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소개

  ▶美 하와이대학교(정치학 박사)
  ▶美 USC 방문교수
  ▶한국 NGO학회 이사(현)
  ▶인하대 사무처장
  ▶인하대 사범대학장(현)

홍득표(인하대 교수. 정치학)

이기준 교육부장관은 역대 모든 장관 중 두 번째, 노무현 정부와 교육부장관으로서는 첫 번째 단명이란 불명예를 안고 퇴진했다. 정부가 수립되고 지금까지 교육부 수장이 47대째 바뀌었으며, 곧 48대 장관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장관은 김대중정부 5년 동안 일곱 번이나 바뀌었으며 노무현정부 출범 채 2년도 안되어 4번째 임명될 예정이다. 지난 10년 동안 교육부장관이 13번이나 바뀌어 평균재임기간은 9개월 남짓하다.

노 대통령이 언급한 바와 같이 장관 중에 교육부장관이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각료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상급학교 진학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교육정책에 관한 한 전 국민의 이해가 첨예하게 걸렸을 뿐만 아니라 누구나 일가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벌어진 시위의 대부분이 교육부 민원과 관련이 있다고 할 정도다.

노무현정부가 출범할 때 교육부장관 임기는 5년을 보장하겠다고 다짐했으나 공염불이 된 셈이다. 3일만에 물러나는 교육부장관의 인사파동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개각에 대한 인식과 청와대 인사 시스템에 대한 문제다. 그 부처에 최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장관으로 발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장관직을 수행하는 과정에 리더십과 능력의 부족, 예기치 못한 사고의 발생, 잦은 시행착오, 코드의 불일치, 국민여론, 국면전환 필요성 등 여러 이유때문에 대통령은 개각을 결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국무회의 석상에서 공개적으로 `희생양 필요성과 2년 주기 매너리즘론'을 운운한 것은 올바른 개각관(改閣觀)이 아니다.

또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도 문제다. 장관을 임명하는 데 3심제니 5단계 절차니 하면서 적재적소 인사를 한다고 자랑하더니 도덕성에 치명적인 흠결을 발견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확인된 사실관계를 간과한 것은 더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도덕성 시비가 일파만파 확산되자 상식 밖의 변명을 늘어놓은 것은 진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책임을 물어 민정과 인사수석의 사표를 수리한다고 하지만 인사시스템의 근본적인 정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교육부장관의 잦은 교체로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을 상실할 것이 우려된다는 사실이다.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경질될 때마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정책은 말뿐 조령모개식으로 춤을 춘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입시 정책만 해도 15차례나 바뀌었다. 평균 4년꼴로 바뀐 셈이다. 현 입시 제도도 2008년부터 바뀐단다. 고교평준화 제도도 3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시빗거리가 되고 있다. 교육의 효과는 다른 분야와 달리 초·중·고학교 12년, 대학 4년 등 최소한 20년 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안정성이 요구된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교육으로 승부를 내야 할 상황에서 교육부장관의 잦은 교체로 교육정책의 혼란이 우려된다. 방정맞은 이야기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새로 임명될 교육부장관이 언제 무슨 이유로 물러날지, 또 무엇을 바꾸겠다고 나올지 불안한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교육개혁은 이 시대가 당면한 절체절명의 과제지만 한건주의식 발상으로 접근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이번 교육부장관 인사파동으로 국무위원에 대한 약식 인사청문회 도입 등이 검토되고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 고위직에 발탁되는 인사의 태도라고 볼 수 있다. 고위직에 임명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 가족, 그리고 과거의 모든 것을 떳떳하게 공개하고 검증받을 수 있는 각오와 준비 그리고 전문성과 능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높은 자리를 준다고 해도 스스로 사양하는 것이 개인과 나라를 위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