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태원, 동대문 등에 가면 각종 명품을 흉내 낸 복제품을 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게임 프로그램 등 각종 소프트웨어도 복사돼 우리의 컴퓨터를 움직이고 있기도 하다. 생활 속에 어느덧 복제품이 일상 생활용품으로 둔갑하고 있다. 집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몇 가지는 복제품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물론 예전에 비해서는 상당히 줄어든 것만은 사실이다. 특히 공개적으로 복제품을 사용하는 경향도 없어졌고 이러한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은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발전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물론, 시민단체 및 각종 매체의 역할이 중요한 몫을 담당했다.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간단한 명품 개념이 아닌 각종 가전제품의 디자인은 물론이고 내부적인 시스템도 복제되어 시장에 나온 경우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모든 것을 흉내는 내면서 가격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저가여서 많은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독자적인 디자인 및 기술을 습득하면서 독창적이고 첨단의 기술이 가미된 제품을 만들면서 이제는 복제품은 자리를 차지할 수 없을 만큼 우리의 위상이 커지게 됐다. 휴대전화는 물론이고 각종 가전제품, 자동차 등 선진 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도리어 앞선 제품을 만들어 이제는 일부 분야에서 우리를 두려워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앞으로 머지않아 남아있는 복제품도 설자리를 잃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 만큼 시장의 투명도도 높아지고 있고 시장에 대한 우리의 자신감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를 좌우하는 첨단 기술 중의 하나인 생물공학(BT) 또는 미세공학(NT) 등은 손재주가 뛰어난 우리 민족에게 세계에서 가장 앞설 수 있는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정부는 물론 산학에서 집중도를 높이고 있어 조만간 가시적인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복제 단계에서 독창적인 단계에 이르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선진 외국에서 기술적인 도움을 음으로 양으로 받으며, 자립도를 키워온 것도 인정해야 할 사항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는 선진 기술을 빼오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른 것도 있을 것이고 선진국에서 연구하면서 고진감래한 우리의 과학자, 기술자들의 역할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이렇게 이룬 기반을 지키면서 첨단이라는 옷을 입히는 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거친 이 과정을 후발 개도국에서 똑같이 되풀이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가장 무서운 잠재력이 인정되고 있는 거대 시장 중국이 우리 기술 복제의 중심점에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각종 매스컴에 언급된 바와 같이 최고의 디자인 모델로서 선진 외국에서도 인정받았던 마티즈 경차가 중국에서 QQ라는 모델로 둔갑되어 공공연히 판매되고 있고 외국 시장까지 수출할 예정으로 있어 큰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중국 QQ모델은 디자인, 차 내부 인테리어, 각종 부품의 형태, 기능 및 부품호환도 가능할 만큼 복제도가 극치에 다다르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재산 가치로 가장 중요한 브랜드 이미지까지 침해받고 있어 회사 자체가 복제되는 경향까지 이르지 않을까 걱정된다. 자동차는 물론이고 오토바이, 냉장고, 에어컨 등 안 가리고 복제되고 있고 `삼성'은 `삼슝'으로, `대림'은 `다림'으로 영문 글자 한두 가지만 변형해 그대로 브랜드도 도용하고 있어 `짝퉁'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이제는 대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국제적인 협력체도 만들어 공동대처도 하고 국제적으로 제소도 하며, 완전한 방어는 어렵더라도 우리의 업그레이드 기술 개발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제소는 물론이고 호소조차 할 수 있는 자본, 전문 인력 등 여유조차 없어 강 건너 불구경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전체적인 피해상황 등 전반적인 문제점 및 대안 등을 종합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구도 만들고 학계, 산업계 등과 공조 체계를 세워야 한다. 언제까지 쳐다보고 눈물만 흘리고 있을 것인가? 정부는 지금 이 시간에도 중소기업, 개인 등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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