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압사사건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일고 있는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개정요구 시위를 둘러싼 정치권의 대응 움직임이 부산하다. 한미간 첨예한 현안이 되어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번 사태가 이제 열흘도 남지않은 대선에 미칠 영향을 놓고 각 대선후보 진영도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정치권의 접근도 따라서 한미관계의 전향적 발전을 위한 대응방안 모색과 함께 시위사태의 정치적 파장, 보다 적확하게는 선거에서의 유불리에 관한 득실계산을 양대축으로 하고 있는 기류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한 주요 대선후보 진영의 시각은 다분히 국익이나 SOFA의 독소조항 개정을 통한 평등한 한미관계 실현이라는 지향점보다는 눈앞의 선거만을 염두에 둔 소아적인 정치적 타산이 앞서고 있는 것같아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나라를 앞으로 5년간 책임지고 이끌어나가겠다는 진영에서 이번 사태를 단순히 `반미감정의 확산'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아니면 그간 사실상 종속적 성격이 농후한 불평등관계를 벗어나지 못해온 한미관계 전반을 합리적으로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나가야 할 것인지 기초적인 고민이 읽혀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이런 불평등한 관계에 관한 우리 국민들의 합리적이고도 이성적인 시정 요구로 성격규정하는 것은 SOFA 개정을 위한 대미전략 차원에서뿐 아니라 국익차원에서도 핵심적 긴요성을 가진다는 사실은 구태여 지적해둘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반미'에 대한 대증적, 즉흥적 대응은 미국내의 대한 감정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게될 뿐이며 실제 이번 사태에 대한 미국내 언론의 보도태도에서도 그런 기미가 읽히고 있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가 `반미시위가 보이지않는 손에 의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냄새까지 나고있다'고 주장한 것은 현재 전국적으로 진행중인 촛불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의 SOFA 개정 요구에 담긴 국가적 자존확보 의지의 순수성을 모독한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다. 어느후보나 현실적으로 시민들의 SOFA개정 요구여론에 촉각을 세우고있으면서도 서로 정치적 의도나 과거의 정책노선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영하의 추운 날씨를 무릅쓰고 아이들의 손을 이끌며 거리로 나서고 있는 시민들의 의식수준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하는 행태다. 한마디로 이번 사태는 결코 정치적, 정략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될 국익과 자존의 문제라는 성격이 짙게 깔려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정치권은 시민들의 SOFA개정 요구시위에 대한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는 국익차원에서 이번 사태를 어떻게 다뤄나갈 것인지 좀 더 넓고 멀리보는 시야로 여론을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다. 후보들의 지도력과 비전은 바로 이런 복잡한 국면에서 드러나는 것이다. 그저 입에 발린 말로 어설프게 여론에 다가서기보다는 긴 안목으로 일관된 소신과 정책노선을 통해 여론을 이끌고 국민의 상처입은 가슴을 다독일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향후 대미관계에서 위기도, 기회도 될 수 있는 이런 국면에서 갑론을박 표만 신경 쓰는 그런 후보보다는 적극적으로 국익실현을 위한 계기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그런 후보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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