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호 인하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박진호 인하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인천은 항구다. 따라서 도시의 지정학적 가치는 항구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의 현 항구는 물자 수송을 위한 부두나 창고, 야적장 등의 과거형 기능에 국한돼 있다. 해변을 따라 청라에서 북항, 내항, 남항 그리고 송도로 이어지는 인천의 해변 벨트는 도시를 상징하는 중심축임에도 수십 년째 시민이 걸어서 접근조차 용이하지 않은 비인간적인 공간으로 남아 있다.

시는 북항, 내항 그리고 남항의 위치와 도시 문맥에 맞는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개항장 부근은 역사·문화관광지로, 일부는 주거지나 상업지로 개발하고자 하는 수준이다. 그럴듯해 보이는 청사진은 장밋빛 계획으로만 남을 확률이 높다. 남항 그리고 인접한 내항은 더더욱 심각해 보인다. 온통 수산물 하역부두, 물류창고, 야적장 등으로 차 있어 사람의 접근조차 요원하지 않은 지역이다.

항구가 변해야 인천이 산다. 그러기 위해선 인간 중심적이고 친환경적인 해변 부두를 지향하면서 신성장 첨단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들을 항구 주변 부지에 대규모 유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젊은 세대가 유입되고 도시가 다시 살아 움직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도록 해야 한다. 해변으로의 자연스러운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고 단절된 주변 지역과의 소통을 이룰 수 있어야 비로소 도시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여기에 더해 다양한 연구 클러스터와 첨단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 그리고 혁신 창업생태계가 구축된다면 인천만의 신성장 동력을 갖춘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다. 남항의 지척에는 역사와 전통의 거점 연구대학인 인하대학교가 이미 자리하고 있고, 충분한 주거단지가 조성돼 있는 등 신성장 기반이 갖춰져 있는 신산업 밸리의 최적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인천이 지향하는 방향과 전략은 메타버스 기술시대의 선도는커녕 과거로의 퇴행 수준으로 온통 도시계획과 도시재생이라는 물리적 변화에 초점을 맞춘 과거형 도시개발 개념에 머물러 있다. 독창성이나 새로운 리더십은 어디에도 없다. 관내에서 행해지는 관련 행사나 학계의 포럼 내용도 딱 그 수준이다. 지자체장만 바뀌었을 뿐, 온통 패거리식 구태로 만연해 있다. 이들이 함께 인천을 망가뜨리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

얼마 전 일이다. 스웨덴 말뫼에서는 세계적 조선사였던 코쿰스가 문을 닫은 후 대형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넘긴 뉴스가 화제였다. 조선 강국의 자리를 신흥국 등에 내준 후 전체 인구의 10%가 실직되거나 도시를 떠났으나 새로운 시장이 취임하면서 변화를 꾀하게 된다. 버려진 조선소 부지에 대학을 세우고, 조선소 공장은 창업 인큐베이터로서 새로운 스타트업 기업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또한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친환경 첨단기술산업을 유치해 새로운 연구개발 및 성장산업의 중심 지역으로 도시 정체성을 재정립하게 된다. 현재 이 도시는 유엔 선정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친환경 첨단도시 중 하나다. 이는 단기간에 이룬 변화로 인천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도시의 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역사는 무역과 산업 등의 자유로운 활동에 근간한 경제성장과 궤적을 같이한다. 중세 북유럽 중심의 한자동맹이나 남유럽 지중해 연안지역 도시의 성장이 그랬고, 산업혁명 이후 도시의 팽창도 그랬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쇠락한 원도심을 살려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려는 시도는 장기간의 계획과 전략에 기반을 두고 서서히 진행해야 할 사업이다. 신성장 동력의 수혈 없이 원도심이 다시 살아나길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망상이다. 단기간의 혈세 투자로 도시재생을 꿈꾼다면 그 또한 허구다. 또한 원도심의 일부만을 구조적으로 바꾸거나 물리적 변화를 가한다고 도시 회복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깨진 항아리에 물 붓기다. 신성장 첨단산업이 대거 조성되면 인구 유입과 경제 활력, 그리고 낙후된 배후지역은 자연스럽게 연동 발전된다.

인천의 산업생태계는 구시대적 수준에 머물러 있고, 청년층 인구 유입과 도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엔진은 턱없이 부족하다. 인천의 밝은 미래를 꿈꾼다면 해안벨트를 성장의 중심축으로 신성장 동력을 위한 첨단연구 클러스터를 구축해 젊음이 넘쳐나는 생동감 있는 도시로 재구성해야 한다. 이것이 미래를 향한 인천시 지방자치 행정의 최우선 과제여야 하고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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