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경기도의 허허벌판 매탄벌에서 36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삼성전자(주)가 36년이 지난 지금 임직원 12만5천 명에 세계 46개 국 92개 거점, 26개 생산법인, 10개 R&D센터, 18개 지점, 42개의 판매법인을 갖고 있는 세계 리딩기업으로 성장한 가운데 전 세계 9개 기업만이 달성한 순익 100억 달러를 달성했다. 수원 향토기업 삼성전자가 지난해 달성한 연 순이익 10조 원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고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본다.〈편집자 주〉

〃삼성전자 순익 100억 달러의 힘〃

삼성전자의 지난해 순이익은 한화 10조8천억 원, 미화로 103억 달러에 이른다.

2004년도 회계 기준으로 전 세계 수천만 개의 기업 중 순이익 100억 달러를 달성한 기업은 미국과 유럽의 대표적인 금융기업과 석유회사인 9개 기업에 불과하다.

순수하게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파는 기업으로는 일본 도요타와 한국의 삼성전자 단 2곳 뿐이다.

이에 대해 해외에서는 한국의 제조기업이 설립 35년 만에 이룩한 기적이라는 여론이 주도적이었으며, 일본에서는 일본의 대표 전자기업 10곳의 순이익을 합친 것보다 2배 가량 많은 삼성전자의 순이익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경계의 고삐를 당겼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이 많았다. `그들만의 잔치', `외국 주주들만 배불리는 삼성전자', `따뜻한 연말 삼성전자 직원들', `환율 하락에 따른 어부지리 100억 달러 달성' 등 칭찬보다는 냉소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던 게 사실이다.

  ◇납부세액 3조 원의 의미
 
순익이 10조 원을 넘었다는 것은 영업이익에 따른 세금 납부액만도 3조 원을 넘어섰다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4년 순수 이익에 따른 납세액은 대한민국 전체 국세의 2.8%에 해당하는 3조2천억 원에 달했으며, 그룹 전체로 따지면 국세의 6.3%를 삼성그룹이 담당하고 있다.

국민 한사람의 세금이 100만 원이었다면 삼성전자에서 2만8천 원을 내주고 있는 셈이다.

이는 삼성전자처럼 순이익 10조 원을 내는 글로벌 기업이 2~3개만 더 탄생한다면 나의 세금이 그만큼 줄거나, 아니면 똑같은 세금으로 10% 가까운 국가의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순수 법인세 1조9천700억 원
 
삼성전자는 지난해 순수 법인세로 정부 예산의 1.8% 가량을 차지할 정도의 엄청난 규모인 1조9천700억 원을 납부했다. 국세청 개청 당시 총 국세규모가 700억 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비교해 보면 삼성전자 단일기업의 이 같은 규모의 법인세를 납부했다는 것은 격세지감이 들 정도로 우리 경제 규모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산 증거다.

  ◇국가 부가가치 규모
 
작년 한해 삼성전자의 국가 부가가치는 14조5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부가가치란 한 기업이 생산 활동으로 벌어들인 총수익에서 다른 기업이 제공한 부품·원재료와 같은 중간재 가치를 뺀 값이다.

지난해 1인당 국민 총생산이 1천442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한 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는 100만 명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소득과 같으며, 국민 전체 생산의 7%를 부가가치로 달성한 것.
 
우리가 나누고 공유하고 함께 쓰는 경제활동의 7% 정도는 세계시장에서 분투하고 있는 향토기업 삼성전자의 노력은 숫자로 드러난 셈이다.

부가가치 14조5천억 원의 포함된 내용은 인건비와 이익·이자비용·임차료·세금·감가상각비 등으로, 모두가 다시 국내 경제를 위해 투입되는 돈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기업이 창출한 부가가치는 임금이나 이자, 임차료, 세금으로 나가 모두가 함께 먹고 살 수 있는 파이가 된다.

  ◇재정자립도가 지자체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

수원삼성공업단지는 지난 69년 전자 전기 등 4개 사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매탄동 공장부지에 입주하면서 형성됐다. 수원 전체 공장부지의 60%를 차지하는 51만1천148평 부지로, 삼성 4개 사가 직접 고용하고 있는 직원만 전자 1천800여 명, 전기 7천500여 명, SDI 1천900여 명, 코닝 1천여 명 등 모두 2만8천여 명에 달한다.

또, 협력업체 직원 수까지 포함하면 4만2천여 명이 삼성전자 주변에서 근무하고 있다. 직원 1인당 3명씩의 가족이 있다고 보면 삼성가족은 16만여 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자체 세수입만으로 살림을 꾸릴 수 있어 교부금을 받지 않는 지자체는 서울시와 수원시 등 전국 11곳 뿐이다.

삼성전자단지가 수원에 미치는 경제적인 영향은 인구수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재정자립도가 높아진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의 시책에 대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이 있으며, 주민들을 위한 복지혜택도 늘어날 뿐 아니라 유입인구 증가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수원시 지방세의 60%를 차지하고, 경기도 경제의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는 삼성전자의 존재가 지자체의 살림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지름길
 
국민소득 2만 달러는 암묵적으로 대한민국 공통의 목표가 된지 오래다.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에서 정체된 지 8년째. 작년에 1만4천 달러로 성장을 이룬 듯이 보였지만 환율 하락에 따른 가치의 변화라는 지적이 더 크다.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내지 않아도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세금으로 법인세가 있다. 국민이 잘 살기 위해서는 법인세를 많이 내는 기업을 더 많이 만들어 내야 한다. 작년도 법인세 현황을 보면 국내기업의 0.1%도 되지 않는 곳이 전체 법인세의 절반 이상을 낸 반면, 납세 대상 법인의 3분의 1은 결손법인으로, 법인세는 커녕 국가 채무만 늘리고 있다. 잘 하는 기업이 얼마나 우리 경제에 큰 힘인지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제2, 제3의 삼성전자, 제2, 제3의 대표 향토기업을 키우는 것은 기업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미래를 위한 당면 과제라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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