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미니 신도시급으로 추진 중인 용현·학익 도시개발사업이 수개월째 답보 상태가 이어지면서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질 조짐이다. 

용현·학익 도시개발사업은 시행사인 DCRE가 ‘시티오씨엘’이라는 상표로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 등 국내 굴지 건설사를 앞세워 조성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이다. 1만3천 가구 규모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2020년 4월 착공 뒤 아파트 2천500여 가구와 오피스텔 1천200여 실, 그리고 상가 338실의 분양과 착공을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인천시가 DCRE에 대해 도시개발법 등 위반과 사업부지를 관통하는 제2경인고속도로 소음대책을 문제 삼으며 행정처분을 예고하면서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상황이라고 한다. 

이러한 갈등이 큰 진전 없이 8개월 가까이 계속되면서 DCRE는 전체 10개 단지 중 지난해까지 3개 단지만 분양했을 뿐 올해 예정된 3개 단지의 추가 분양은 엄두도 못 낸다. 무엇보다 사업 지연에 따른 피해가 도미노처럼 이어질까 걱정이다. 당장 아파트와 상가 등을 분양받은 4천여 입주예정자들의 입주 지연이 우려되는데다, 후속 분양을 하지 못하면 입주민 자녀들이 다녀야 할 학교 설립은 물론 공원과 지하철역 등 주요 기반시설 조성도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결국 피해는 입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어쩌면 인천시와 시행사인 DCRE라는 두 거대한 고래들의 싸움에 입주민들의 새우등만 터지게 된 셈이다. 보다 못한 입주예정자들은 급기야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요구하는 ‘인천시 미추홀구 신도시개발 중단사태 해결 촉구’라는 제목의 시민청원을 ‘열린시장실’ 게시판에 접수했고, 최근 공감 건수 3천 건을 넘기면서 시의 공식 답변을 듣게 됐다. 사업에 제동을 걸었던 시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이번 사태는 인천시의 뒤늦은 상황 판단으로 벌어진 일이라는 지적이 많다. 여전히 이해 안 될 일은 사업시행사와 인천시가 사업계획 심의부터 인허가까지 많은 협의 과정을 거쳤음에도 시에서 갑자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부분은 미스터리다. 이제는 유정복 시장이 답해야 할 때다. 전임 시장 때 발생한 일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피해자가 예상되는 만큼 시의 석연찮은 제동 과정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대해 시민에게 소상히 알려 궁금증을 풀어줘야 한다. 궁색한 변명이 아니라 입주예정자들이 납득하도록 속시원한 설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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