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숙어에 동가홍상(同價紅裳)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같은 값이면 과부나 유부녀가 아닌 처녀를 취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말의 해석과 이해하는 관점이 달라지면서 지금은 아주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말로서 `주위의 여럿 중에서 모양이나 보기에 좋은 것을 골라 갖는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또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말과 맥을 같이 할 뿐만 아니라 또 `같은 값이면 금가락지 낀 손에 맞으라'는 말도 있다. 꾸지람을 듣거나 벌을 받을 경우라도 이왕이면 덕 있고 이름있는 사람당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누구 할 것 없이 같은 값이면 보기 좋은 것을 갖고 싶어하고 좋은 것을 먹고, 좋은 곳에서 살고, 좋은 말을 듣고, 좋은 이름을 남기고 싶어하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 디자인도 동가홍상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시하다, 표현하다, 성취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 라틴어 데시그나데(designare)에서 유래됐다. 디자인은 관념적인 것이 아니고 실체이기 때문에 어떤 종류의 디자인이든지 실체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디자인은 주어진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조형요소 가운데서 의도적으로 선택해 그것을 합리적으로 구성해 유기적인 통일을 얻기 위한 창조활동이며 그 결과물이 바로 디자인이다. 산업혁명 직후 디자인은 순수미술에서 얻은 미술적 요소를 산업에 응용하는 픽토리얼 디자인(pictorial design) 이상으로는 이해되지 못했으나 19세기부터는 기계·기술의 발달에 따른 대량생산과 기능주의 철학에 입각한 새로운 개념으로 이해된 이후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디자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제품의 품질과 성능이 뛰어나다 해도 제품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디자인이 따라오지 못하면 매출증대로 이어질 수 없고, 소비자들에게 쉽게 선택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각 기업마다 디자인 부문에 대한 투자도 연구개발 못지 않게 많은 비중을 두고 투자해오고 있다. 인천의 경우 디자인산업 불모지나 다름없을 정도로 디자인산업이 전무한 상태다. 최근 1~2년새 인천에서 국제디자인페어가 개최되면서 비로소 디자인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오는 11월1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인천국제디자인페어를 통해 선진 디자인 문화체험과 창조적인 디자인 발전 의식을 함양하고 특히 인천지역 디자인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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