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사를 둘러싼 중국과의 역사전쟁이 본격화되자 이에 대한 여론이 10년만이라는 폭염보다 더 뜨겁게 전 국토를 달구고 있다. 중국이 지난 5일 1948년 8월15일 한국정부 수립 이전의 한국사를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통째로 삭제하는 등 우리정부의 고구려사 왜곡 시정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나서자 국민들의 격앙된 감정으로 들끓고 있다. 한 나라의 역사 일부를 다른 나라가 인정하지 않는 것도 역사왜곡이요. 그 나라를 우습게 보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중국은 아예 고구려가 자신의 변방국가라며 대한민국을 뿌리 없는 국가로 전락시키고 있으니 분개하지 않을 국민은 없다. 더구나 중국에 대해 강력한 응징보다 엄중항의, 촉구같은 외교적 수순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는 정부입장에도 실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일단 남북 학술교류협력을 통한 공동대응을 비롯해 한·중학술문화교류와 고구려사 관련 국제학술회의 개최 등을 대처방안으로 내놨다고 한다. 또 국회는 국회대로 여야 공동대책 마련에 들어가는 등 모처럼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가장 적극적인 대처는 국민들이 제시하고 있는 격정적이면서도 다양한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겠다. 외교통상부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을 오르고 있는 국민 의견중에는 중국을 비난하고 정부의 외교력 부재를 비판하는 직격탄이 대부분이지만 `광개토대왕 얼굴이 새겨진 10만원권 화폐를 만들자'거나 `티베트 달라이라마를 초정하자', `대만과의 국교정상화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등 그럴듯한 방안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처럼 강력한 응징을 요구하는 국내 여론을 어떻게, 어느 정도로 수위를 조절해 대응할 것인지 향후 정부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일단 고강도 압박을 가하겠다고는 밝히고 있으나 국민감정에 편승해 대책 없이 강수로 일관하는 고단위 처방은 고려해봐야 한다는 입장은 분명한 것 같다. 당장 걸려 있는 북핵 6자회담이나 탈북자 문제 등 중국의 협력이 필요한 현안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고도성장을 위해 누구보다 한반도의 안정이 필요하고 탈북자 문제를 들먹일 경우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중국측이 무기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쯤은 정부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부는 그 어느 현안에 앞서 다른 나라가 우리역사를 맘대로 주무르지 못하게 만드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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