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평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강화평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췌장은 위 뒤쪽에 있는 15㎝ 정도 길이의 장기다. 혈당 조절을 위한 호르몬과 각종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역할을 한다.

췌장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인 췌장암은 진단과 치료가 까다로운 암으로 알려져 있다. 조기 발견을 위한 적절한 검진 방법이 없고,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는 증상을 자각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초기에 진단이 어렵고 치료 예후도 좋지 않다.

췌장암에 대한 보편적 인식과 두려움 때문에 췌장에 생기는 물혹에도 크게 걱정하는 환자들이 많다. 특히 최근에는 췌장 물혹을 진단받는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물혹이 발견되는 연령으로 비춰 인구의 고령화, 당뇨병, 만성적인 췌장질환 증가를 원인으로 볼 수 있고, 더불어 건강검진의 보편화와 영상검사의 접근성 향상, 진단기술 발달도 주요한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원인이 밝혀진 물혹도 있지만, 가성 낭종을 제외하고 나머지 양성·악성 낭종들이 생긴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인 소인, 연령, 당뇨 등 만성질환이 영향을 끼쳤을 수 있겠지만 더 연구가 필요하다.

췌장 물혹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은 ‘물혹이 암으로 변하는가’다.

우선 췌장 물혹은 발견 당시에는 암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췌장 물혹들 중 일부는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서, 일단 췌장 물혹이 확인되면 물혹의 종류가 무엇인지, 현재 암 발생 위험도는 어느정도 되는지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췌장 물혹 중 가성 낭종은 급성 췌장염등 췌장 손상의 후유증으로 생긴 물집으로, 실제로는 종양이 아니라서 암으로 변할 가능성은 없으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없어지기도 한다. 과거에는 이 가성 낭종이 여러 췌장 물혹 중 가장 흔하다고 알려졌으나 현재는 종양성 물혹의 발견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종양성 물혹은 크게 내부의 액체가 미끈미끈한 장액성 물혹과 끈적끈적한 점액성 물혹으로 구분된다. 장액성 물혹은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크기나 동반 증상 등을 고려해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반면 점액성 물혹은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증상이 없지만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물혹이 진단된 분들이 많은데, 우연히 발견된 무증상 물혹의 암 발생 위험은 연간 약 0.5% 미만이며, 7년 안에 발생할 위험은 약 3%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증상이 없고 크기가 작으며 악성 변화를 의심할 소견이 없는 췌장 물혹의 암 발생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 그러나 적절한 추적관찰은 반드시 필요하다. 

췌장 물혹의 관리는 대장암 예방을 위해 조기에 제거하는 대장 용종 치료와는 차이가 있다. 대장 용종처럼 췌장 물혹을 내시경으로 쉽게 제거할 수는 있는 방법은 없다. 또한 현재 증상이 없고 암이 될 가능성이 낮은 물혹을 전부 수술로 제거하는것도 권장되지 않는다. 반면 진단 당시에 암일 가능성이 있거나 암으로 진행할 위험도가 높은 물혹이라면 즉시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바로 수술할 필요가 없는 상태의 물혹이라면 정기적 관찰을 통해 관리하면서, 췌장암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변화를 보일 때 수술로 제거하는 것이 최선이다. 물혹의 위치에 따라 외과적 수술로 췌장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절제한다.

건강검진을 하다가 "췌장에 뭐가 보인다. 큰 병원 가 보시라"는 소견이 나오면 몇 날 며칠 잠도 못 자고 병원에 오시는데, 지체 말고 병원을 방문하시되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췌장 물혹이 암이 되는 사례는 일부일 뿐이며, 물혹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통해 만약 암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있다면 암이 되기 전에 제거도 가능하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강화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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