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과 함께 최첨단 의료장비와 의술이 보편화함에 따라 의료윤리와 환자의 권리는 위축되게 마련이다. 그 이유는 병원이란 인술에 앞서 의술이 먼저요, 의술은 질병을 다스려야 하기 때문이다. 의사는 환자의 특정한 체질이나 개인차를 고려할 수 없는 까닭에 종종 예기치 않은 의료사고도 발생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의료사고를 두려워해서 환자를 기피하거나 진료행위를 거부할 수 없다.

문제는 고 비용의 병원투자설비와 첨단의료기자재 구입으로 말미암아 이익추구를 위한 병원경영기법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과잉진료와 과잉처방의 남용으로 인해 환자에게 불신을 당하고, 의술이 상술로 둔갑해 버리는 사례가 허다하다. 특히 의술이 발전될수록 대리모와 시험관 아기, 뇌사판정과 안락사, 장기이식에 따른 기증과 공여문제, 인간복제와 유전자 조작 등으로 인한 생명윤리문제는 매우 첨예한 대립과 갈등의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의술이란 의사에게 있어서 고귀한 의무이며, 환자의 생명을 증진하고 인간적 삶의 질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입장에서 고도의 윤리적 성찰이 촉구된다.

2001년 11월에 제정된 `의사윤리지침' 제5조(의사의 사명과 본분)에 의하면 `의사는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보전하고 증진하는 숭고한 사명의 수행을 삶의 본분으로 삶아야 한다'라고 밝히고 있으며, 제7조(공정한 의료제공)에는 `의사는 의료를 요청한 환자의 인종과 민족, 나이와 성별, 직업과 직위, 경제상태, 사상과 종교, 사회적 평판 등을 이유로 의료 시술에 차별을 두어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 있다. 그리고 제14조(환자의 이익과 의사 존중)에는 `의사는 의사로서의 사명을 수행할 때 환자의 이익과 자율적인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고 그러한 환자의 이익과 의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환자에 대한 윤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보존하고 질병을 제압하는데 있어서, 지상적이며 물질적인 것을 초월해 의술과 인술을 동시에 시혜한다는 전제아래 의사로서의 숭고한 의무가 주어져 있다. 그러므로 현대의학은 환자윤리에 앞서 양질의 의술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사로서의 권한이 보장되어야 하고, 환자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의사들은 고뇌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환자는 의사로부터 양질의 진료를 받을 권한이 있으며, 환자로서의 권한을 의사에게 거부당해서도 아니된다. 주로 3차(대학병원)진료기관은 자체적으로 정한 `환자권리헌장'의 주요내용을 보면 `환자는 담당 의료진으로부터 인격적인 대우와 관심을 받을 권리가 있다. 환자와 가족은 담당 의료진으로부터 환자 질병에 대한 설명과 본인의 진료비 내역에 관해 알 권리가 있다. 그리고 진료상의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와 모든 사생활의 비밀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모든 환자는 안락하고 정결한 환경에서 진료 받을 권리가 있다. 납득할 때까지 설명을 들은 뒤 의료 종사자가 제안하는 진료경과 등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 등이다.

현대의술은 환자와 의사, 의사와 환자는 종속의 관계가 아니라 법률적, 윤리적으로 계약적인 관계이다. 이는 의사는 환자의 질병을 치료한 특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환자 역시 의사의 권한에 순복하며 따를 의무가 주어져 있다. 이 둘은 공존의 관계이며 천부적 인간윤리적인 관계요, 환자의 권리라는 점에서, 의사 또한 전문성과 탁월성이 인정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의사는 질병을 치료할 목적으로써 환자의 권리를 박탈하거나 환자에게 상업적 목적으로 강요된 과잉진료나 과잉검사를 유도해서도 안 된다.

미국의 예이지만 처방전을 발행하는 의사들에게 `하루에 3번 기도하라'는 권고사항이 주어져 있는 것을 보면, 약 처방 남용이 얼마나 무모한 의료행위임을 잘 입증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의사와 환자는 항생제를 남용하는 사례가 너무나 많아, 결국 고 의료비 지출은 국민에게 부담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의사는 약 처방을 신중하게 발급해야 하며, 환자는 약물을 남용해서도 안 된다. 의료윤리와 생명윤리는 매우 밀접할 뿐만 아니라, 환자의 권리가 의사윤리에 의해서 보장되어져야 하지만 환자 스스로 지켜져야 할 윤리의식도 중요하다.
  ×필자 주, 본 칼럼을 만2년 동안 애독하신 독자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건강한 삶을 기원합니다.

성결대 외래교수 김영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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