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동생은 언제나 아이폰을 고집한다. 최신형 갤럭시 휴대전화와 중고 아이폰을 고르라면 망설임 없이 아이폰을 고를 정도다. 어렸을 때는 언제나 아빠 의견대로 갤럭시를 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항상 갖고 싶었으나 갖지 못했다. 그때 경험 때문인지 동생은 아이폰 말고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연예인 김신영 사례도 이와 비슷하다. 김신영은 한 방송에서 자신의 집 안 장식장을 가득 채운 장난감 피규어들을 공개한 적이 있다. 어마어마한 수의 장난감에 놀란 MC들에게 김신영은 어릴 때 못한 한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련과 후회가 남으면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내 동생처럼, 그리고 김신영처럼 어린 시절에 무언가를 갖고 싶어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갖지 못한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그들은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고 경제력이 생기며 삶의 결정권을 쥐었을 때 어린 시절에 생긴 마음의 빈 구멍을 메우려 한다. 어린 시절의 결핍을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흉터처럼 남은 결핍은 자꾸만 집착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 채워지지 못한 욕구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가지지 못한 그 무엇이 가장 커 보인다는 말처럼 시간이 지나도 그때의 욕구를 스스로는 가장 크게 느낀다. 받아들여지지 못한 욕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때의 결핍이 클수록, 그 결핍에 집착할수록 구멍을 메우려고 더욱 노력한다. 그들은 방 하나를 꽉 채울 정도로 장난감과 신발 따위를 모으거나 옷을 사고 음식을 먹는 데 아끼지 않고 돈을 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이들은 자신과 같은 부족함을 느끼지 않도록 책과 옷을 사 줄 뿐만 아니라 그들이 배우고 싶었던 미술이나 첼로학원에 다니도록 한다.

이처럼 미련으로 집착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무언가에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온 사람들은 이를 그리워할지언정 후회하고 집착하지는 않는다. 이처럼 미련과 후회가 없는 사람은 뒤돌아보지 않는다. 언제나 미련이 남은 사람만이 자꾸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며 그곳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러나 아무리 돈과 시간을 쏟아붓고 노력해도 미련의 뿌리를 없애기란 어렵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말처럼, 현재를 사는 인간이 과거의 결핍을 채우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누구나 과거에 생긴 결핍을 인정하고, 이를 달래 가며 사는 수밖에 없다. 이는 조금 억울한 사실이다. 대부분이 부모님이나 가정환경 탓에 이러한 결핍을 떠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은 어린 시절 그것이 갖고 싶었다고, 그것을 하고 싶었다고 원망을 쏟아내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은 스스로 가꿔야 한다. 비록 떠안게 된 아픔이라도 스스로 살아내야 할 자신의 인생 안에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물건 수집과 자식에 대한 지원도 자신의 결핍을 다루는 방법의 하나다. 미련을 완전히 털어내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이 즐거움을 느끼고 만족감을 느낀다면 결핍에 따른 아픈 기억을 달래게 된다. 그러나 ‘집착’이라는 표현처럼 결핍에 얽매어 매달리는 ‘짓’은 경계해야 한다. 자신의 수입 대부분을 수집에 쏟아부어 일상이 어려워진다거나, 자식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원하며 과도한 기대를 하는 따위의 집착은 결핍을 다스리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파괴하는 방식은 또 다른 결핍과 상처를 남길 뿐이다.

따라서 남은 인생에도 또 다른 결핍과 미련을 남기지 않으려면 하고 싶은 일을 제때 누릴 뿐만 아니라 지나간 상처를 마주하고 이를 다독여야 한다. 상처가 남아 있는 아픈 과거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도 모두 가치 있고 소중한 삶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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