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를 넘나든 화음 "원더풀"

 

뉴욕.LA.워싱턴.필라델피아 4곳서

4월22일 부터 5월 3일까지 7차례 공연

 귀에 익숙한 곡 연주 청중들 사로잡아

교민사회에 인천시 이미지 굳게 심어

▲ 필라델피아 지라드 칼리지 교회 공연에서 청중들이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시립합창단 제공>

인천시립합창단(감독 겸 지휘자 윤학원)이 지난 4월22일부터 5월3일까지 미국초청 순회연주를 끝내고 귀국했다. 시립합창단의 이번 미국공연은 처음 있는 일로서 뉴욕 카네기홀 공연 등 L.A.와 워싱턴, 필라델피아 등 4곳에서의 7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공연에서 보여준 천상의 화음은 미국 서부와 동부에 울려퍼져 한국교민사회에 인천시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어줬다는 점에서 평가받기에 충분했다. 인천시립합창단의 미국공연 내용을 자세히 알아본다. 〈편집자 주〉

 

이번 미국초청 순회공연에 나선 인천시립합창단은 조명조 인천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을 비롯해 합창단원과 스텝 등 남자 31, 여자 28명 등 총 59명으로 구성됐다.

합창단이 준비한 곡은 모두 7곡. `미사 브레비스', `웬 데이비스 허드', `메나리', `글로리아', `리베라 메', `가라 모세', 한국민요(`농부갇한강수 타령·한오백년·옹해야' 등으로 우리의 귀에 익숙한 미사곡과 창작 성가곡, 그리고 한국민요 등을 중심으로 꾸며졌다. 비록 클래식에 깊은 지식과 조예가 없더라도 누구나 쉽고 현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에서다. 특히 메나리, 글로리아, 가라 모세 등 3곡은 시립합창단 전속작곡가 우효원씨의 창작곡이다.

▲ LA 크리스탈 교회 공연

 

▶공연=1차 L.A.공연은 4월24일 오전(이하 현지시각) 크리스탈 교회에서의 2회에 이어 오후 7시 임마뉴엘 교회에서 펼쳐졌다. 이날 크리스탈교회 공연은 인천시립합창단이 미주공연에 나선다는 소식을 들은 윤 감독의 20년 지기이자 이 교회 음악감독인 UCLA 도날드 루엔 교수의 제의로 이뤄졌다. 임마뉴엘교회 공연에는 67개 교회가 참여한 남가주 장로성가단이 협연했으며 이 성가단 지휘자 윤임상씨는 LA월드미션유니버시티 음악대학 교수로 윤학원 감독의 중앙대 제자이기도 하다.

2차 워싱턴공연은 4월26일 오후 8시 죠지워싱턴 대학 라이스너 오디토리움에서 이뤄졌다.

▲ 뉴욕 카네기홀 공연

3차 필라델피아 공연은 4월27일 오후 3시30분 필라델피아대학 아동병원 중앙홀에서, 이어 4월28일 오후 7시 지라드 칼리지 교회에서 펼쳐졌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공연에서 합창단은 `경복궁타령', `주님과 함께', `원해', `오 레뮤엘', `마차가 달려간다', `나물 캐는 처녀' 등 8곡 불러 환자와 환자가족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위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지라드 칼리지 교회에서 진행된 공연엔 인천시의 자매도시답게 시민, 학생 등이 좌석을 가득 채웠고 세계적 명성이 높은 필라델피아 소년합창단이 협연해 공연을 더욱 빛나게 했다.

이번 공연의 하일라이트인 뉴욕공연은 4월30일 오후 8시 카네기홀의 대공연장인 아이작스턴 오디토리움에서 이뤄졌으며 합창단은 청중들의 환호에 보답하듯 `나물 캐는 처녀', `쉐난도', `마차가 달려간다', `아리랑' 등 앵콜곡을 무려 4곡이나 불러 천상의 화음을 뉴욕에 자랑했다.

