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대화가 기본"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난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지난 2000년 2월 15대 국회를 끝으로 불출마 선언과 함께 십수년간 국가와 지역발전

   
을 위해 열정을 쏟았던 여의도 1번지와의 영원한 이별을 알렸던 심정구(75·현 (주)선광 부회장·인천상공회의소 고문·새마을금고연합회 인천시지부 회장) 전 국회의원.

당시 여야 정치인중 소속 정당이나 시민단체로부터 공천배제자 및 낙선대상자로 분류된 것은 '정치적 음해이니, 희생양'이라며 강력반발, 당을 옮기거나 무소속을 출마하는 등 금배지에 강한 집착을 보였던 것과 달리 15년간의 국회의원 생활을 뒤로 하고 미련없이 후배에게 길을 터주며 아름다운 퇴장을 실행에 옮겼다.

인천고와 서울대 상대 출신인 심 전 의원은 지난 81년 민정당 중앙위원회 산업노동분과위원회 수석부위원장과 경기지부 부위원장을 시작으로 정계와 인연을 맺은 이후 85년 12대 국회 인천 중·남구로 출마해 금배지를 거머쥔 이후 88년 13대 국회(인천 남갑), 92년 14대(인천 남갑), 96년 15대 국회까지 내리 4선 기록을 세웠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 국회 재무위원장 및 재정경제위원장,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 한·노르웨이 의원 친선협회장, 한·파나마 의원친선협회장, 조세재정연구회장 한국 관세사회장 등 굵직굵직한 요직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75세란 나이가 전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치인이 아닌 기업인으로서 기업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중인 심정구 전 의원을 지난 7일 ㈜선광합동 관세사무소에서 만났다.

“공식적인 모임 외에는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회사에 출근해 일 속에 푹 빠져 삽니다.”

오전 6시30분 인터넷 검색과 신문구독을 시작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는 그는 각종 공식모임이 있는 날을 제외하곤 매일 오전 9시30분~오후 5시까지 기업체 부회장직을 수행해오고 있다.

“한달에 두 세번 지인들과의 골프 모임을 갖는 것 외에 특별히 건강관리 차원에서 하는 운동은 없다”는 그는 “노인들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은 골프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편안한 마음가짐과 여유있는 일 처리, 규칙적인 생활이 지금의 건강을 유지해올 수 있는 비결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이 아닌 기업인의 자리로 되돌아 오는 과정에서 15년간 달아왔던 금배지에 애착보다는 유능한 후배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더 들었고, 그 때문에 남들보다 비교적 쉽게 은퇴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5선 고지서 후배에 길 터주려 정계은퇴

국회운영 대립보다는 나눔의 정치 필요

인천시민 자긍심 갖게할 시책개발 절실

공직자 관련업체 현장근무 제도 도입을


 

심 전 국회의원은 “뉴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대다수 국민이 새로운 질서와 신선한 변화의 등장을 열망하고 있었다”면서 “이러한 국민적 갈등을 해소하는 데 조그마한 밑거름이 되며, 유능하고 역량 있는 후진에게 정치 입문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6대 총선 인천 남갑에서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었다”고 은퇴 당시의 심정을 밝혔다.

그는 정계 은퇴와 함께 자신의 텃밭을 고스란히 민봉기 후보에게 물려준 뒤 곧바로 실시된 16대 총선에서 마치 자신이 선거에 출마한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지원유세에 열을 올린 결과 당시 민봉기 후보가 여의도 1번지행 금배지를 거머쥘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지난 17대 총선에서도 이와 유사한 지원유세를 펼친 바 있다.

그는 요즘 후배 정치인들의 국회운영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대립보다는 '나눔의 정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해가 거듭될 수록 국민에게 성숙된 국회 및 의원상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17대 국회는 자신만이 최고라는 생각때문에 양보심이 결여됐는가 하면 여야 모두 국정현안과 관련 흑백논리에 매몰된 나머지 극한 대립과 물리적 충돌 및 날치기 통과 등이 빚어지는 등 구태가 재연되고 있다”면서 여야 모두 국정현안을 대화로 풀어나가 줄 것을 주문했다.

과거 여당 국회의원으로 국회 재정경제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을 역임했던 그는 “정치의 기본은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나 여당이 배풀어야 모든 것이 원만하게 돌아갈 수 있다”며 “대립보다는 나눔에 의한 여야 상생의 정치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정치 풍토 조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인천이 정체성이 없는 도시로 불리는 것은 인천을 제2의 고향이자 처자식을 먹여 살리는 삶의 터전으로 여기지 않는 시민들의 정체성 부재 때문”이라면서 "시민과 공직자 모두 인천을 사랑하고 인천시민임에 자긍심을 느끼고 살 수 있도록 하는 시책개발과 적재적소에 알맞은 인재 배치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이나 시정 모두 경제활동과 마찬가지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시정의 중요 부분에 대해 시장은 물론 정책 입안 담당 공직자가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느냐에 따라 시정의 성패가 달라진다”면서 인천시도 일본의 경우처럼 사무관급으로 승진한 공직자에 대해 일정기간 관련 업계에서 연수받고 공직에 복귀토록 하는 인사제도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실제 일본의 한 자치단체는 항만관련 신규 공무원을 채용하거나 사무관급 이상 승진 공무원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6개월에서 1년정도 하역회사 등 업무 관련 현장 기업에서 직접 근무토록 해 업체는 물론 업계가 안고 있는 현황과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한 뒤 공직 복귀와 함께 시정에 반영하는 등 긍적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게 심 전 의원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인천시에도 현장실무경험을 충분하게 경험한 공무원만이 관련 업계 및 시민들에게 피부에 와닿는 시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편 그는 인천고 총동창회 회장으로 지난 95년 개교 100주년에 맞춰 100주년 기념회관 건립과 함께 전국 고등학교 사상 최초로 열린음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심정구 전 국회의원은 부인 이명희(71)씨와 사이에 1남3녀를 두고 있으며, 취미로 골프를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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