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잔치’(?)는 그렇게 끝났다. 결과는 독자들이 본 대로, 들은 대로, 아는 대로다. 이 글이 활자가 돼 지면으로 나올 때면 이미 볼 장은 다 본 뒤다. 4년마다 서는 ‘총선장’은 철시를 하느라 여념이 없으리라.이문을 꽤나 남긴 장수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콧노래를 흥얼거릴 테고, 공친 장수는 바람 빠진 풍선인형처럼 풀이 죽겠지.선거 결과에 의미를 부여하느라 야단법석이겠지만, 정당 대표나 대변인들의 몇 줄 논평이나 생계형 평론가들의 제 논에 물 대기식 해석 따위로 유권자들의 속내를 어찌 다 헤아리겠는가.여하튼 한동안은 영광
싱그러운 봄 내음과 함께 선거의 계절이 왔다.22번째 국회에 들어갈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4·10 총선은 윤석열 정부 3년 차에 치르는 중간 평가 성격이 짙다. 지난 2년간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로 남은 임기 동안 국정 운영이 탄력을 받게 될지, 반대로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재현되면서 야권의 끊임없는 견제에 갇히게 될지가 결정된다. 그러다 보니 정부여당으로서는 이번 총선에서 경기도 선거 결과가 갖는 의미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전국 254개 선거구 중 4분의 1을 차지하는 60석을 가진 경기도에서 21대 총선처럼 7석을 거둬서
지난 7일이었다. 본사 회의가 있는 날이라 일찌감치 준비를 마치고 집 앞을 나섰다. 하지만 웬걸, 경충대로(성남나들목 방면)에 들어서자마자 긴 차량 행렬이 도로를 메웠다.평소 막히는 구간이 아니라서 뚫리길 기다리며 거북이걸음을 하던 중 무슨 사고가 난 건 아닌지 궁금해서 경기교통정보앱에 접속했다. 지도상에 정체 구간을 알리는 빨간줄이 성남나들목까지 표시됐는데, 그 연유를 몰랐다. 교통사고도, 도로 공사 안내 표시도 없었다.이른 시간이었고, 현 도로 상황을 어디에 물어야 하는지도 몰라 답답했다. 막히는 길을 유독 싫어하는 성품 탓에
몇 해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코로나19 후유증이다. 기저질환도 있었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응급실로 들어가셨고, 그렇게 몇 달을 계시다 결국 눈을 뜨지 못하셨다.아버지가 돌아가시기 며칠 전, 아침 일찍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위중하시다"란 말을 듣고 병원으로 내달렸다. 숨을 거두신 건 이틀 뒤다.장례 준비를 해야 하는데 무지했다. 가족에게 알리고, 휴대전화로 관련 검색을 하다 부모님 집에서 가까운 장례식장으로 정했다. 병원에서 사망 확인과 같은 절차를 마치고 장례식장에 도착하기까지 2시간 정도가 걸렸다. 장례식장에선 말싸움도
요즘 ‘싸가지’ 논란이 한창이다. 싸가지 하면 떠오르는 이가 있다. 배우 윤문식이다. 신경질적인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버릇없이 나대는 동네 얼치기들에게 "이런 싸가지하고는"이라며 내뱉는 걸쭉한 호통에 막힌 속이 탁 트이는 듯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근자에는 아시안컵 축구대회 준결승 전날 이강인 선수가 대선배인 손흥민 선수에게 드잡이를 하면서 마찰을 빚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 정치권에서도 연일 싸가지 타령이다. 젊디젊은 대표와 노쇠한 정치인의 세대 간 언쟁도 지긋지긋하게 이어진다. 체육계는 물론 정치권과 우리 일상에서도 가장 흔히
그해 초겨울 용인은 퍽이나 무더웠다. 무더위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더워서 덥다기보다는 왠지 모를 답답함과 갑갑함이 숨통을 옥죌 지경이다. 몸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편하디편한데, 정신세계는 옴나위도 못하리만치 여유라곤 1도 없다. 햇수로 3년 만에 복귀한 용인은 적어도 기자에겐 그랬다. 병인(病因)을 찾기까진 그다지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원인은 단 한 가지, 패러다임이 바뀐 사실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우둔함 탓이었다. 패러다임을 동시대인들이 공유하는 세계관이라고 정의할 때,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변화는 패러다임 혁명 중 가
선거철이면 그간 잊고 지내던 고사성어를 자주 본다. 세력과 세력의 다툼이 일어나는 혈투의 현장인 만큼 과거 있었던 일을 빗대어 작금의 상황을 표현하는 일이 상당하다.최근 정치 구도를 보면 떠오르는 문구는 합종연횡(合縱連衡)이다. 거대 양당의 그늘 아래 함께하지 못한 이들이 연합을 이뤄 대의를 이뤄 보겠다는 의지를 피력 중이다. 요새 말로는 빅텐트(Big Tent)로 지칭되는 열세들의 규합이 22대 총선이 채 3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재현됐다.과거에도 총선을 앞둔 시점에 이같이 변화를 도모하는 이들의 연합전선 구축은 있었다. 제3
