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천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
오병천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

혈압은 혈액이 혈관벽에 가해지는 힘을 뜻하는데, 수도관 수압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혈압은 크게 수축기 혈압, 최고혈압, 이완기 혈압, 최저혈압으로 분류한다.

수축기 혈압은 심장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내보낼 때 혈관에 가해지는 압력이고, 이완기 혈압은 심장이 이완하면서 혈액을 받아들일 때 혈관이 받는 압력을 말한다.

대개 어른들에게 나타나는 고혈압 기준은 의료기관에서 측정한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를 뜻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고혈압은 일차성 고혈압, 다른 말로 본태성 고혈압이라고 하는데, 이는 원인 질환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다. 원인 질환으로 이차로 발생하는 고혈압을 이차성 고혈압이라고 한다.

전체 환자 중 5% 정도가 이차성 고혈압으로, 원인 질환은 다양한데 신장 동맥이 좁아진 병이나 호르몬을 과다하게 분비하는 질환 따위를 말한다.

고혈압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상을 가지고는 혈압 상태를 알지 못하는 탓에 날을 정해 꾸준히 혈압을 측정해야 한다. 증상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신체검사나 진찰 중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혈압이 크게 높거나 갑자기 상승하면 두통이나 어지럼증, 피로감, 시력 저하가 생길지 모른다. 많은 경우 머리가 아프거나 뒷목이 뻣뻣하면 혈압이 높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두통이 생기거나 뒷목이 뻣뻣해지고, 이러한 불편한 느낌으로 인해 혈압이 덩달아 올라가는 경우도 발생한다.

고혈압을 관리하는 목적은 여러 합병증을 예방하고자 함이다. 합병증이 생기는 까닭은 높은 압력에 혈관, 더구나 동맥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어느 부위 동맥이 손상되느냐에 따라 합병증은 다양하게 발생하는데, 손상되는 방식도 크게 두 가지로 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출혈과 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죽상경화증으로 나눈다.

머리부터 살펴보면 뇌동맥이 터지는 경우 뇌출혈이 발생하고, 뇌동맥이 막히는 경우 뇌경색이나 뇌졸중이 발생한다. 눈은 망막동맥 출혈이나 폐색으로 인해 시력 저하나 실명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심장을 먹여살리는 관상동맥이 좁아지는 경우 흉통, 호흡 곤란이 나타나는 협심증이나 급성심근경색증이 발생한다.

또 고혈압 상태에서 심장이 일을 하다 보면 심장 근육이 비대해지고 심장 탄력이 떨어지면서 숨이 차거나 몸이 붓는 심장기능상실이 나타날지 모른다.

신장 동맥이 손상되면서 신장 기능이 감소하는 신부전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진행하면 투석이 필요한 말기 신부전에 이를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대동맥 손상도 걱정된다. 고혈압이 심한 경우 갑자기 대동맥벽이 찢어지는 대동맥 박리가 발생할지 모르고, 만성으로 대동맥벽이 일부 늘어나는 대동맥류가 생겨 심한 경우 대동맥이 파열된다.

고혈압을 관리하는 첫 번째 방법은 생활 습관 교정이다. 우선 염분을 적게 먹어야 한다. 요리를 할 때 소금이나 간장을 평소보다 적게 쓰고, 국을 먹을 때도 건더기 위주로 먹고, 김치를 먹을 때도 평소보다 절반으로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외식하는 경우 소금기를 많이 먹고 지나치게 많이 먹기 때문에 외식은 자제하길 권한다.

식습관 조절뿐만 아니라 체중 조절도 꼭 필요하다. 과체중이나 비만인 경우 전체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일주일에 5일 이상 꾸준히 운동을 해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체중이 정상이라 하더라도 배가 나온 경우 허리 둘레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알코올은 고혈압과 뇌졸중 발생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으므로 금주가 필요하고, 흡연은 동맥경화증을 유발해 고혈압 합병증 발생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생활 습관 교정으로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한번 약을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고혈압 약물치료를 미루시는 분들이 많은데, 고혈압 치료를 미룰수록 혈관은 조금씩 손상되고 망가지기 때문에 생활 습관을 철저하게 교정하면서, 혈압 조절이 안 되는 경우 하루빨리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오병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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