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영 검단탑병원 외과  과장
김호영 검단탑병원 외과 과장

2021년 통계청 조사 결과 3대 사인은 암, 심장질환, 폐렴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장질환이나 폐렴, 뇌혈관질환이 남녀에 따라 비율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에 비해 암은 남녀를 막론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암은 어떤 병이며, 치료 과정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우리 몸에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수없이 떨어져 나가고 새로 생기기를 반복하는 세포들이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코나 입안의 점막을 들 수 있습니다. 조금만 힘이 들어도 쉽게 헐지만, 금세 새살이 돋습니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달마다 자궁점막이 증식하고 떨어져 나가기를 반복하고, 유선조직이 부풀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것을 익히 알고 계실 겁니다.

이렇게 명멸을 반복하는 세포들은 새로이 생길 때마다 각자 우리 몸에 각인된 설계도에 따라 정상적인 세포만이 살아남게 되고, 비정상적인 세포는 스스로 사멸하게 됩니다.

하지만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 때 검수 과정을 거쳐도 불량품이 발생하듯 몸에서도 비정상적인 세포들이 발생하게 되는데, 그 중에서 정상 범위를 벗어나 계속 자라나는 덩어리를 종양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종양들 중에서 제자리를 지키면서 주변으로 침투하지 않는 종양을 흔히 단순한 ‘혹’이라고 알고 있는 ‘양성종양’이라 합니다. 주변으로 침투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혹만 제거하면 대부분의 치료는 종료됩니다.

하지만 주변으로 침투하면서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가는 종양을 우리는 ‘악성종양’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악성종양’이 바로 ‘암’입니다. 

단순히 퍼져 나가기만 해도 문제가 되지만, 암세포는 주변을 갉아먹고 파괴시키며 퍼져나가는 나쁜 특징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종양을 제거해도 그 위치에 있던 정상 조직에 얼마간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기능에도 문제가 발생합니다.

게다가 이러한 침투가 주변으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혈관이나 체액 등이 흐르는 림프계(림프샘)를 따라 전혀 예상치 못한 먼 곳까지도 일어나게 됩니다(원격전이). 쉬운 예로 대장암이 폐에서 생기거나, 유방암이 뇌에 생기는 등의 일이 생기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암은 일정 한계점을 벗어나게 되면 발생한 장소에 국한된 병이 아니라 전신에 관여하는 병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암을 치료할 때 수술은 처음 발생한 부위의 눈에 보이는 덩어리를 제거하는 것과 함께 눈에 보이지는 않는 ‘세포’가 갉아먹으며 퍼진 넓은 부위를 잘라내야 하고, 암세포가 몸의 먼 곳으로 퍼져 나갈 수 있는 경로(혈관, 림프샘)까지도 함께 제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암 덩어리를 떼어내게 되면 정상 장기의 일부가 제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능을 복원하기 위해 재건수술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기능이 완전히 복원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불가피한 경우 그 기능을 복구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결과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일찍 발견된 경우 그 결과가 좋은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이렇게 많이도 떼어낸 장기들은 조직검사라는 과정을 진행하게 됩니다. 검사실에서 잘게 자르고, 약품처리 등의 과정을 거쳐 현미경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든 후 면밀히 관찰합니다. 그제서야 비로소 암세포가 얼마나 퍼졌는지, 어디까지 퍼졌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 결론을 내릴 수 있게 되고, 그것이 바로 1기부터 4기까지 말하는 ‘병기’가 되겠습니다.

결국 암의 병기를 알 수 있는 것은 수술 후, 그리고 조직검사가 완료된 시점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병기가 결정돼야 암 수술 이후 추가적인 치료가 진행될 수 있습니다. 1기보다는 2기, 2기보다는 3, 4기가 더욱 진행된 암이며, 당연히 추가적인 치료 방향, 방법도 다양해질 것입니다.

앞에서 기술한 것처럼 암은 덩어리로 모여 있던 부분을 수술로 제거하더라도 처음 발생한 위치를 떠나 온몸을 휘젓고 다니는 작은 세포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런 수술로 제거할 수는 없는 암세포까지 치료하기 위해서는 수술 후 약물이나 방사선 치료 같은 부가적인 치료를 진행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암은 늦게 발견할수록 정상적인 조직의 파괴가 많이 일어나게 되며, 또한 생각지 못한 부위로 전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수술 범위가 커지고, 수술 후 항암·방사선 치료 같은 부수적 치료까지 병행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수술 기술의 발달과 항암치료제 등의 발달에 따라 암은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한 병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 치료에 있어서 발생하는 괴로움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환자가 겪어야 하는 수술의 통증과 위험성도 있겠지만, 그 후 수반되는 치료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이나 가족구성원들의 정신적 고통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여러 면에 있습니다.

모든 병이 그렇듯 예방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예방할 수 없다면 발견이라도 빨리 하는 것이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는 길입니다. 정기적인 검진과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도 신경을 쓰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져야겠습니다.

<검단탑병원 외과 김호영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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