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일반에게 보급된 한참 후에도 가격이 워낙 비싸 동네에는 1대 꼴로 있을까 말까할 정도여서 스포츠 중계나 드라마가 나올 때면 딱지치기나 구슬치기를 하던 동네 꼬마들은 죄다 TV가 있는 집으로 모여들었다.

그나마도 TV가 동네에 없을 경우에는 돈을 주고 TV를 시청할 수 있었던 만화가게로 달려가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친구들과 경쟁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많은 프로그램중에서도 박치기 명수인 김 일 선수의 레스링 경기가 열릴 때면 온 동네사람들이 모여들어 환호했다.

지금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기능의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TV의 영향력이 많이 약화됐지만 컴퓨터가 등장하기 전에 TV는 대중문화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면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잠식해왔다.

사람들은 수없이 쏟아내는 정보와 광고, 드라마 등을 보며 점점 주체적으로 사고하기보다는 라디오처럼 화면을 머리 속으로 상상하는 최소한의 노력도 없이 시청각 정보를 전달받으면서 분별없이 TV에 파묻혀 버리고 말았다.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집에 들어가면 TV를 켜댔고 이미 중독된 사람들은 보지도 않으면서 TV를 켜 가족간의 대화도 단절시키는 등 TV는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면서 `바보상자'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최근 EBS가 131가구를 대상으로 TV를 20일간 끄고 생활하는 실험을 한 결과 하루의 일상을 TV속에 파묻혀 대화가 단절됐던 가족들이 대화와 공동의 취미생활을 즐기기 시작했다는 놀라운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TV를 끄니 가족의 사랑이 시작됐다는 얘긴데 연말 계속되는 술자리 때문에 소홀해지는 가족간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집에 들어가면 TV를 먼저 켤 것이 아니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보면 어떨까.(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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