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토종개들의 명칭이 언제부터 정해져 불리워졌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대부분이 지금의 지역명을 견종명으로 쓰고 있다. 고려시대 때 경주의 옛 지명이었던 `동경'을 견종명으로 쓴 것을 제외하면 진돗개, 풍산개 등 현존하는 대다수 토종개들은 현재의 지명을 따서 이름을 붙이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 같은 이름짓기 방식이 알게 모르게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 역시 입증할 자료는 없다고 한다. 다만 우리나라의 토종개가 천연기념물로 처음 지정된 때가 일제시대임을 감안할 때 견종 명칭을 정하는 데에 일본문화의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단정할 것도 못 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 당시 내선일체를 주장한 일본으로서는 식민지 국가의 개에 대해 가했던 무차별 도살에 대해 면죄부를 얻고자 천연기념물 지정이라는 고도의 계산된 정책을 썼음을 미뤄 짐작할 뿐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토종개를 들자면 전라남도 진도군이 원산지인 진돗개와 함경남도 풍산지방에서 길러온 사냥개 품종의 풍산개가 있다. 이 개들은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데, 진돗개의 경우 석기시대부터 한반도에 있던 개의 후예가 명맥을 이어온 것으로 표정은 온순하고 성격은 충직하며 특히 귀소본능이 뛰어나고 영리해서 집 지키기에 좋다. 1938년 이래 학술적인 가치는 인정됐으나 외부로의 음성적인 반출과 질병 등으로 번식이 잘 안돼 멸종위기에 놓였다가 62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보존육성법과 문화재관리법이 제정되면서 법적 보호를 받게 됐다. `풍산개 두 마리만 있으면 호랑이도 잡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용맹성과 대범한 품성을 지닌 풍산개는 38년에 경성제국대학 의과대학 모리 교수가 풍산개의 보존령을 제출하면서 천연기념물 128호로 지정됐다. 한편 진돗개, 풍산개와 달리 지명이 아닌 개의 기능적 특징을 견종명으로 쓰고 있는 개로는 삽살개가 있다. 소백산맥의 강원도 지방이 원산지로 신라시대에는 왕궁에서만 사육됐으나 통일신라가 망하자 민가로 흘러나왔다는 속설이 전한다. 삽살개는 주인에 대한 복종심이 강하기로 유명한데 1991년 현재 40여 마리가 남아있을 정도로 품종 고정과 보존체계가 불완전한 상태다. 최근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이 삽살개보호법을 제정하자고 해 눈길을 끌고 있는데 우리 고유의 순수혈통을 보존하는 일에 `개'라고 해서 등한시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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