지난해 11월 인천경기기자협회가 마련한 해외 연수를 다녀왔다. 아시아권 최초 대마 합법국인 태국을 찾아 마약제도 변화에 따른 위험성과 발생하는 부작용, 문제점을 파악해 보자는 게 주된 취지다. 기자는 혹시나 모르게 대마가 들어간 음식을 먹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문제 될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대마를 취급하는 상점마다 이를 상징하는 길다란 ‘초록 단풍잎’이 그려진 로고를 표시한 덕에 이를 확인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유명 야시장이나 편의점에서 파는 음식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못 미더우면 ‘No Cannabis(대마초 안 돼요)’를
나이를 먹는다는 건 슬픈 일은 아니지만, 기쁘지도 않다. 변화는 체감한다. 그 중 하나가 나태함이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전화 취재보단 취재원을 만나 얘기하는 게 우선이었다. 직업상 공직자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사무실을 찾아가면 만나려는 사람이 자리에 없어도 또 다른 사람과의 만남이 가능했다. 어찌 보면 보다 빠른 시간 안에 더 많은 사람을 알아 그 조직을 이해하고 살아남으려는 방법이었다.한 해, 두 해 연차가 쌓이면서 자연스레 취재하려는 조직에 아는 사람이 늘었다. 그럴수록 찾아가기보단 전화하는 횟수도 늘었다. 때마침(?) 코
어느 날 갑자기 시장(市場)이 사라졌다. 고대 때부터 사람들이 모여 왁자하게 물건을 사고팔거나 교환했던,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전통시장 이야기가 아니다. 인터넷 시대 강자로 부상한 거대 플랫폼의 횡포 때문이다.정보통신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시장은 직접 대면을 통한 물물교환이라는 과거 방식만이 아니라 ‘다음’이나 ‘네이버’ 같은 인터넷 환경의 강점을 가진 거대 플랫폼이 생겨났다. 이곳에서는 상품 거래뿐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내놓고 습득하는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나 공간 구애 없이 공급자 또는 수요자로 참여
본인은 소시적 유아기로부터 글짓기가 아니라 글쓰기를 좋아하였었던 것이었던 바, 그로부터 수십 년이라는 세월적 중량감이 합산됐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타 직종에는 별다른 직업적 매력을 감응하지 못하고 매스미디어적 언론사에 취직을 통하여 기자적 길을 걷고 있는 것인데, 막상 기자라는 이름의 역할과 입장을 접하고 보니, 가히 ‘글짓기’ 수준이 신기에 가깝다고 아니할 수 없었었던 상황에 직면한 것이었던 것이니, 간담회도 성황리에 열렸다고 밝히고, 회의도 개최됐다고 밝히고, 도로도 개설됐다고 밝히고, 어린이집도 개원됐다고 밝히고, 양해각서도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난데없이 경기도 지역 3기 신도시 개발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경기도민들 자존심을 긁는다.안 그래도 김포시 서울 편입 문제가 불거지면서 행정구역상 서울시민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아량식 정책 추진에 수도(首都)가 아닌 수도 인근에 거주하는 이들이 상처를 입었는데, 여기에 재차 소금물을 부은 꼴이다.이번에 문제가 된 건 SH지만 사실 단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공했다.2년 전 소속 직원들의 불법 투기 사건으로 사회에 파장을 일으켰고, 이후 큰 자성을 예고해 놓고도 일탈만을 반복하는 LH가 3기 신도
600여 년 전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지금 서울(한양)로 천도했다. 신도시 원조 격이다. 궁궐과 관청이 들어서고, 권력 높은 양반가 집안이 줄지어 입성했다. 이를 따라 사람들이 몰리면서 도성 안팎은 언제나 북적였다. 그때도 서울에 집을 사는 일은 어려워서 집을 뺏고, 사기를 치는가 하면 기상천외한 사건도 많았다.조선시대 왕들도 수도 부동산 문제만큼은 골머리를 썩었다고 한다. 서울에 속하거나 가까이서 지내려는 우리 민족 열망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김포시 서울 편입을 두고 연일 시끄럽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덩달아 다
