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민족의 명절로서 텔레비전에서 영화를 마음껏 시청할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올해는 해외 영화제에서의 선전을 반영하듯 많은 우리나라 영화를 볼 수 있었다. 특히, 두 번의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눈에 많이 띄었다. 김기덕 감독은 제54회 베를린영화제에서 한국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얼마전 베니스영화에서도 `빈집'으로 또다시 감독상을 받았다.


샴페인 터뜨리기엔 아직 일러

 
최근 유명 영화제에서 잇따른 수상소식과 아울러 한국의 영화시장은 급속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관람객 수를 기준으로 영화산업은 최근 5년 평균 40% 이상의 성장을 이룩해 왔으며, IMF 이후 경기침체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어 성장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영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로서 천만관객시대를 맞이했으며, 공히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로 불릴 정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축제의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이르다고 할 만큼 문제점도 많다.
 
지난 상반기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 두 영화가 벌어들인 순수익은 380억원에 달했으나, 반면 나머지 33편의 개봉영화는 통합 386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중 22편이 적자를 기록했고, 제작비의 절반도 못 건진 영화들도 수두룩하다. 더욱이 일부 흥행작을 제외한 대부분 성공작들의 작품성은 매우 낮았다. 홍콩영화의 표절로 문제가 된 `어린 신부'의 경우 순전히 배우들의 인기도와 스타 마케팅에 의존해 성공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흥행작들은 대체로 코미디물에 집중됨으로써 영화의 다양성과 관객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으며, 효율적 시스템이 미흡해 기술인력의 공급과 문학과 예술 장르사이의 교류가 충분하지 못하다. 한편, 제작 기획력의 부족은 제작과정에서 대충주의를 낳고 있으며, 독립영화의 지원체계도 빈약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한국영화시장은 흥행작 의존도가 높으므로, 흥행 블록버스터 영화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 그러나 새롭게 창출된 시장은 안정되지 않은 성장과 버블의 가능성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영화산업은 선진화를 이루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효율적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고,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체 한국영화에 대한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실제 헐리우드를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한국 영화의 인지도는 홍콩, 일본 등 아시아 경쟁국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홍콩은 이소룡(李小龍), 성룡(成龍), 주윤발(周潤發)을 비롯한 스타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다. 따라서 개별 영화인의 브랜드 역시 큰 자산이 되기도 한다. 가령 스티븐 스필버그는 `드림웍스'의 공동 창립자이지만, 여전히 많은 소비자들은 드림웍스라는 기업 브랜드보다 스필버그라는 퍼스널 브랜드를 더 신뢰한다.


인지도 확보를 위한 전략 필요

 
미국 헐리우드의 경우 `20세기 폭스',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워너 브러더스' 등 전문 영화사로서 독자적인 브랜드 파워를 지닌 영화사들이 다수 있다. 이들은 역사도 오래 됐을 뿐만 아니라 영화를 중심으로 인접 분양의 사업을 다각화해 거대 기업으로 성공했다. 반면에 어떤 영화사들은 비슷한 유형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함으로써 특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보하기도 한다. 예컨대 월트 디즈니 픽처스는 주로 가족영화로 유명해졌으며, `토이스토리'와 `니모를 찾아서'를 제작한 픽사스튜디오는 3D 애니메이션으로 브랜드 파워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영화산업에는 이처럼 브랜드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한류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의 인지도 확보를 위해선 한국영화의 브랜드 전략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수범 인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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