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사리분별이 정확했던 것 같으면서도 그렇지 않았고, 가장 정직한 행동 같았으면서도 그렇지 않다고 느껴지는 것이 이번 안상수 인천시장의 `굴비 상자'와 관련한 처신일 것이다. 그래서 이 사건을 보는 인천시민 대다수는 아마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 왜 우리는 `말 그대로 정직하고 공명정대한' 시장을 가지지 못하는가.
 
법을 따지기 전에, 시장이 보인 몇 번의 말바꿈, 그리고 드러난 몇 가지 선명치 못한 행동 등은 스스로에게 적잖은 도덕적 상처를 입혔고, 그것이 바로 시민들의 입에서 탄식의 소리가 새어나오게 한 대목이었다. 돈이란 무엇인가. 그 `굴비 상자' 속의 검은 2억원은 무엇인가.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돈에 관한 경구, 격언이 무수히 많은 것은 그만큼 인간의 삶이 돈과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속담이 반어적(反語的), 또는 풍자적으로 돈의 위력이나 해악을 들먹이는데 우선 우리나라 속담만 봐도 대개가 그런 종류이다.
 
`돈만 있으면 개도 멍첨지라'는 속담이 말해 주듯 돈은 정당한 생활(삶) 수단을 넘어 비록 천한 사람이라도 그것만 가지면 귀하게 대접 받을 수 있는 까닭에 세상 어디에도 `돈에 침 뱉는 놈 없다'는 것이다. 돈은 특히 정당하게 버는 것보다는 투기를 하거나 뇌물로 받을 때 더 짜릿하고 기분 좋은 속성을 가졌는지 `돈 놓고 돈 먹는다'는 투기를 빗댄 말이 있는가 하면 뇌물을 받는다는 의미의 `돈을 먹다'라는 말도 있다.
 
더불어 돈의 위력을 말하는,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린다' 혹은 `돈이 말하다'라는 속담도 있는데 이 말은 바로 고위 공직자나 권력자에게 뇌물을 쓸 때 쓰는 말일 것이다. `굴비 상자'를 들고 간 사람도 이렇게 `귀신을 부려서' `돈이 돈을 번다'는 것을 실증하려 했지만, 시장이 어찌어찌 `속담처럼 돈을 먹지 않고' 이른바 클린센터에 신고를 한 것이다.
 
한 달 이십여일간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던 안 시장 사건은 이제 검찰 기소여부 단계에 와 있다고 한다. `굴비 상자'가 드디어 법에 의해 결말을 맺게 되는 순간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순간 가장 안타깝고 허탈하고 절망감을 느끼는 사람은 누구일까. 안 시장일까. `굴비 상자' 주인 이모씨일까. 그러나 그것은 다른 사람 아닌 260만 인천시민이다.
 
애초 `굴비 상자'는 한 건설회사가 인천 땅에 자리를 잡고 사업을 펼치려던 생각 때문에 발단이 된 것인데, 사업하는 사람이 인천에 회사를 둔다는 것은 또다른 속담처럼 인천 땅에 `돈 벼락'을 맞을 만한 일이 있다는 증거이며, 실제 인천은 송도신도시 공사, 제2연륙교 건설 등 전국적으로 가장 굵직굵직한 공사가 몰려 있는 한편,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서 도약하려는 중요 시점에 와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민이 안타까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인천시 역사상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공교롭게도 시장의 유고(有故)라는 불행한 사태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대로 안 시장을 구속하거나 또 안 시장이 그 직을 자진 사퇴한다는 것은 동시에 인천시민의 딜레마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몇 달이고, 인천시의 중요 행정 결정과 처리는 미뤄질 수밖에 없거나 행정 규정이나 내규가 정하고 있는 한도 내에서 가장 소극적으로 처리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역사적 불이익과 손해는 결국 고스란히 우리 인천시민에게 돌아온다는 점이다. 인천시민은 이 딜레마에서 어떻게 현명하게 빠져 나올 것인가.
 
어쨌든 안 시장은 클린센터에 `귀신 부리는 돈' 2억원을 맡겼고, 그 외의 법적인 사항이 있다면 그것은 사법 당국이 엄정하게 처리할 사안이다. 그리고 정치인으로서 안 시장은 이미 상당한 이미지 손상을 입었고, 그의 임기는 이제 1년8개월 정도 남아 있을 뿐이라는 점이다.

김윤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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