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란 한 해의 첫날인 1월1일을 지칭하는 것으로 원단(元旦)·원일(元日)·정초라고도 한다. 설은 묵은 해를 떨쳐버리고 새로 맞이하는 한 해의 첫 머리다.

2005년 을유년(乙酉年) 새해 아침이 밝았다. 올해는 1905년(을사년) 맺어진 을사조약으로 우리나라의 주권을 일본에게 유린당한 지 100년이 되는 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을씨년스럽다'라는 말도 당시 을사조약 때문에 나온 말로 전해져 오고 있다.

올해는 닭(酉)띠 해다. 닭의 상징은 천지창조다.

설화중 태초의 천지는 혼돈으로 있었다. 이때 천황닭이 목을 들고 지황닭·인황닭이 날개를 치고 인황닭이 꼬리를 쳐 크게 우니 갑을동방에서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이에 하늘의 옥황상제 천지왕이 해 둘, 달 둘을 내보내 천지는 활짝 개벽이 됐다.

신화에 등장하는 닭은 천지창조를 담당하는 신격 또는 혼돈을 극복하는 강인한 생명체로 등장한다. 이것은 계성이 어둠을 물리치고 광명을 가져오는 창조적 의미로 인식된 데에 연유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새벽을 알리는 닭의 울음소리는 우리 인간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전해주는 영혼의 소리로 천지개벽, 위대한 인물의 탄생을 알려주는 영물로 상징돼 왔다.

특히 우리의 전통혼례에서도 신랑을 맞이하는 신부집 초례상 위에 살아있는 닭 2마리를 묶어서 올린다. 여기에서 닭은 광명을 가져다 준다는 뜻에서 제2의 인생을 출발하는 신성한 혼례의 자리에도 등장하는 것이다.

닭띠해를 맞은 올 한해는 을씨년스럽지 않은 한해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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