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외국인한테 인천에 대해 물어보면 한국전쟁 때의 인천상륙작전과 조선말의 개항이 떠오른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이 생기면서 이제는 당연히 인천하면 공항을 생각하게 된다. 지금부터 만 3년 전인 2001년 11월29일 인천에서 인천국제공항개항기념으로 동북아의 지식인들이 모여 동북아의 지역통합체인 `동북아 공동체'의 형성을 목적으로 `인천선언'이 나왔다는 사실은 일반 인천시민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오늘 동북아의 지식인들이 한데 모여 동북아 국가들의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서 깊은 도시 한국의 인천에서 `인천선언 2001'을 채택하게 된 것은 미래에 기억될 뜻 깊은 일이 될 것이다. 지난 세기의 인천은 그 지정학적 중요성에 의해 동북아 국가 및 서구 열강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충돌했던 각축장이었으며, 한국의 간난스러웠던 근현대사의 숨결이 어린 도시였다. 그러나 동시에 인천은 근대화의 서막이 오른 곳이며, 2001년 인천국제공항의 개항을 통해 명실공히 세계로 향한 열린 도시로서 비약을 하게 되었다. 과거의 역사는 오늘의 교훈이 될 때 비로소 미래지향적 가치로서 역사발전의 원동력이 됨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에 우리는 오늘 역사의 영고성쇠의 무대였던 이 곳 인천에서 지난 세기의 갈등을 불식하고 21세기의 역내 간 협력 및 평화공존의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역사의 서막으로서 동북아 지식인들의 연대를 촉구하는 선언이 이루어지게 된 것을 가슴 벅차게 생각한다.”

국내외의 동북아 전문가들이 모여 결성한 `동북아지식인연대(Northeast Asia Intellectuals' Solidarity:NAIS)'가 창립기념으로 주최한 국제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이 `인천선언'은 인천이 바야흐로 `아시아지역통합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지역통합(regional integration) 또는 지역주의(regionalism)는 21세기 세계화와 정보화와 함께 거스를 수 없는 세계사의 큰 흐름이다. 이미 유럽은 경제적 통합을 거쳐 유럽헌법의 제정을 통한 명실상부한 `유럽합중국(United Stats of Europe)'으로 통합되는 단계로 가고 있다. NAFTA로 경제적으로 통합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북미는 이제는 중남미 제국을 포함한 범 미주경제통합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우리가 속한 아시아를 보면 어떤가? 동남아 국가들은 오래전에 아세안을 결성한 반면 한중일의 동북아만 지역통합의 불모지였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으로 힘을 얻고 있는 `동북아시대'론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동북아의 지역통합 문제가 현실적 아젠다로 자리잡게 됐다.

참여정부 들어서 시작된 `동북아경제중심' 전략은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된 `동북아비즈니스 중심지' 전략을 계승하면서 동북아지역통합을 염두에 둔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주장함으로써 `동북아공동체'를 정부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국가 전략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동북아경제중심'전략이 경제자유구역의 조성을 통한 외국인 투자유치 정책으로 구체화된 것이라면 `동북아공동체' 전략은 한·칠레 FTA나 한·일 FTA 체결로 나타나게 된다. 양자의 정책은 다음과 같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선 첫째로 특정 지역을 선정해 외국인에게 집중적 지원과 혜택을 주는 경제자유구역이 확대 발전되면 궁극적으로는 무역부문에 자유화를 강화시켜 외국 제품에 혜택을 주는 FTA와 동일한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FTA는 일반적으로 대내적 정치 문제와 대외적 외교협상 등 적어도 두 단계에 걸쳐 합의도출과 협상 과정을 거쳐야 함으로써 협상 시작부터 비준 발효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반해 경제자유구역은 국내의 의지만 있으면 우선은 가능한 방식이다. 둘째로 경제자유구역은 특정 지역에서 대외 개방에 관해 제한적 실험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실험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FTA 등 전면적 개방은 사실상 추진이 어렵게 된다. 즉 FTA의 사전 실험장인 셈인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은 시작부터 반론이 적지 않았다. 특히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하는 우리가 중국 등 개도국에서나 성공한 경제특구 전략을 채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우리의 경제특구인 경제자유구역은 `21세기 지역통합형 경제특구'로서 차별화를 해야 한다. 즉 인천은 경제자유구역을 `동북아공동체'나 아시아 지역 통합을 위한 전초기지인 `통합 특구'로 만들어 인천을 아시아의 `통합의 허브(Integration Hub)'가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천 시민 모두가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인천이 아시아 지역통합의 메카가 되기 위한 대장정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박제훈 객원논설위원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대학 교수)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