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사회에 유행하는 현상 중의 하나가 Well-Being에 대한 열풍이다. 이것은 현대사회의 발전에 따른 여유로운 생활의 반영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 끊임없이 반복되는 정치·경제적인 갈등과 모순 속에 사회공동체로서의 `우리'에 식상해져 이제는 독립체인 `나, 개인'의 행복한 삶에 새삼 많은 관심을 갖게 된 때문이 아닐까 한다.
 
웰빙(Well-Being)은 말 그대로 `잘 살기' 또는 `행복·복지 추구'라는 것인데,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각기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 대체로 편리하고 편안한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거나, 자신의 건강을 위해 스포츠로 몸을 만들거나, 또는 여유로운 취미생활을 위해 여행에 관심을 갖는 등이 현재 대다수 사람들이 추구하는 웰빙의 방향인 것 같다.
 
웰빙의 의미를 개인은 물론 사회구성원 전체의 건전한 방향에서의 행복추구 내지는 잘 살기 위한 노력에 둔다면 사실 웰빙은 지금 이 시대에만 국한돼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우리 역사 속에서도 시대 시대마다 남녀노소와 귀천에 관계없이 나름대로 행복한 생활을 추구하려는 웰빙현상이 발견된다. 때론 지나친 행복추구가 당시로서는 사치스러운 문화적 병폐를 수반하기도 했지만 그 가운데도 사회발전은 꾸준히 이루어져 왔으니 후대를 사는 우리들로서는 역사의 과정으로 관조할 수 있는 교훈은 있는 것이다.
 
각 시대에 따라서는 일반인, 귀족, 천민 등 신분적 차이에서 오는 웰빙방식의 차별성은 있겠지만 각자의 범주에서나마 행복을 추구하는 현상들은 나타나고 있었다. 사실 현대인들이 즐겨찾는 휴가철 별장이랄 수 있는 콘도나 펜션, 여러 가지 놀이문화도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미 신라시대 귀족들도 `유상곡수(流觴曲水)'했다는 포석정과 철따라 옮겨다니며 휴식을 취하던 별장인 `사절유택(四節遊宅)', 경주에 있었다는 35채의 호화로운 금입택(金入宅) 등의 웰빙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또 무용총이나 장천 1호분 등 고구려 고분벽화에 보이는 수렵도, 나들이 행렬도, 수박희를 구경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생활 풍속화 역시 당시 고구려인들의 웰빙 추구 방향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것이다.
 
고려나 조선시대에는 이러한 의식주 측면에서보다는 정신적인 면에서의 웰빙문화가 나타난다. 팔관회나 연등회는 물론 왕의 잦은 사찰 나들이와 불교적인 행사, 여성들의 빈번한 사찰 출입같은 종교활동, 일반 서민들의 정신적인 카타르시스가 됐던 속요의 유행, 수도천도론이나 귀족들의 집과 별장, 사찰 등을 지을 때 종종 등장했던 풍수사상의 성행이 그것이다. 더구나 유교적 이상을 추구했던 조선시대에 선비들이 물 좋은 정자를 찾아 시를 짓던 풍류는 이미 알려져 있는 바이지만 유교지상주의 사회에서 특히 여성으로서는 사회활동에 제약이 많았음에도 뛰어난 문예작품들을 남기고 있다. 허난설헌, 신사임당, 황진이 등의 문예작품과 신분적으로 불우했던 기생, 소실들의 문인 활동과 삼호정 모임, 규방가사의 출현과 한중록 등 왕실여성의 글 등은 전근대시대의 여러 가지 신분적 제약에도 그 시대를 지혜롭게 살아가려는 여성웰빙문화의 적극적 예라고 할 것이다.
 
웰빙의 의미를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개인차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정신적 만족감을 어느 정도 느끼는가의 문제일 것이다. 그러므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회적인 활동을 통해 보람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육체는 물론 정신적인 웰빙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근래에 각 시·도마다 활동하는 문화유산해설사회 같은 모임은 좋은 웰빙문화의 한 장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를 위한 자원봉사라는 `참여하는 보람'과 나의 전문분야가 아니라도 내 고장의 문화유산을 학생들이나 외지인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짐으로써 지역사회에 대한 `정주의식'이 생기고 여기에 따르는 `자긍심과 정신적인 만족감', 여러 다양한 사람들 간의 만남을 통해 정보교환과 친목을 도모하는 일종의 `계(契)'의 역할까지 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사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260만 인천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가 사는 동네에 어떤 문화유산이 있는 지 관심을 갖고 지역문화유산을 하나라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인(一人) 일(一)문화유산해설'이 이루어진다면 인천인의 문화적 웰빙은 충족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 시대의 `행복 추구' 내지 `잘 살기'의 해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역사 속에서 찾아보는 것도 지적·정신적 만족을 위한 최상의 웰빙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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