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 메마른 비인가시설 8년째 천사 노릇

중풍 피매 당뇨 등 만성질환자 극진 수발

의약품.생필품 회원들이 십시일반 충당

"니들이 자식이여" 말 들을땐 크나큰 보람

 

【안성】흔히들 간호사를 일컬어 백의의 천사라고 한다. 또 불우한 이웃을 극진히

▲ 안성의료원 봉사회원이 노인의 손톱을 다듬어 주고 있다.
보살피는 자원봉사자들에게도 천사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면 간호사들이 주축이 된 자원봉사단체는 뭐라 표현해야 할까?

지난 1997년 결성된 안성의료원 봉사회(회장 임정희).

안성의료원 봉사회는 지방공사 안성의료원에 근무하는 60여 명의 간호사, 조무사, 일반 직원들이 뜻을 모아 결성했다.

지역 내 100여 개에 이르는 봉사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의료봉사를 하는 단체다.

이들 회원들은 매달 7, 8명씩 조를 이뤄 노인복지시설인 베다니복지원과 평안의집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한다.

지역에 많은 수의 노인복지시설이 있지만 이들은 유독 새롭게 문을 연 비인가 시설에서의 활동을 고집한다.

“이미 자리를 잡아 후원자가 많은 시설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경이 열악해 도움의 손길을 절실히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들은 모두 소중한 생명을 담보로 한 의료의 최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생명을 다루고 일분일초를 다투는 신중하고 바쁜 일과로 좀처럼 시간내기가 어렵다.

그래도 회원들은 일직근무를 한 다음날 개인 휴가를 얻어 봉사활동을 한다. 물론 치료에 필요한 약품, 매달 지원하는 생필품 등을 회원들의 자비를 모아 전액 충당하고 있다.

이들이 봉사활동을 하는 노인복지시설에는 유독 중풍이나 치매, 당뇨나 간 질환 등으로 고생하는 만성질환자가 많다. 대부분 이러한 증세로 장기간 안성의료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던 노인들이다.

이들 노인들을 보살피려면 전문지식은 필수다. 그래서 봉사회는 이들 노인들을 찾아 추후를 중점 관리하고 있다. 미달 정기적으로 유치도료(인공소변줄)를 교환해 줘야 하는 노인이 상당수다.

오랜 투병으로 몸이 심하게 짓무르는 욕창이 생긴 많은 수의 노인들도 치료해야 한

   
다. 수족을 전혀 가누지 못하는 노인들에게는 일일이 밥을 먹여줘야 하고 심지어 기저귀까지 갈아줘야 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지만 간호사가 대부분인 이들에게는 이러한 것은 일과의 연장일 뿐 일도 아니다.

대부분이 간호사들로 구성된 회원들이 위생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 때문에 회원들은 시설을 방문할 때마다 시설 내 모든 노인들을 찾아 일일이 목욕시킨다.

처음 노인들을 목욕시키려면 상당시간이 필요했다. 8년여 지난 지금 바지를 걷어 부치고 목욕만을 담당하는 목욕조, 목욕이 끝난 노인들에게 옷을 갈아입히고 목욕준비를 하는 준비조로 나눠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오랜 기간 봉사활동으로 나름대로 요령을 터득한 것이다.

“한 달 전 뵙던 분이 세상을 뜨셨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가슴이 아파요. `우리가 많이 모자랐나' 하는 자책감도 들고요. 그러나 보람을 느낄 때도 많아요. `니들이 우리 자식이여'라며 반가이 맞아 주시는 어르신들, 가족들과 봉사활동을 함께 하며 느끼는 행복, 많은 사람이 느껴보지 못하는 것이니까요”라고 말하는 임정희 회장.

지금 이 시간에도 임 회장과 회원들은 탁자에 모여 앉아 며칠 후 있을 방문에서 할 일과 치료에 쓰일 약품, 노인들에게 전달할 생필품 등을 챙기며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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