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4.6% 증가에 그쳤으나 증시 전문가들은 대체로 '예상했던 수준'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1.4분기 5.3%, 2.4분기 5.5%를 나타낸 GDP 성장률이 3.4분기에 내수 부진 지속에 수출 증가율 둔화마저 겹쳐 4%대 중반으로 떨어졌으나 이는 시장의 전반적인 예상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치라는 평가다.

다만 3.4분기 GDP 발표가 향후 경기 저점을 확인하는 시점을 점칠만한 실마리를 찾기는 어려워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된 '하반기에는 4%도 어렵다'는 경착륙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JP모건 이코노미스트인 임지원 이사는 "성장률 수치 자체는 생각보다 많이 나쁜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내용은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임 이사는 2.4분기에 비해 소비와 투자가 모두 감소한 반면 재고투자는 오히려 늘어 향후 전반적인 생산활동이 정체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진단하면서 애초 4.4분기 정도부터는 경기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번 3.4분기 GDP 성장률만 봐서는 쉽게 회복을 예상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비는 내년 1.4분기 이후에나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보면서 "정부의 정책 기조는 계속 '부양'쪽으로 치우칠 것이나 큰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증시는 최근 강세가 연기금 등 수급 확충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것 일 뿐 펀더멘털과는 크게 상관없으므로 수급 요인으로 단기 관점에서 900 정도까지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거시경제 상황으로 미뤄 최근 랠리가 꾸준히 유지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니라고 봤다.

씨티그룹증권 유동원 상무는 "내년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본다"면서 "공식적으로 우리(씨티그룹)는 내년 한국 GDP 성장률을 3.6%로 전망하고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환율하락으로 수출 환경이 악화되고 내수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하면서 내년 전체 소비 증가율을 3%로 예상하고 있으나 상반기에는 3%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상무는 이 같은 거시경제 지표 악화와 더불어 기업들의 이익이 올 4.4분기와 내년 1.4분기에 크게 나빠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3개월 내 종합주가지수는 750선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다만 연말 증시는 배당 투자와 미국 증시 강세 등에 힘입어 어느 정도 지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나 이후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750을 저점으로 강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내다봤다.

이에 비해 국내 증권사 전문가들은 3.4분기 GDP 수치가 향후 경제에 대한 기존시각을 더 나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이덕청 경제분석팀장은 "시장 일각에서 4% 초반을 예상했는데 애초 우려보다는 조금 괜찮은 수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소비 부진 지속과 수출 둔화라는 전체적인 경기의 큰 틀 자체에는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일각에서 수출 증가율 급감을 반영해 하반기 성장률이 4%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런 전망이 너무 지나친 비관적 시각이었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다만 이 이코노미스트는 GDP 수치상으로 경기 저점 확인은 내년 상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바꿔줄 정도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전략팀장은 "이 정도의 성장률 감속 정도는 기업 수익 전망에 영향을 미칠 만한 수준은 안된다"면서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여전히 유지한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선진국 선행지수 등을 보면 우리 경제가 내년 초에 바닥을 탈출할것 같다"면서 "만일 4.4분기에 3.4분기 수준 또는 3.4분기보다 나아진다면 긍정적으로 해석해야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소비는 늦어도 내년 2.4분기에는 플러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증권 이상재 거시경제팀장은 "일부에서 우려한 급격한 경착륙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성장률 하락은 이미 예상했기 때문에 증시에 영향을 미칠 만한 소식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팀장 또한 경기 침체 국면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표 악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경기 부양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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