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육부총리로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가 임명되었다. 교육계에서는 경제논리로 교육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우려로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는 교육도 산업이며 시급한 교육개혁을 위해서는 교육계 인사보다는 외부인사가 적임이라는 주장이다. 사실 교육부 수장의 인사를 둘러싸고 다른 부처보다도 항상 말이 많았던 저간의 사정은 그 만큼 교육이 국민 모두의 관심사이며 첨예한 이해가 대립되는 분야라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교육이 신분상승의 중요한 요소였다. 옛날에는 과거 급제하면 가문의 영광이었고 지금은 서울대에 들어가거나 고시합격을 하면 출세가 보장된다.

       

가치관의 대립이 교육문제의 핵심

지금 우리사회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연령, 계층, 이념의 대립과 갈등을 겪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교육이 가장 심각하다. 수도권 과밀현상, 강남 집값 폭등 등 다른 경제·사회 문제도 근저에는 교육 문제가 있다. 교육 문제의 핵심에는 가치관의 대립이 있다. 교육을 사회 형평과 정의의 달성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부나 신분의 차별 없는 교육기회의 균등을 강조한다. 가뜩이나 부의 격차가 커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육이 그나마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라는 주장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가진 것이라곤 사람밖에 없는 나라에서 21세기 지식경제 시대에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지구촌에서 우리가 살 길은 교육을 통한 경쟁력 향상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 논리에서는 질 좋은 교육 기회를 찾아 밖으로 나가는 해외 유학 등을 고려할 때 교육 개방과 규제완화를 통한 교육 경쟁력 제고가 우리의 생존전략이 된다. 상호 타협이 쉽지 않은 난제이다. 한 가지 절충 방안은 초·중등 교육은 공공성이 상대적으로 강조되는 부문이니까 단계적 접근을 하고 대학 부분은 좀더 과감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신임 교육부총리도 대학 개혁에 중점을 둘 것을 밝히고 수요자 중심의 구조개혁을 약속하고 있다. 청년 실업 해소도 이공계 대학의 교육 프로그램을 산업계의 수요에 맞추도록 개혁하는 것을 통해 가능한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국립대학의 통·폐합을 강조하고 있다.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은 각각 설립 목적과 기능이 상호 다르다. 국립대학은 민간이 하기에는 투자 규모가 크고 수익이 나지 않는 분야를 육성하는 데 기본 목적이 있다. 수요가 많고 장사가 되는 분야는 사립대학이 알아서 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유럽이나 일본 모델을 따라 국립대학이 대학 교육의 중추가 되고 이를 사립대학이 보완하는 식으로 돼 있다. 경제 발전이 낮은 단계에서는 국가주도의 교육이 나름의 성과와 의미가 있다. 그러나 가까운 일본이나 유럽의 예를 보면 최근 미국식 모델을 따라 대학 교육의 민영화나 사립화가 추진되고 있다. 우리의 국립대 통·폐합 조치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도 국립대의 도립화나 사립화가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민간이 담당하기에는 벅찬 특수한 몇 가지 분야에 한정해 국립대가 유지되어야 한다. 최근 카이스트 총장이 카이스트 사립화안을 내놓아 파문이 일기도 했으나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요구되고 이를 위해서는 사립화가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립법인형 국립대학이 새로운 모델

시립 인천대학교가 국립화를 추진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인천만이 국립대학이 없어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인천대의 국립화가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인천대로서도 국립대가 되면 국고의 안정적 지원과 위상제고를 통한 명문대로의 도약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정부의 국립대 통·폐합 정책과 맞물려 실현이 그리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서 한 가지 대안은 인천대가 21세기 우리나라의 새로운 국립대 모델을 창조하는 것이다. 일방적 국고지원을 받고 값싼 등록금으로 학생을 유치하는 안이한 경영방식에 안주하는 기존 국립대학이 아니라 국고지원보다는 송도경제자유구역 내에서 외국 대학 및 연구소와 협력 관계의 구축을 통한 수익모델을 창출해 국내외 유수 기업의 지원을 끌어내는 독립법인형 국립대학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여기에는 교육프로그램의 국제수준으로의 혁신적 개혁과 모든 구성원의 자기희생 각오가 수반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 경우 정부도 인천대의 국립화를 앞장서서 추진하려 할 것이다.

 

박제훈 객원논설위원(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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