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의 향방이 `바람(風)'잡기에 달렸다.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삼성과 LG가 추운 날씨와 함께 강하게 부는 바람에 희비가 엇갈리며 바람이 승부의 최대 변수로 등장한 것.

4일 대구구장에서 열렸던 2차전은 바람의 위력을 여실히 입증한 한판이었다.

섭씨 영상 5.2도의 쌀쌀한 날씨속에 순간 최대풍속이 7.8m에 이르는 강한 바람은 삼성 타자들이 LG의 선발투수 라벨로 만자니오에게 농락당하는 빌미가 됐다.

만자니오는 볼넷을 5개나 내주는 등 제구력은 불안했지만 최고구속 146㎞의 빠른 직구와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낙차 큰 커브, 위력적인 체인지업으로 7이닝 동안 삼진 8개를 뽑아내며 1안타 1실점으로 삼성의 막강타선을 봉쇄했다.

삼성 김응용 감독은 경기 직후 "만자니오의 공이 워낙 좋은데다 바람이 많이 불어 타자들이 빠른 공을 제대로 볼 수 없어 공략하기 어려웠다"며 패인을 바람 탓으로 돌렸다.

바람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이번 뿐이 아니다.

지난 달 21일 수원구장에서 열렸던 LG와 현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2-2로 팽팽하게 맞선 5회초 2사 만루에서 매니 마르티네스가 때린 플라이성 타구가 강한 바람을 타고 왼쪽 펜스를 넘어가는 만루홈런이 되면서 LG가 승리할 수 있었다.

김재박 감독 역시 1차전 패배 후 "선발투수 김수경이 잘 던졌지만 마르티네스의 타구가 바람을 탄 `럭키홈런'이었다"며 바람 탓을 했다.

쌀쌀한 날씨속에 더욱 맹위를 떨치는 바람은 타자보다는 투수에게 유리하게 작용, 승부의 흐름을 방망이 싸움이 아닌 투수전 양상으로 몰아가는 원인이 되고 있다.

섭씨 5도 내외의 초겨울 날씨에 강한 바람까지 몰아치면서 경기가 시작되는 저녁 6시 이후에는 체감온도가 영하까지 내려간다.

이 때문에 근육의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져 계속 웜업상태를 유지하는 투수보다는 가끔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들의 타격 반응시간이 훨씬 늦어지게 된다는 것.

체육과학연구원 전문체육연구실 신동성 수석연구원은 "바람을 동반한 차가운 날씨에서는 타자들의 반사동작이 느려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배트와 공이 미세하게 수축, 투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승1패를 이뤄 승부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된 김응용 감독과 LG 김성근 감독 중 누가 적벽대전에서 동남풍을 일으키며 조조의 대군을 무찔렀던 제갈량의 지혜를 빌어 한국시리즈에서 웃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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