또한 연주 중 솔로로 노래한 소프라노 유미현, 백혜숙, 테너 김종훈씨는 물론

▲ LA 임마누엘 교회 공연 모습.
피아니스트 황소은, 최지현씨, 파이프오르가니스트 황양숙씨, 팀파니와 모듬북 담당 유림선씨는 인기를 한몸에 안기도 했다.
 

▶반응=“팬타스틱(환상적)”. 우리 교민은 물론 미국인들이 인천시립합창단의 미국 순회공연을 감상한 뒤 내놓은 한결같은 평가다.

인천시립합창단의 뛰어난 화음이 현대음악과 한국 전통음악을 넘나들며 아름다운 선율을 그려낼 때마다 관람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온 몸에 전율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특히 관중석 좌·우와 무대 정면에서 울려 퍼지는 아리랑 메아리, 코믹한 율동과 부채춤을 곁들인 합창단원들의 고전음악을 숨죽이며 지켜보던 관람객들은 기립박수를 치며 “원더풀” “팬타스틱”을 연발했다.

가족과 함께 뉴욕 공연을 보기 위해 3시간 거리의 필라델피아에서 온 버고인 죠(47)씨는 “너무 멋진 무대였다”면서 “언제 또 다시 만날 수 있느냐”며 아쉬워했다.

재미교포 최우민(52)씨도 “독특한 색깔의 아름다운 음악을 선보인 합창단원들에게 너무나 감사한다.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의미=인천시립합창단은 이번 미주 4개 도시 순회공연을 통해 인천에 대한 홍보는 물론 한국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L.A. 오렌지카운티 크리스탈교회 특별공연은 TV를 통해 미국 전역에 방송되기도 했다. 미국 서부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영향력이 막대한 이 교회에서 우리나라 합창단이 공연한 것은 물론 최초의 일이었다.

▲ 죠지워싱턴대학 라이스너 오디토리움 공연
또한 뉴욕공연은 뉴욕중앙일보(사장 김창욱)가 주최가 돼 시너지 효과를 올릴 수 있었다.

이번에 합창단원들이 잊지못할 체험은 단연 자매도시 필라델피아 소년합창단의 홈스테이.

2명씩 조를 짜 홈스테이에 들어간 합창단원들은 이틀밤을 지세우며 미국인들과 정분을 쌓았다. 4년 전 인천을 방문했을 때 합창단원 엄수경·오희경씨 집에서 홈스테이를 경험했던 단원(16세)의 아버지 웨인 핸더슨(음악교사)씨는 엄수경씨와 오희경씨가 다른 조를 이루자 아예 4명을 한꺼번에 초청, 박은미·박은래씨도 핸더슨씨 집에 머물렀다. 그만큼 자매도시 시민들의 홈스테이 열정이 대단했던 것.

이번 인천시립합창단의 미국공연이 남긴 의미는 10년 째 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윤학원 단장의 노력의 성과물이기도 하지만 세계 수준의 인천음악을 미국에 과시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때마침 투자설명회와 개인 용무 등으로 미국을 찾은 안상수 인천시장과 박승숙 인천시의회 의장이 필라델피아 공연과 뉴욕 공연을 함께 지켜보며 격려, 단원들이 힘을 얻은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안 시장과 박 의장 등은 인천시의 홍보사절로서 위상을 절감하고 시립합창단에 대해 적극 지원할 것을 현지에서 약속, 합창단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은 일도 의미 깊은 것이란 분석이다.

합창단의 총무를 맡고 있는 김진석(테너)씨는 “지난해 8월 이후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며 “단원들이 한몸이 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팀웍을 다진 덕분에 이번 공연이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하고 “인천시민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배전을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인천시립합창단〉
 

1981년 9월1일 초대 지휘자 윤영진과 전문성악인 50명으로 창단된 이래 지금까지 88회의 정기공연 및 300여 회의 지역연주회, 가티연주회에 참여해 왕성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합창계의 선구자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있는 현 예술감독 윤학원씨가 1995년 부임해 재창단 이후 최고라는 명성과 자부심을 가지게 됐으며 세계합창제를 주최해 합창도시로서의 인천을 세계에 부각시켰다.

