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처럼 북한이 협상용으로 핵동결 해제를 위협했더라도 현상황에서 그같은 전략이 성공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벼랑끝 전술"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낸 것은 지난 클린턴 행정부 때의 일이지 이번에도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오히려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들에게 북한 목조이기에 필요한 최적의 명분을 선물해줄 가능성이 높다. 지난 93. 94년의 핵위기때와 다른 점이 또 있다. 북한이 핵동결 해제로 국제적으로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질경우 그들은 최근 수년간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외부세계의 지원 확보 노력을 완전히 포기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핵동결 해제 위협을 행동으로 옮기는 무모하고 어리석은 행동만은 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행정부는 1차적인 반응을 통해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함으로써 극도의 긴장 고조만은 피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이른바 "평화적 해결" 노력의 의미를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대화와 협상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따라서 이번 백악관과 국무부의 성명에서 대화를 배제한 평화적 해결 방식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협상 없는 평화적 해결이 가능한지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 경수로 건설 중단과 같은 성급한 제재에 돌입함으로써 또 다시 북한의 초강경 대응을 이끌어내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모두의 책임이다.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황을 냉각시킬 필요가 있다. 북한은 핵동결 해제 위협을 철회해야하며 미국은 서둘러 보복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이 민감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모든 통로를 동원해 북한의 자제를 촉구해야하며 미국에게는 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함을 설득해야 할것이다. 이번 핵위기가 대통령 선거 직전에 터져나와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그 어느 쪽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이 아닌 국가적 이익을 우선으로 생각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적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만약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 들 경우 오히려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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