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실험연극의 메카로 통하는 `혜화동 1번지' 3기 동인들이 `성'을 주제로 세번째 동인전을 마련한다. 오는 9월5일~11월24일 대학로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에서 열리는 `섹슈얼리티(Sexuality)'.
 
이해제 박장렬 송형종 김낙형 양정웅 김나영 등 6명의 3기 동인들이 제각각의 문법과 소재로 `성'이라는 화두를 풀어나간다.
 
성이라는 모티브는 문학과 영화 등 타 장르에서는 무수히 다뤄져왔으나 국내 연극계에서는 그다지 활발히 거론되지 않았다. 이번 페스티벌은 주로 창작 작품들을 통해 우리 시대의 성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자는 취지의 자리다.
 
먼저 이해제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극단 신기루 만화경과 함께 `로빈슨 크루소의 성 생활'(9월5~15일)을 올린다. 영국 작가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에서 영감을 얻어, `무인도에서 28년이나 산 크루소는 어떻게 인간의 기본욕구인 성욕을 해결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개나 염소 등과 성적 유희를 즐기고 환각을 일으키는 약초에 탐닉하던 크루소는 원주민 프라이데이가 나타나자 그를 성적 노예로 만들려한다는 재미있는 설정이다.
 
크루소를 통해 `문명의 성'과 `야만의 성'의 경계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 연출의도.
 
연극집단 반의 `이브가 아담을 사랑했을까'(9월19~29일)는 끊임없이 성형수술을 해가며 다른 사람을 만나는 한 여성의 남자 편력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자유의 의미를 묻는다. `양파'의 극작가 김수미가 쓰고 극단 대표 박장렬이 연출한다.
 
`스트라이크 아웃 낫 아웃(10월3~13일)은 포수가 공을 놓쳐 삼진 아웃되지 않은 상황을 가리키는 야구 용어에서 제목을 딴 작품이다. 동성연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힘겹게 싸워나가는 한 연인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다. 최원종 작·송형종 연출.
 
또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갇힌 성과 사랑을 그린 극단 죽죽의 `능동적 팽창'(10월17~27일·김낙형 극작·연출), 신라시대 왕들을 마음대로 주물렀던 `미실'이라는 여인의 이야기인 극단 여행자의 `미실-신라의 파랑새 여인'(10월31일~11월10일·양정웅 극작·연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성적인 코드로 재해석한 그룹 동·시대의 `오! 발칙한 앨리스'(11월14~24일·김나영 작·오유경 연출)도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공연을 기획한 문화아이콘은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그간 어두운 음지에 있었던 성을 양지로 끌어내 보자는 의도로 준비된 것들”이라고 말한다.
 
공연시간 평일 오후 7시30분, 토·일·공휴일 오후 4시30분. 7시30분(월요일공연 없음). ☎762-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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