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 민락2지구에 있는 A빌라 인터폰 가리개와 우편함에 비밀번호가 적혔다.
의정부시 민락2지구에 있는 A빌라 인터폰 가리개와 우편함에 비밀번호가 적혔다.

배달할 때 수월하려고 일부 배달원들이 집주인 허락도 받지 않고 공동현관에 비밀번호를 적어 둬 여성들이 불안에 떤다.

2일 오전 10시께 찾은 의정부시 민락2지구 빌라 밀집지역은 보안을 강화하려고 상당수 건물이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드나드는 출입문을 설치했다.

그러나 건물 10곳 중 6곳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인터폰 숫자 키패드 언저리에 배달원들이 적은 비밀번호가 그대로 노출됐다. 해당 번호를 누르자 공동현관문이 곧바로 열렸다.

같은 날 의정부시 금오동 모 대학병원 인근 빌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배달원(택배·음식·우체부)님 건물에 비밀번호를 기재하지 마세요’라는 글귀를 적은 경고판을 붙인 건물을 빼고, 바로 옆 건물부터 우체통과 현관문 위쪽에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비밀번호를 써 뒀다.

양주에서 배달대행업체를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아무래도 배달할 때 공동현관문 비밀번호까지 확인하려면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배달원이나 택배기사들이 공동현관문 비밀번호를 써 놓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양주시 옥정동과 덕정동 원룸촌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누군가는 이를 마뜩잖게 여겼는지 비밀번호에 여러 차례 빗금을 그어 지운 흔적이 보였지만, 바로 옆에 누군가가 또 비밀번호를 적었다.

인근 한 주민은 "이 집을 처음 소개한 부동산 관계자도 현관문 한편에 적은 비밀번호를 찾아 문을 열었다"며 "당시 비밀번호가 아니라 ‘공개번호’구나 싶어서 이사 온 뒤로는 공동현관문은 없는 셈 치고 집 현관문 단속에 더욱 마음을 쓰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의정부경찰서 관계자는 "편리하다는 이유로 공동현관에 비밀번호를 적어 두면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는 안전불감증에서 비롯한다. 비밀번호가 적혔다면 지우거나 비밀번호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고, 사는 사람도 웬만하면 비밀번호를 노출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정부=이은채 인턴기자 chae@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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