아내가 잠시 욕실에 들어간 사이 아들이 쪼르르 달려왔다. 아쉬운 뭔가가 있을 때 하는 행동이다. 옆으로 다가온 아이는 이윽고 귀엣말을 한다. "아빠, 배워 키트가 새로 나왔어" 하고 입을 연 아이는 새 키트 여러 장점을 쉴 새 없이 나열했다. 말은 길었지만 한마디로 ‘사 주세요’다.배워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바일 게임 로블록스 배드워즈 줄임말이다. 1주일에 한두 번은 아이와 함께 게임도 한다. 아이에게 다달이 용돈을 준다. 많지는 않지만 5천~1만 원 정도 새 키트를 살 여력은 있다. 문제는 새 키트를 사도 되는지에 대한 결정 권한
사람들은 그를 우스우면서도 기이하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황당하기는 하지만 시대를 앞서 가는 선견지명이 있음을 말머리에 올리기도 한다.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 얘기다. 대선 때가 아닌데도 최근 들어 그의 이름을 종종 거론한다.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권·부패 카르텔 돈줄인 보조금을 폐지하고 해당 재원을 수해 복구에 투입하겠다고 하자 그를 소환했다.이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권 카르텔은 정치와 관련한 용어지만 수해 복구는 절박한 현안인데, 이 두 가지를 엮으면 오류가
재탕이다. 자기 표절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작권이 기자에게 있는 마당에 또다시 같은 주제를 소환한다고 무에 대수겠나. 상황만 다르면 그뿐이지. 개그맨들도 자신만의 유행어를 밀려고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마다 ‘억지’(?)로 상황을 만들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같은 말을 반복하질 않나. 그래도 소심한, 아니 세심한 성격 탓에 ‘것봐라이즘(Geotbwaraism)’ 뒤에 아라비아숫자 ‘2’를 조심스레 갖다 붙였다. 혹여 "또 써먹냐"며 다짜고짜 활시위에 비난의 화살부터 메길 사람이 나올 여지도 있으니 말이다.일전에 ‘서해안’에서 설명했지
"아니 그게 아니고", "아냐 내 생각에는", "아냐 일단 그러지 말고", "그보다 내가 볼 땐."시작부터 부정하며 대화의 문을 열어젖히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다. 설마 다른 사람 의견을 무시하려고 일부러 내뱉는 말은 아닐 테지만 그렇다 한들 정말이지 믿고 싶지는 않다. 진실로 그리할 의도를 지녔다면 그만큼 거리를 둬야 하고 두려워해야 하니 말이다.그렇다. 기자는 지금 더 보태지 않아도 누구나 아는 뻔한 얘기를 하는 중이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 밥을 많이 먹으면 배가 부르다.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하라 따위의 뻔한 얘기다.하지
2005년부터 15년간 경기도와 인천시, 서울시가 교통 현안을 함께 대응하는 별도 조직을 운영했다. 수도권교통본부라는 명칭의 이 조직은 3개 수도권 광역지자체가 약 50명의 직원들을 파견해 운영한 조합이었다. 주 업무는 3개 지자체 간 광역교통 행정과 수도권 통합환승요금 운영, 교통시설 추가 확충에 대한 각 지자체 의견과 정책을 조율하는 일이었다.수도권교통본부를 운영하던 시기, 야당이 다수를 차지한 경기도의회에서는 수도권교통본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상당했다. 경기도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광역버스 신설 문제나 통합환승제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따위가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요즘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불량·불법 비디오를 시청함으로써 비행 청소년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비디오를 보던 시절, 어린이들에게 ‘무서움’을 강조하며 폭력성이 짙거나 야한 ‘빨간 딱지’ 비디오테이프를 관람하지 말라는 캠페인 문구다.시대가 변했다. 받아들이는 감정은 달라졌어도 인간에게 무서움은 여전히 상존한다. 넓게는 우크라이나 전쟁, 신 냉전주의, 경제 패권 다툼, 기아·식량 문제, 에너지 전쟁 따위다.우리 사회도 정치 이념과 사회 양극 현상, 개
며칠 전 성조숙증 검사를 하려고 아이와 병원을 찾았다. 남녀 성별 구분 없이 8~9세 때 이 검사를 보통 한다. 우연하게 치과에서 한 뼈 나이 검사에서 실제 나이보다 많이 나온 탓에 성조숙증까지 검사했다. 아이가 단 1㎝라도 더 컸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검사를 앞둔 아이는 잔뜩 긴장했다. 처음으로 피를 뽑아야 하는 상황이어서다. 왼팔에 노란색 고무줄을 묶는 순간부터 피를 다 뽑을 때까지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 사이 아이는 단 한마디도 못하고, 피를 뽑는 자신 팔도 보지 못했다. 1분이 1시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처럼 느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