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결대 외래교수 김영림

생명과학자들은 21세기는 유전자 혹은 생명 공학이 인간의 건강을 풍요롭게 보장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한다. 태초부터 인류는 원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인간의 대부분의 질병도 유전요인을 갖고 있다고 주장해도 과장될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곧 이 말은 인간에게 나타나는 질병들은 거의 다 유전성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

유전자란 마치 설계도면과 같은 것으로 부모의 얼굴이나 성격, 체질과 질병도 양부모로부터 염색체의 유전자를 구성하는 유전정보에 의해 결정하게 된다. 그 결과 유전이란 `부모의 특이한 소질이 다음 세대에게 전달되거나 혹은 선천적인 장애'를 뜻한다. 통계적으로 신생아 가운데 2~4%가 선천적 장애를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유전적 요인에 의한 질환이 의심되는 근거는 이미 가족력 있어서 유전질환이 있었던 경우, 선천성 기형을 동반한 경우,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신지체인 경우, 산모가 고령출산(35세 이상)인 경우, 근친간의 혼인을 한 경우, 방사선 혹은 환경호르몬 물질에 노출된 직업을 가졌던 경우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기준으로만 다음 세대가 유전질환에 걸릴 확률이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유전인자란 질병의 발병요인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전자에 의한 확률은 극히 낮더라도 유전질환에 대한 위험성과 완치율은 매우 낮기 때문에 유전자 검사법에 의해 유전요인을 조기에 발견만 하면 예방이나 치료도 가능하다.

주로 유전자 검사는 의학적으로는 혈액에 분리돼 검사하나 때로는 머리카락이나 정액, 땀과 타액을 이용해 검사도 하며 뼈와 지문을 통해서도 유전자 감식이 이루어진다. 검사의 종류는 염색체 질환검사, 종양검사, 감염성 질환 검사 등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유전질환을 보면 다음과 같다.

고혈압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본태성 고혈압'과 다른 질환의 원인에 의해 나타나는 `2차성 고혈압'으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양친 모두 고혈압인 경우에는 자녀에게 나타날 가능성은 약 50%가 되며 한쪽인 부모인 경우에는 약 30%, 양친이 정상인 경우에는 약 20%에 이른다.

암은 종류가 많지만 주로 유방암과 난소암, 대장암, 전립선 암 등이 유전요인이 강하다. 유방암인 경우 약 5~10%가 유전요인을 갖고 있으며 폐경기 이전에 유전가능성은 매우 높아 2세들에게 유전될 가능성은 약 50%에 이른다. 그러나 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있더라도 유전되는 것은 아니고 부모로부터 돌연변이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경우에만 높게 나타난다. 전립선암은 식생활과 흡연, 호르몬 변화에 따라 높으며, 대장암의 유전요인은 약 10~15%에 이르고 있으나 각기 유형에 따라 다르나 유전될 확률이 높다.

알레르기성 질환은 주로 음식이나 과일, 꽃가루. 약물과 곤충 등에 의해 발병하지만 다인자성 유전질환으로 양쪽 부모가 알레르기 체질인 경우 자녀에게 약 50%에 이른다. 그리고 피부염도 유전경향이 강하지만 환경에 따라 나타날 수 있으나 피부질환인 경우에는 피부연고제나 보습제 등을 이용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빈혈과 비만도 유전적인 요인이 강한 편이나 유전적 요소와 환경적 요인과도 밀접하기 때문에 어느 쪽이 우세하다고 판별하기는 분명치 않다.

연골무형성증(일명 난쟁이)은 뼈의 성장이 잘 안되는 유전질환으로 정상인과 결혼해 아이를 낳을 경우에는 약 50%가 된다. 반면에 언어발달이나 지능, 지적발달 등은 정상인과 같으므로 발육에는 거의 정상아와 같다. 그러나 골다공증인 경우는 주로 폐경기 여성 가운데 3명 가운데 1명 정도로 발병하며 유전요인은 약 40~70%로 매우 높다.

당뇨병은 전 국민 약 7%에 이르는 질환으로서 일반적으로 유전요인이 높은 질환이다. 부모 중 한 사람이 당뇨병이라면 자녀에게는 30%로 유전될 확률이 있으며 부모 모두가 당뇨병이라면 자녀에게 당뇨병이 유전될 확률이 70%에 이른다.

이 밖에는 성격이나 체질 등을 통해서 나타나는 유전질환도 다양하다. 그러나 유전질환은 꼭 유전요인에 의해 발병된다고 말할 수 없으며 유전요인이 있다 할지라도 환경적인 요인(음주와 흡연, 식생활, 스트레스 등)에 의한 복합적으로 어우러져서 나타나기 때문에 평소에 가족력에 의한 유전질환자가 있었다면 유전자 검사와 함께 정기적인 건강관리가 바람직하다.

(다음은 체질과 건강, formkim@for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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