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우리 아이에게 좋은 책을 골라주기 위해 시작한 모임인데 이제는 우리들 스스로가 동화를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펴게 되지요.”

인천시 연수구 연수동 인천연대 연수지부 사무실내 어린이 도서관.

7~8명의 엄마들이 `어린이와 그림책'이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엄마들은 틈틈히 돌도 안된 아이에게 젖병도 물려주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5~6세 아이도 챙기느라 정신 없었지만 동심으로 돌아가 동화책의 즐거움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들은 동화 읽는 엄마모임 `얘기보따리' 회원들.

지난 97년부터 매년 두 차례씩 신입회원을 받아 벌써 11기생까지 배출했다. 현재 활동중인 50여명의 회원은 그림책 분과와 동화 분과, 옛이야기 분과, 글쓰기 분과 등 단계별로 나눠 매주 한 차례씩 기수별로 모임을 갖고 있다.

동화모임 회원들은 단계별로 교재를 정해 단락별로 발표를 준비하거나 작가에 대해 조사해 보기도 하고 `좋은 그림책이란?' `아이와 함께 그림책 읽기', `옛이야기 들려주기 방법' 등에 대해 서로 강의하고 토론도 벌인다.

동화모임 박소희(40·연수구 청학동)회장은 “이 모임을 하다보면 아이를 위한 것보다는 자기 스스로가 동화를 통해 삶을 정화하고 깨달아가는 게 더 많다”며 “집안에만 있는 엄마가 아닌 사회에서 주체적이고 자기개발에 끊임없이 노력하는 엄마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박 회장은 “물론 이 모임을 통해 좋은 책을 권해줄 수 있는 안목이 생겨 아이를 키우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며 “비싼 전집을 몇 권 읽는 것보다 아이에게 맞는 한 권의 책을 엄마가 직접 책을 읽어주는 것이 교육적으로 정서적으로 더 많은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5기 회원인 김정화(37)씨는 “이 모임을 계기로 학교 도서관 도우미도 하게 돼 학교나 선생님들한테 책을 추천하다 보니 방학 때 나오던 권장도서 목록도 바뀌었다”며 “우리 아이를 위해서는 우리 아이 뿐 아니라 이웃 아이들, 그리고 아이를 둘러싼 환경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아 사회속 공동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많은 회원들이 아이가 중·고등학생이 되면 활동을 하지 않아 세상속으로 나왔던 엄마들이 다시 집안으로 회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 모임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갖고 활동할 수 있는 여성단체를 만드는 게 현재 가장 큰 과제” 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동화모임의 엄마들은 나이가 들고 할머니가 됐을 때도 어린이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골라주고 읽어주는 모습을 상상하며 미래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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