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광역단체가 예산지원을 통한 기초단체 길들이기 관행이 여전하고 기초단체는 예산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오히려 상급기관을 옹호하고 나서 지방분권화에 역행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는 소식이다. 민선자치시대가 열린 지 12년이 지났고 지방분권을 국정의 최대 역점중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 현 정부에서도 옛 관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히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하겠다.
 
보도에 따르면 인천시 동구는 지난 6월 행자부로부터 시상금성 명목으로 1천만원의 특별교부세를 받아 직원들의 해외연수비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특별교부세는 재정운영의 원칙에 따라 도로개설공사나 지역개발 및 지역 복지시설 사업 등 목적이 지정되는 사업비다. 그런데도 행자부는 국세 일부를 시상금 성격으로 지방공무원연수에 사용하도록 지원해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이에 행자부의 이번 특별교부세 지원은 불합리하게 목적에 위반된 관행을 통해 기초단체 길들이기를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는 점에서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겠다. 게다가 인천시도 행자부와 다를 바 없다. 국고지원금인 내국세를 시가 기초자치단체에 지원해주는 것처럼 생색내고 있기에 그렇다. 시는 연초 깨끗한 공중화장실 조성을 위한 환경조성비 명목으로 동구에 1억7천만원을 지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지원금 가운데 70%인 1억4천만원은 건설교통부가 지원한 국비인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인천시도 기초자치단체가 필요로 해 국고지원을 요청한 것을 자신을 거쳐 지원되다보니 시비 명목으로 일선 구청에 내려주고 있으니 생색내기가 아니냐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보인다.
 
문제는 상급기관의 이러한 하급기관 길들이기와 생색내기에도 기초단체는 자주재정운영을 외면한 채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점에 있다고 하겠다. 특별교부세가 각 정부부처마다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우수한 자치단체에게 시상금성 명목으로도 내려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광역단체를 통해 사업비 지원이 이뤄져 시의 생색도 수용한다니 알만하다. 그러나 정부의 특별교부세는 원칙과 목적에 위반돼 기초자치단체를 길들이기 위한 모양새를 보여서는 안 된다. 내국세 일부를 취득세나 등록세 등 교원재정교부금 주듯 하는 인천시도 기초자치단체의 자주재정운영권을 침해한 것으로 반드시 고쳐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각계의 주장에 귀 기울여 줄 것을 주문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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