체계를 이데올로기라 한다.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인류문명과 역사의 진보·발전에 따라, 혹은 시대의 풍조와 환경변화에 따라, 태어나고 사라져왔다. 그런데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관념체계가 있으니, 사회주의와 민족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사회주의는 소련과 동구의 붕괴로 그 실험이 실패로 검증됐으나, 사회주의 신봉자들은 역사상 한 번도 진정한 의미의...
근대 개항기 사진 자료로 인천지역을 연구한다.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한 자료를 보면서 그동안 알고 있던 역사적 사실을 재확인하기도 하고, 가끔은 새로운 사실을 찾기도 한다. 초기에는 주로 일본인을 비롯한 외국인의 주요 활동 무대였던 중구청 일대를 중심으로 그들의 건축 활동에 초점을 두고 접근했지만 몇 년 전부터는 개항을 맞이한 조선 정부의 노력을 규명하는데 주력하는 중이다. 망한 나라 조선으로 폄훼됐던 조상들의 건축 활동을 밝혀 인천을 보다 입체적으로 보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다. 시선을 바꾸니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트로트 가수 송가인의 열풍이 예사롭지 않다. 젊은이들이 BTS와 같은 아이돌에 열광하듯이 중장년층에게는 송가인이 그야말로 아이돌인 셈이다. 그녀만 나오면 프로그램의 종류와 상관없이 시청률도 고공행진을 한다. 사랑스러운 외모에 탁월한 가창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8년간의 무명생활, 판소리를 전공한 재원, 구성진 소리 실력, 무녀(巫女) 어머니를 둔 특별한 가족사 등등 확실히 그녀에게는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 다양한 매력과 가슴 찡한 서사들이 존재한다. 특히 그녀의 목소리는 남도의 한을 표현하기에 최적화돼 있는 듯 보인다. 대한민국...
근래 역사 연구의 방법론이 다양해졌다. 사회 구조나 제도, 시설 등 하드웨어 정립을 모색했던 과거 거시사적 경향은 이제 세부 콘텐츠를 찾아가는 미시사적 시각으로 바뀌었다. 현재의 추세에서는 문헌자료와 유물·유적 외에도 구술기록이나 사진, 일기 심지어 메모지나 간단한 스케치, 편지, 신문, 광고 등 그야말로 세세한 자료들이 연구의 대상이 된다. 무엇보다 역사 자료는 오랜 시간 지속적인 발굴과 수집을 필요로 하고 보다 많은 다양한 자료의 확보와 이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그 의미를 갖는다. 역사 자료 중, 특히 근대 이후 발행된 ‘...
요즘은 새로운 소식이 반갑지 않다. 새로이 쏟아지는 소식이 홍수처럼 밀려드는 느낌이다. 좋은 소식이 많지 않고 걱정스러운 소식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국가는 자국의 이익이 먼저고 개인은 개인대로 공공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이 먼저 앞선다. 개인의 이익과 자국의 이익이 먼저 앞서는 사회에서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것이 점점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어 들려오는 새로운 뉴스가 점점 부담스럽다. 교사가, 직장상사가, 교수가 해당 학교 학생에게, 해당 직장 아래 직원에게 직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강제하는 경우, 부당하게...
폭염주의보가 발령된다. 최고기온이 33도 오르는 날이 이틀 이상 계속될 것이 예상될 때 발령되다는 폭염주의보가 일상화된 느낌이다. 도시 주변에 녹지와 습지가 충분했던 시절, 한여름의 뙤약볕은 소나기를 불렀는데,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녹지와 습지를 잠식하면서 폭염은 연일 기승이다. 논밭은 훌륭한 녹지와 습지였지만 인천에 없다. 모조리 메워 철근콘크리트 건물을 세우고, 건물을 잇는 아스팔트를 깔았다. 습기를 증발시켜 폭염을 식힐 장치는 그만큼 위축됐다. 간선도로 이면의 단독주택단지가 고층 아파트단지로 바뀌더니 이젠 40층을 오르내...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 전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와도 우리나라에서는 명문대학의 간판이 여전히 유효하며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내 자녀가 미래에 어떤 직업을 갖는가와 관계없이 명문대를 진학했으면 좋겠다. 의사와 변호사 같은 직업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여전히 인기직업일 것이다’ 라는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34.6%로 응답했다. 반면에 ‘앞으로는 명문대를 가도 좋은 직업을 갖기는 어려운 시...
수년 전 중국을 방문한 서양학자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시진핑은 중국의 굴기는 평화롭게 일어서는 것(和平屈起)이므로 다른 국가들, 특히 미국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고대 그리스 역사가인 투키디데스가 그의 저서 「펠로폰네소스전쟁사」에서, 신흥강국인 아테네의 부상에 위협을 느낀 스파르타가 이를 제압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다는 설명에서 나온 말이다. 이런 ‘함정의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하버드대의 그레이엄 엘리슨 교수는 「예정된 전쟁(D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