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자치단체가 행정행위와 관련해 민사소송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크게 두가지 측면에서 우려되는 점이 있다. 하나는 행정기관이 원고측에 지급해야 할 금전적 피해보상에 따른 혈세의 낭비고, 다른 하나는 시민들의 행정불신이다. 근래들어 법원 판결을 보면 집중호우 등 천재지변에 의한 인명피해에 대해 자치단체의 시설물관리책임을 폭넓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아 한편에서는 행정기관에 대한 지나친 책임전가라는 지적도 없진 않지만 잘못된 행정처분을 묻는 판결에는 자치단체가 정신적 또는 물질적 피해를 배상해줘야 함은 마땅하다. 그런데 자치단체가 지급해야 할 배상금이라는 게 전적으로 시민들의 세금에 의존하다 보니 `눈뜨고 도둑맞은' 심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해당 자치단체가 개인에게 배상금을 지급한 뒤 담당 공무원에 대해 변제금반환청구(구상권)를 행사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기는 하나 실상, 행정처리 과정에서 공무원의 불법이나 과실, 고의성을 입증해 내기란 쉽지않아 구상권이 행사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최근 인천시 남동구는 `논현동 소래 풍림아파트에 대한 사업계획승인을 잘못 처리했다'며 입주민 455명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법원판결을 받았다. 연대배상 책임이 있는 건설회사 두곳은 부도가 났거나 화의중에 있어 사실상 16억8천여만원을 남동구가 전적으로 떠안게 될 형편이다. 여기에다 이번 소송에 빠진 나머지 1천여가구의 유사소송이 제기될 경우 남동구가 배상할 금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체감사를 통해 담당 공무원의 과실이나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는 한 막대한 혈세낭비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일부 공무원들 가운데는 “당시에 적법했던 행정처리도 나중에는 위법 판결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공무원의 과실 책임을 따지는데 불만을 토로한다. 그러나 개인 비송사건에 대해서는 엄격하면서도 행정기관에는 `실체없는 책임'만 존재케 하는 현실 때문에 시민들의 행정불신은 좀체 수그러들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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