1997년 7월 세계합창연합회 창립 15주년기념 나뮤르 세계합창제와 오스트리아 린쯔의 유로파 캔타트(EUROPA CANTAT)에 초대돼 `최상의 완벽함'이라는 평을 들으며 세계각지에서 모인 정상급 지휘자 3천여 명의 기립박수를 받았고 1999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세계합창제, 2004년 제5회 대만 세계합창제 등에 특별초청돼 완벽한 연주를 선보임으로써 한국합창의 위상을 한단계 높이는 수확을 거뒀다.

특히 2002년부터 `찾아가는 연주회'라는 기획프로그램을 본격화하면서 총 40여 회에 걸쳐 인천 곳곳의 오지 섬들과 재활시설, 노인복지시설, 학교, 재소자 보호시설 등을 찾아가 연주해 소외지역 시민과 다양한 계층에게 음악의 감동을 전해주는 중요한 역할도 해내고 있다.

    

김정배기자 jbkim@kihoilbo.co.kr

▲ 윤학원 감독

 

-먼저 이번 공연이 가진 각별한 의미는 무엇인지.
 

▶무엇보다 시립합창단 창단 이래 미국 공연을 처음 가졌다는 점이 의의가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합창 음악을 미국에 선보였다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하겠다. 그리고 적지 않은 인력이 장기간 여러 지역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경비 문제나 스케쥴 관리상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는 게 현실이라고 볼 때 파격적이라고 본다. 인천시의 지원에 감사드린다.
 

-곡목선정 등 이번 공연의 초점은 어디에 뒀는지.
 

▶미국에 거주하는 교포나 유학생 등 우리 예술에 친숙한 사람은 물론 미국인 등 합창애호가를 겨냥했다. 음악적으로 한국의 합창수준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을 골랐다. 그래서 현대적 음악과 한국 민속적인 음악을 고루 선정했다. 특히 율동을 가미해 청중들과 친숙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청중 없는 합창은 상상할 수 없는 게 아닌가.
 

-곡목선정의 이유는.
 

▶위에서 말한대로 현대와 민속을 조화롭게 하기 위해 `미사 브레비스'(일명 `반딧불 미사'), `글로리아', `가라 모세' 등과 `메나리', `한국민요 메들리' 등을 선정한 것이다. 앵콜곡도 외국음악과 우리나라 음악을 혼합했다.
 

-가는 곳마다 지인·후배·제자 등이 몰렸고 개인 인기가 높던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지휘자 생활을 한 지 어언 40여 년이 흘렀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 제자나 후배도 많고 명성높은 해외 음악가, 특히 지휘자들 사이 지인이 많다고 생각한다.
 

-차기 미국공연 의향이나 계획은 있는지, 또 있다면 어디에 초점을 둘 것인지.
 

▶무엇보다 재미교포들이 감동할 수 있는 곡을 가지고 교포를 위한 위문공연을 해봤으면 좋겠다. 이번에 인천시의 자매도시(필라델피아)에 치중하다 보니 동부에서 중점적으로 공연했다. 토론토 등지 교민들의 요청도 있다. 문제는 경비, 즉 예산이다. 합창단에 대해 인천시와 시의회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해줘 고무적이다. 인천시의 홍보대사로서 큰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 시민들의 성원도 필요하다.
 

-혹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진행과정에서 다소 매끄럽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마지막 카네기 홀에서 공연은 조명연출이 컴퓨터에 입력돼 있었음에도 미국인 조명기사가 착오를 일으켜 `반딧불'공연때 조명이 꺼지지 않아 매우 당황했다. 물론 카네기 홀이란 특수성 때문에 사전에 충분히 리허설을 못한 탓도 있다고 본다. 그리고 너무 강행군을 하다보니 단원들의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한두명이 건강을 다소 해친 것도 흠이 됐다. 아무튼 전문성을 다루는 분야는 늘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정배기자 jbkim@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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