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고위 공직자가 고등학교 선배에게서 100만원을 받았다가 정부 합동 단속반에 적발돼 낙마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부패방지위원회도 앞으로 직무와 관련, 적은 액수의 돈이라도 받으면 해임까지 갈 수 있도록 법을 강화하고 나섰다. 더 나아가 추석을 맞아 고질적인 금품수수 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감사원과 각 부처 감찰반이 암행감찰에 나섰다. 이렇다 보니 각 공공기관마다 추석 분위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혹시나 아는 사람이 찾아올까봐 걱정된다고 말하는 공직자도 있다. 아무리 친해도 피하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주고 받는 관행이 그래도 조금은 남아 있던 정치권도 얼어붙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예전 같으면 추석에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기업들은 물론 직무 관련성 있는 기관들이 후원금과 함께 선물을 전달해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종적을 감췄다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외부의 힘이나 분위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깨끗해지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아 그리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점이다. 공직자나 정치인, 사회 지도층, 힘의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대기업 임원 등 각 분야에 걸친 사람들이 스스로 자정의지를 갖지 않으면 진정 우리사회가 깨끗해 질 수 없을 것이다. 옛말에 도천지수(盜泉之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출처는 중국 진나라때 문학작품을 모아놓는 `문선'이라는 책자에 실려있다. 즉, `아무리 목이 말라도 도둑 도자가 들어있는 이름의 샘물은 마시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아무리 형편이 어렵더라도 결코 부정한 짓은 할 수 없다는 선비의 결백함이 깃들어 있는 싯귀다. 원문을 그대로 풀어 놓으면 다음과 같다. `아무리 목 말라도 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고, 아무리 더워도 악나무 그늘에서는 쉬지 않노라, 나쁜 나무엔들 가지가 없겠느냐마는, 뜻있는 선비는 고심이 많구나...' 또 도천은 지금도 산둥성 사수현에 있는데 설원이란 책에도 이런 얘기가 있다. 공자가 어느 날 목이 몹시 말랐으나 그 샘물을 떠먹지 않았고 또 승모(勝母)라는 마을에는 날이 저물어 도착했지만 머물지 않고 곧장 떠났다고 한다. 승모란 자식이 어머니를 이긴다는 뜻이므로 그런 이름이 붙은 마을에서는 하룻밤도 자고 싶지 않았다는 거다. 또 진나라 오은지가 지은 탐천(貪泉)이라는 시에 나오는 탐천은 광주에 있는 데 그 샘물도 뜻있는 사람들은 마시면 욕심쟁이가 된다며 안마셨다고 한다. 혼탁의 시대를 마감할 고고한 선비정신이 필요한 때다.(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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