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성희롱 상담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한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들어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13개 고용평등상담실로 접수된 직장내 성희롱관련 상담건수는 667건으로 지난해에 비해 13% 증가했다. 직장내 성차별이나 성희롱을 방지하기 위해 3년전 제정, 시행되고 있는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 무색할 정도다. 남녀차별금지법 시행이후 직장내 성희롱 문제가 공론화되기는 했으나 우리 사회에서 성희롱 악습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어 씁쓸한 느낌이다.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우리나라 여성의 지위가 많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나 남녀차별 의식과 관행은 여전히 남아 기회 있을 때마다 여성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일하는 여성이 많아졌지만 직장에서 여성들은 성차별을 받기 예사이며 특히 성적 대상으로 취급받아 성희롱이나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일이 적지 않다. 롯데호텔 여성노조원 270명이 회사 임직원 12명으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당했다며 회사측을 상대로 낸 손배소송에 대해 법원이 최근 회사측 책임을 일부 인정한 판결을 낸 사례가 이를 잘 말해준다. 과거 여성들은 수치심 때문에, 또는 직장에서 인사상 불익을
당하거나 주위에서 따돌림을 당하지 않기 위해 성희롱을 당하고도 이를 공론화하지 못했는데 최근들어 군대.공직사회.학교 등 사회곳곳에서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당했다고 공개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직장여성 2명중 1명이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나타나는 곳이 우리 사회이고 보면 여성들 사이에 이같은 일을 더이상 은폐하지 말고 공론화시켜야 한다는 인식변화가 확산돼야 한다. 그래야만 남성들의 의식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남녀평등의식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성역할에 대한 인식은 유교적 전통을 답습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근절하는 일은 쉽지 않을 듯 하다. 일부 남성들은 성희롱이나 성적 농담에 대해 유머나 친밀감의 표시라면서 `어디까지가 성희롱이냐'고 반문하지만 성희롱을 당하는 여성이 자신의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의 기준은 명백하지 않을까. 직장내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추방하려면 무엇보다 여성을 함께 일하는 동료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부 남성들의 전근대적인 사고방식부터 바뀌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행 남녀차별금지법이 실질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정명령제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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