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일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를 심각하게 논의한 뒤 여러 가지 주문을 내놓았다. 북한의 핵계획 포기를 요구하면서 미국과 북한이 제네바합의를 준수하고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하고있다. 지난 9월 켈리 미국특사의 방북 이후 국제여론이 북한에게만 핵포기 압력을 가해온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번 두 나라 정상회담이 북한과 미국 두 나라에 공평하게 평화 추구 의무를 요구한 점이 주목된다. 한반도 상황에 깊은 이해를 갖고 있고 또 영향을 행사할 힘을 갖고있는 두 나라가 나름대로 문제해결 방향을 제시한 셈이어서 이를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북한은 이제 도리없이 핵을 포기해야 할 입장에 놓이게됐다. 핵포기를 바라는 국제여론에 포위된 셈이다. 아무리 북한이 제네바합의 파기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하고 또 그들의 주장 가운데 일리가 있다 할지라도 국제사회는 북한의 비핵화 약속 위반에 결코 면죄부를 줄 생각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고있다.북한 핵에 관한 작금의 파문은 북한이 핵주권을 주장하고 핵계획 보유 여부에 관해 모호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사용함으로써 비롯된, 일종의 자업자득인 셈이다. 그 누구도 새삼스럽게 북한의 핵주권을 인정해 줄 나라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핵계획에 관한 확실한 입장을 밝히고 국제기구의 사찰을 수용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이번 러시아-중국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 북한핵 포기 요구가 포함된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촉구가 북한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미국의 언론들도 이번성명이 북한과 미국 모두에 대해 제네바합의 준수와 관계정상화 노력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하고있다. 미국은 제네바합의문을 다시 꺼내 읽으면서 북한의 의무와 함께 미국의 의무 조항들이 무엇인지 재확인해야 할 것이다.

타당성 있고 준수할 가치가 있는 합의가 위험에 처했을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는 분명하다. 합의 파기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고 비난전을 전개하는 것은 자신이 합의를 준수할 의지가 없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합의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자신이 먼저 약속을 지키고 상대방에게 약속 준수를 요구해야한다. 북한과 미국은 이 자명한 원칙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공동 촉구가 이의 수용을 강제할 수단을 보유하지 않았다고 해서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북한은 이같은 평범한 원칙론을 무시할 수 있는 상위의 도덕성과 논리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겸손하게 중국과 러시아 두 나라의 충고를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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