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수원특례시 권선구 호매실동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시내버스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11일 꽃과 물건들을 내려놓는다. 전광현 기자 jkh16@kihoilbo.co.kr

"그곳에선 아프지 말고 항상 행복하길 기도할게."

11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 교차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 마련한 A(8)군 추모 현장.

이곳에는 지난 10일 안타까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A군을 추모하려는 시민들이 하나둘씩 국화꽃 또는 과자와 음료수를 놓고 흐느끼며 기도를 했다.

국화꽃 한 다발과 검은색 봉지에 간식거리를 사 온 40대 여성 김모 씨는 "그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자기 몸집보다 몇백 배는 더 큰 버스에 치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내 자식이 그런 사고를 당했다고 하면 가슴이 찢어질 듯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현장과 가까운 오는 8월 준공하는 수원문화시설 방음벽에는 ‘애도합니다, 추모합니다, 기억합니다’가 적혔다.

국화꽃과 평소 아이들이 즐겨 찾는 간식거리, 장난감, 인형을 놓은 시민들은 이곳에 부착한 펜과 종이를 이용해 편지를 썼다. 친구와 손을 꼭 붙잡고 글을 적던 신윤아(12)양과 아멜리아(12)양은 "같은 학교 후배가 이 같은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많은 충격을 받았다"며 "A군이 부디 좋은 곳에서 사고 걱정 없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흐느꼈다.

A군 사고 소식을 들은 인근 꽃집 자영업자들은 직접 국화꽃을 만들어 추모 현장을 찾거나 시민들에게 무료로 국화꽃을 나눠 줬다.

A군이 사고를 당한 현장과 1.3㎞가량 떨어진 곳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권오인(34)씨는 추모객들에게 국화꽃을 줬다. 권 씨는 "TV로 A군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국화꽃 100송이를 준비해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 줬다"며 "4살과 태어난 지 7개월 된 아이가 있는 아빠로서 너무 안타까워 이같이 준비했다"고 했다.

이렇듯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A군을 추모하려고 학교도 급식실에 추모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학교 관계자는 "12일부터 약 일주일간 A군을 위해 추모 공간을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A군은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에 안치했다. 장례식장에는 A군 부모와 할머니를 비롯해 온 가족이 눈물을 흘리며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입관식을 지켜봤다.

A군 사고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본 아버지 B씨는 "사고 당일 평소 아침밥도 먹지 않는 아이인데, 그날 따라 달걀 프라이에 밥 한 그릇 비우고 학교로 가 너무 기특했다"며 "그 모습이 마지막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늘에서는 아프지 않고 형·누나들을 지켜봤으면 한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한편, 10일 낮 12시 30분께 권선구 호매실동 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A군이 우회전하던 버스에 치였다. 운전기사 C씨는 교차로 구간 ‘우회전 신호’를 어기고 우회전하다 이 같은 사고를 냈다고 조사됐다.

김강우·윤소예 인턴기자 yoo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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