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박물관은 17일 강당(열수홀)에서 2022년 한중 수교 30주년과 실학번역총서 「호저집」 발간을 기념해 ‘박제가와 한중 묵연(墨緣)’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호저집」은 18세기 조선 실학자 초정 박제가(1750∼1805)의 아들 박장암(1780∼?)이 편찬한 책으로, 실학박물관에서 국내 최초로 완역본<사진>을 발간했다. 

학술대회는 한양대학교 정민 교수와 연구팀이 「호저집」의 방대한 내용을 번역하고 이를 심층 연구한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18세기 한중 문인의 교류 양상과 그 세부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며, 아울러 「호저집」이 갖는 문예 교류 자료로서의 가치를 한층 높여 주는 뜻깊은 기회가 되리라 보인다.

‘호저(縞紵)’란 본래 비단과 모시라는 뜻으로, 벗 사이에 마음을 담아 주고받는 선물, 즉 시문과 편지 등을 가리킨다. 박제가는 18세기 후반 연행사절로서 1778년 처음 참여한 이래 1790년에 2회, 그리고 1801년 한 차례, 총 네 차례에 걸쳐 중국을 다녀왔다. 이는 담헌 홍대용(1731~1783), 연암 박지원(1737~1805), 청장관 이덕무(1741~1793)를 비롯한 북학파 실학자 중에서도 단연 많은 횟수에 속한다. 4차의 연행에서 그는 수많은 청조 문인들과 만났고, 단연 조선 사신 중 제일가는 중국 인맥을 형성했다. 「호저집」은 바로 이때 박제가가 교유했던 중국 문인들에 대한 기록이다.

「호저집」은 찬집(纂輯) 1~3권, 편집(編輯) 1~3권, 총 6권으로 구성됐다. 4회 연행 중 무술년(1778, 정조 2년)을 첫째 편, 경술년(1790, 정조 14년)과 신해년(1791, 정조 15년)을 둘째 편, 신유년(1801, 순조 1년)을 셋째 편으로 해 총 3편이다. 그 안에는 총 185인에 달하는 청조 문인들의 이름이 기록됐다.

박장암은 아버지 박제가가 만난 청조 문인들의 성명을 각각 교유한 순서대로 기록했다. 이와 함께 관직과 출신 등 인적사항, 박제가가 해당 인물을 만나게 된 경위, 서로 주고받은 풍부한 시문과 필담 자료들을 실어 박제가가 수행한 교유의 전말을 매우 자세하면서도 입체적으로 전한다.

학술대회는 실학박물관 유튜브 채널에서 실시간 생중계될 예정이며, 자세한 내용은 실학박물관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백창현 기자 bch@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