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자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이경자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EBS에서 제작한 나눔의 법칙이라는 8개의 영상이 있다. 그 중 ‘나눔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라는 법칙은 왜 우리가 나눔을 실천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그 법칙을 소개하는 영상에는 나눔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몇 가지 내용이 포함돼 있다. 

첫 번째는 마라토너가 30분 이상 뛰었을 때 밀려오는 행복감을 이르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와 유사하게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은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를 느낀다는 것이다.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나눔을 실천하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이다. 이 용어는 미국의 내과의사 앨런 룩스(Allan luks)가 ‘선행의 치유력(2001)’이라는 책에서 최초로 사용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을 도우면서 정서적 포만감을 느끼게 되는데, 이것이 인간의 신체에 긍정적 변화를 야기시킨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헌혈을 하거나 연탄을 나르는 일, 벽화를 그리는 일 등 타인을 위해 직접적으로 참여한 선한 활동뿐만 아니라 뉴스나 영상으로 남을 도와주는 장면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고 미소가 절로 지어지기도 하는데, 나눔에 대한 이런 우리의 긍정적인 반응이 모두 헬퍼스 하이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2003년 미시건 대학에서 5년에 걸쳐 423쌍의 장수비결을 연구한 사례로 연구를 통해 장수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정기적인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나눔을 실천할 때 분비되는 엔도르핀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1988년 미국 하버드 대학교 의과 대학에서 진행한 실험으로 실험대상자들에게 면역 항체 수치를 측정한 뒤, 마더 테레사의 일대기를 담은 영상을 보여주고 그 수치의 변화를 비교했더니 실험 전보다 면역 항체 수치가 높아졌고 스트레스 수치 또한 감소했다. 이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선한 일을 생각하거나 보기만 해도 면역물질이 증가하는 것으로 마더 테레사 효과(Theresa effect)라고 한다. 

세 가지 경우를 통틀어 보면, 나눔은 표면적으로는 남을 돕는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자신에게 이로운 활동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대학의 나눔교과목에서 학기초에 나눔의 경험을 나누다 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나눔은 주는 것이지만 내가 얻는 것이 더 많은 활동이었다고 소개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 가능하다. 내가 실천한 나눔은 사회에 모아둔 나의 재산이 되고 나에게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다. 결국 나눔은 나를 위한 것이 된다.

다수의 대학들이 대학의 교육목표에 사회봉사를 포함한다. 인하대도 그 중 하나인데 사회봉사 실천을 위해 대학의 구성원들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다양한 나눔활동을 실행하고, ‘나눔프로젝트’와 같은 나눔실천교과목도 다수 운영 중이다. 대학들이 대학교육의 목표로 봉사정신을 내세울 만큼 청년들에게 봉사정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입시 위주의 교육환경에서 인성교육은 소홀히 다루어졌지만 최근 인성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미래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이 변하고, 지덕체를 고루 갖춘 균형 잡힌 리더를 시대가 원하기 때문이다. 개인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이며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보편적인 가치가 중요하다.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공감이다. 공감은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본으로 한다. 문제해결 기법 중 하나인 디자인씽킹(Design Thinking)에서도 공감을 가장 중요하게 다룬다. 공감해야만 타인의 필요를 제대로 알게 되고 꼭 필요한 물품을 디자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감능력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능력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갈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따뜻하고 살 만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필수요소다. 

대학이 미래를 살아갈 청년들에게 봉사정신을 강조하는 이유는 봉사의 기본이 배려와 공감이기 때문이다. 배려와 공감은 이론적인 학습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배양될 수 있다. 대학은 미래의 리더를 길러내기 위해 교양교육에 실천을 기반으로 한 공감교육을 포진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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