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경치나 문장, 사건이 갈수록 재미있게 전개될 때 쓰는 말이 점입가경이다. 이 말의 유래는 중국 동진시대 고개지(344∼405)라는 화가가 한 말에서 유래됐다. 그는 다재다능한 화가였으며 독특한 인품까지 갖추었다. 고개지 시절 불교가 왕성했는데 절을 짓는 것이 유행처럼 돼 있었다. 그 역시 불교 인물화에 뛰어났다. 365년 남경에 있던 승려들이 와관사라는 절을 짓기로 했다. 하지만 돈이 모자라 헌금자를 모으기로 했는데 몇 달을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고민을 거듭하다 어느 날 초라해 보이는 20세의 청년이 와서는 말했다. “내가 백만전을 내겠소. 그러니 절이 완공되거든 알려 주시오.” 드디어 절이 완공됐다. 그 청년은 불당 한 칸을 깨끗이 정리시키고는 불당의 벽에다 불상을 그렸다. 뛰어난 필치로 얼마나 정교하게 그렸던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의 그림은 삽시간에 알려져 이를 보러 오는 이들의 보시가 금세 백만전을 넘었다고 한다. 이 청년이 바로 고개지였다. 여기에다 그의 특이한 언행과 해학으로 당시 사람들은 그를 3가지 재주가 빼어난 3절이라고 불렀다. 그는 사탕수수를 즐겨 먹었는데 늘 가느다란 가지부터 먼저 씹어 먹었다. 사실 사탕수수는 뿌리 부분으로 내려 갈수록 단 맛이 더한 법이다. 이상하게 생각한 친구들이 묻자 태연하게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즉, 점점 갈수록 단맛이 난다는 것이다. 이 때부터 점입가경은 경치나 문장 또는 어떤 일의 상황이 갈수록 재미있게 전개되는 것을 뜻하고 줄여서 가경이라고도 한다. 요즘 국가보안법 폐지를 놓고 벌이는 논쟁이 가히 가경의 수준에 놓여있는 것 같다. 보안법 폐지를 놓고 하루는 보수 측이 안된다고 하면, 다음 날은 진보 측이 왜 안되느냐며 상대방을 몰아붙인다. 서로가 자유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제시한다. 보안법 폐지를 둘러싼 논쟁에 사회원로들까지 참여하면서 상황은 더욱 혼란스럽다. 얼마전 보수 원로를 대변하는 이들이 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시국선언을 하고난 뒤 이에 질세라 진보 원로들도 나섰다. 급기야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져 보수 측이 진보 측을 향해 “지금 이 나라는 운동권 출신 386세대를 비롯해 친북 좌경 반미 세력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다”는 공격을 퍼붓는가 하면 진보 측은 “과거 군사독재에 빌붙어 호의호식하며 기득권을 누린 사람들”이라며 보수 측을 비난한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더 이상 눈을 뜨고 볼 수 없다. 차분하게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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